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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이 사라진 밤
루이즈 젠슨 지음, 정영은 옮김 / 마카롱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괴물은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말투와 외모로 우리 사이에 섞여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알아볼 방법은 없다." (67p)
잠에서 깬 순간 온몸이 상처와 멍 투성이에 핏자국이 묻어 있다면?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봐도 아무런 기억이 없다면?
그다음 거울을 본 순간 거기에 낯선 얼굴이 있다면?
주인공 앨리슨 테일러는 데이트 앱을 통해 이완이라는 남자를 만나러 클럽에 갔어요.
데이트에 나가기 전 했던 일들은 전부 기억이 나는데, 그다음 이어져야 할 기억이 싹둑 잘려나갔어요.
병원에서는 뇌 CT와 MRI 결과, 머리 부상으로 인한 병변으로 얼굴 관련 정보를 처리하는 측두엽에 이상이 생겼다는 것.
상모실인증, 프로소파그노시아 prosopagnosia 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안면인식장애.
가장 끔찍한 건 거울 속 자신의 얼굴도 낯설게 느껴진다는 거예요.
하루 아침에 모든 게 변해버렸어요. 혼란과 공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의문의 남자에게서 온 협박 편지, 그리고 그녀의 집에 누군가 침입한 흔적을 보란 듯이 남겨뒀어요.
어딘가 숨어서 앨리슨을 지켜보는 자는 누구이며, 왜 그녀를 괴롭히는 걸까요.
<얼굴이 사라진 밤>은 안면인식장애가 생긴 주인공을 통해 상상도 못했던 공포를 보여주고 있어요.
공포의 대상이 누군지도 모를뿐 아니라 눈앞에 보이는 대상조차 구분 못한다는 건 그야말로 최악의 상황이에요.
단순히 의심하는 게 아니라 전부 믿을 수 없다는 게 이토록 불안하고 무서울 줄이야...
"보이는 걸 다 믿으면 곤란해." (175p)
영화 <트루먼쇼>가 블랙 코미디라면, <얼굴이 사라진 밤>은 스릴러 버전이에요.
근래 드라마 <부부의 세계>를 본 사람이라면, 주인공 앨리슨의 심정을 십분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사실 앨리슨은 남편 매트와 별거 중이라서 친구 크리시 집에서 함께 지내고 있었어요. 토요일 밤에 클럽에 갔던 건 친구 크리시와 줄리아가 부추겨서 용기를 냈던 거예요.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차라리 이 모든 불행이 우연한 사고였다면 조금 위안이 되었을까요.
끝까지 읽어야 그 진실을 알 수 있어요. 결코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그러니까 배신감과 분노, 증오가 상황을 더 악화시켰어요.
믿고 싶지 않은 결말, 충격적인 반전이 너무나 슬펐어요.
"예전에는 의심만큼 사람을 고통스럽게 갉아먹는 것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진실을 마주하는 것은 그보다 몇 배는 더 고통스러웠다." (335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