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것들의 과학 - 물질에 집착하는 한 남자의 일상 여행
마크 미오도닉 지음, 변정현 옮김 / Mid(엠아이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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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으로서 제가 느낀 과학의 세계는, 뭔가 낯설고 이상해요.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그걸 이해하기가 쉽지 않아요.

다행스러운 건 똑똑한 과학자들 중에 매우 친절하고 유쾌한 안내자가 있다는 거예요.


마크 미오도닉 Mark Miodownik

<흐르는 것들의 과학>의 저자를 소개할게요.

「타임즈」가 선정한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100명 중 한 명으로,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기계공학과 교수이자

현재 영국에서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과학커뮤니케이터 중 한 명으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고 해요.

와우, 대단하죠? 

이 책을 읽고나니 확실히 인정할 수밖에 없네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결코 평범하지 않은 과학책.

이 책의 주제는 '흐르는 것들', 즉 액체예요. 실험실에서 사용하는 특수용액이 아니라 우리가 마시는 알코올, 씻기 위한 세정제, 펜에 들어있는 잉크 등 일상적인 액체들을 다룬다는 점에서 마음이 활짝 열렸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도 미오도닉은 뛰어난 이야기꾼이에요. 그는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과정 속에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며 만나는 액체들로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어요. 얼마나 자신만만한지, 프롤로그에 "기묘하고 놀라운 여행을 약속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정말 신기한 것 같아요. 평범하고 사소한 액체들이 미오도닉을 통해 특별한 액체들로 변신하는 느낌이에요.

이것이 지식의 힘일까요.

알고 나면 이전과는 다르게 보이는, 마법 같아요.

미오도닉의 언어적 표현력이 워낙 훌륭해서 반해버렸어요. 사실 책을 읽지 않은 사람에겐 '이게 뭐 대단한가?'라는 반응이 나올 수 있지만, 읽고 나면 수긍할 거예요. 각 액체마다 붙여진 수식어가 유난히 새롭게 느껴지네요. 폭발적인 등유, 중독되는 알코올, 깊은 바다, 끈적끈적한 접착제, 환상적인 액정, 본능적인 힘, 상쾌한 음료, 씻어내는 세정제, 냉각의 냉매, 지울 수 없는 잉크, 뿌연 구름, 단단한 지구, 지속 가능한 환경. 

흥미로운 액체 과학을 알아갈수록 우리 주변의 사소한 것들이 전혀 사소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위험하면서 동시에 매력적인 액체의 과학 덕분에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게 된 것 같아요.

 


상상해 보자. 그림을 구성하는 색소를 변화시킬 수 있어 캔버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영화에서처럼 움직일 수 있다고 말이다.

만약 지금 내가 바라보는 화면이 그러한 그림에 가까웠다면, 덮개를 내릴 필요가 전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생각이 머릿속에 떠오르자마자 수잔이 읽고 있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이 바로 그런 그림에 관한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조금 기분이 묘해졌고, 책의 으스스한 줄거리가 떠올랐다. 

오스카 와일드는 1890년에 이 소설을 썼는데, 바로 액정 liquid crystal 이 처음 발견됐을 즈음이었다.

아마도 그는 내가 <스파이더맨>을 보기 위해 사용하는 평면 스크린 기술이 탄생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또, 이것이 그의 소설의 중심에 있는 요상하고 악마스러운 그림을 만들 수 있는 바로 그 기술이라는 것도 알지 못했을 것이다.

...

이제 다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에 묘사된 움직이는 그림과 유화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움직이는 그림을 구현하기 위해 액정이 사용될 수도 있겠다. 그런데 액정의 색깔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

우리는 모두 노란색 물감을 파란색과 섞으면, 우리의 눈이 그 혼합물을 녹색으로 해석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색채 이론은 기본 색상을 혼합하여 특정색상을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인쇄 산업에서 청록색(C), 자홍색(M), 노랑색(Y), 이 네 가지 색상들은 프린터에서 종이 위로 점을 찍으면서 출력물을 인쇄하는데, 

이들을 한 가지 색으로 통합하는 것은 우리의 눈과 시각 시스템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눈을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시간 동안 알고 있었다.

...

하지만 여기 내가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 

비행기에서 슈퍼히어로 영화를 보는 것과, 티치아노의 <부활>과 같은 걸작품이 걸린 미술관에 서 있는 것을 비교하면,

과연 어느 것이 나를 더 감동시킬까?

유감스럽게도 영화다. 

... 비행기의 마법같은 액체 화면은...   (119-1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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