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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은 마법사입니다
아이나 S. 에리세 지음, 하코보 무니스 그림, 성초림 옮김 / 니케주니어 / 2020년 4월
평점 :
커다란 그림책 위에 예쁜 꽃이 활짝 폈어요.
<식물은 마법사입니다>는 특별한 동화책이에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아홉 편의 동화 속에 나오는 식물과 숨은 과학 이야기를 만날 수 있어요.
백설 공주와 일곱 난쟁이, 아기 돼지 삼형제, 헨젤과 그레텔, 백조 왕자, 신데렐라, 잠자는 숲속의 미녀, 빨간 모자, 미녀와 야수, 알리 바바와 사십 인의 도둑.
친절하게도 먼저 아홉 편의 동화 내용을 압축해 들려줘요. 그리고 동화의 새로운 버전 같은 이야기를 들려줘서 호기심을 자극해요.
아니, 잠깐만요, 뭔가 이상하네요. 동화 속에 나온 내용이 가능한가요?
그냥 동화를 읽는 게 아니라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것 같아서 색다른 재미가 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동화 <헨젤과 그레텔>을 소개할게요.
사실 줄거리만 보면 굉장히 무서운 이야기지만 빵과 케이크로 만든 마법의 집 때문에 자꾸 끌려요. 아마 어떤 아이라도 빵과 케이크로 만든 집을 봤다면 환호성을 질렀을 거예요. 물론 마녀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죠. 아이들을 잡아 먹으려는 마녀... 으악! 상상만 해도 너무 무서워요.
그나마 다행인 건 마녀가 눈이 잘 안 보여서 속일 수 있었다는 사실이죠. 영리한 그레텔 덕분에 마녀를 해치웠고, 행복한 결말이라서 좋아요.
자, 이번에는 살짝 다른 버전의 이야기가 나와요. 주인공은 욕심 많은 할머니예요. 마녀라는 소문이 돌아서 아무도 할머니를 좋아하지 않았대요. 그래서 할머니는 깊은 숲속에 들어가 혼자 살 집을 짓기로 했어요. 재미있는 건 할머니가 집을 짓는 재료가 모두 먹을 수 있는 빵, 사탕, 쿠키, 케이크라는 거예요. 왜 먹을 것으로 집을 지었냐 하면 나중에 추운 겨울을 대비해서 식량을 비축해둔 거래요. 오랫동안 열심히 일한 할머니는 드디어 집을 완성했어요. 여기서 반전은 할머니가 추운 겨울에 먹으려고 잔뜩 만들어 놓은 빵과 케이크가 금세 지겨워졌다는 거예요.
그런데 잠깐! 헨젤과 그레텔이 숲속에서 발견한 집이 초콜릿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 않았나요?
아니오, 그림 형제가 쓴 동화에서는 그냥 빵이었대요. 그림 형제가 살던 독일 북서부의 베스트팔렌 지역에서는 특히 품퍼니켈이라는 호밀빵이 유명한데, 이 빵은 몇 달이 지나도 딱딱해지지 않는다고 하네요. 예전에는 호밀밭에서 자라는 맥각균이라는 균류가 우연히 밀가루에 섞여 들어가는 일이 종종 있었고, 이 균에 오염된 밀가루로 만든 빵을 먹으면 의식이 흐려지고 주의력이 떨어지는 섬망이나 환각 같은 심각한 정신 장애를 일으키기도 했대요.
17세기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세일럼 마을을 완전히 뒤집어 놓은 마녀재판처럼 역사상 가장 요란한 마녀재판이 맥각균 때문에 사람들의 정신이 이상해져서 벌어진 일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네요. 마녀재판이란, 14세기에서 17세기에 걸쳐 유럽과 북아메리카, 북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교회가 아무 죄 없는 여성들을 마녀로 판결하여 화형에 처하던 일을 말해요.
다시 빵과 사탕 이야기로 돌아가 볼까요?
빵과 케이크, 사탕을 만들기 위해서는 밀가루와 많은 양의 향신료가 필요해요. 옛날에는 설탕도 향신료의 일종이라고 생각했대요. 설탕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탕수수!
그렇지만 사탕수수에서만 설탕이 나오는 게 아니에요. 설탕을 만들 수 있는 식물이 아주 많은데, 그중 오늘날에는 사탕무가 주로 쓰인대요. 처음에는 사탕무가 뿌리에 설탕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몰랐대요. 18세기 독일의 어느 화학자가 그 사실을 발견했고, 그로부터 수십 년 후 그의 제자가 슐레지엔에 최초의 설탕 공장을 세웠다네요. 그리고 그와 비슷한 시기에 그림 형제가 그 지역에 널리 알려진 이야기들을 수집하러 다녔다고 해요. 이야기 수집꾼?
우리나라의 전래동화처럼 유럽에서 유래된 동화들을 읽으면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어요. 그 중 몇몇 이야기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고 하기엔 좀 음침하고 공포스러운 요소들이 많은 것 같아요. 헨젤과 그레텔을 보더라도 아빠가 아이들을 숲속에 버리잖아요. 그 이유는 식량 부족으로 인한 굶주림 때문이었죠. 실제로 그 시기에 유럽은 식량 부족이 무척 심각했다고 하네요. 마녀는 끔찍하지만 마녀가 만든 집이 결과적으로는 두 아이를 살렸다는 점에서 진정한 환상 동화인 것 같아요.
참고로, 책 속에 '마법의 생강 쿠키' 레시피가 나와 있어요. 와우, 마법은 어떻게 첨가해야 하나요? ㅋㅋㅋ
한 권의 동화책 속에 다양한 이야기뿐 아니라 과학 지식까지 배울 수 잇어서 정말 좋은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