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 - 2020년 제16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나무옆의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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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이름을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외국소설이라고 여겼을 거예요.

서문에 등장하는 장소가 호펜타운이거든요. 정확히는,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이에요.

워낙 처음부터 설명이 매끄러워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호펜타운이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짐작했네요.

엄청난 재벌인 클라우스 반디멘 씨가 은퇴 즈음해 거액을 기부해서 재단을 만들었고, 전국 156개의 도서관을 세웠대요.

원래 설립 목적이 지역 문화의 보존과 교육 기회의 균등한 제공을 위해 전국에 도서관을 짓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모든 반디멘 도서관은 지역 이름 외에 주제에 맞는 또 하나의 이름이 붙어 있어요.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의 또다른 이름은, 《 어디에도 없는 책들을 위한 도서관 Library For Nowhere Books 》이었어요. 왜 이런 이름이 붙여졌는지는 알 수 없어요. 다만 "Nowhere Books" 라는 이름 때문에 '어디에도 없는 책들' 이거나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책들'이라고 해석할 수 있어요.

특색이 없다는 게 도리어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아무나 혹은 아무거나, 그 자체가 선택이 되는 것처럼.

암튼 호펜타운 반디멘 재단 도서관은 153번째로 지어졌고, 지난 6월 30일에 공식적으로 문을 닫았어요.

시의회에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려야 한다면서 도서관 인수를 거부했고, 그로 인해 반디멘 재단은 도서관 부지와 건물을 매각하기로 했어요.

이런, 호펜타운이 어딘지는 몰라도 우리의 현실과 비슷하네요. 도서관을 경제 관점에서 판단하다니!

재단의 무관심과 방치로 지원이 끊긴 도서관을 시의회마저 외면해버렸으니 다음 수순은 폐관... 슬프네요. 

도서관에 있던 책들 중에서 기증된 책들은 원래 주인에게 전부 돌아갔는데, 그 중 빈센트 쿠프만 씨만 연락을 받지 않아서 그가 기증한 32권의 책들만 남았어요.

그래서 나, 에드워드 머레이가 마지막 사서로서 빈센트 쿠프만 씨의 책들을 기록으로 남겨둔 거예요.


네, 이 책이 바로 빈센트 쿠프만 컬렉션에 관한 카탈로그예요.

특별히 레나 문 씨가 책 표지를 그림으로 그려줬어요. 도서관의 책들뿐 아니라 도서관 이용자들에 관한 에피소드도 포함되어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추억"하기 위한, 도서관의 마지막 사서가 만든 '어디에도 없는 책'이라고 소개해야겠네요.

정말 책들이 신기하고 흥미로워요. 세상에 이런 책들이 있었구나,라며 발견하는 재미가 있어요.

책 속의 책, 뜻밖의 발견이랄까.

그러나 발견한 보물상자를 열어 볼 수는 없어요. 이미 결과를 알면서도 인터넷 서점에 책 검색을 해봤어요.

".... 에 대한 검색결과가 없습니다."

앨런 브랫포드의 『무한의 기원에 대하여 About The Origin Of Infinity』라는 책은 주석만으로 이루어진 책이에요. 수학책으로 짐작되는 이 책의 본문은 인쇄된 잉크가 모두 증발해버렸는지 텅 비어있고, 대신에 사방의 여백에는 연필로 적은 주석이 빽빽하게 적혀 있어요. 과연 본문은 사라지고 독자의 주석만 남은 책을 '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친절한 사서이자 이 책의 안내자인 에드워드 머레이 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해주고 있어요.

"독자 이론에 따르면 한 권의 책을 완성하는 것은 독자의 독서다. 

『무한의 기원에 대하여』는 그 명제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 남는 건 거의 무한에 가까운 자유다. 독자는 오직 자신의 상상만으로 이 책의 여백을 채워 나갈 수 있다.

... 나비가 누군가의 꿈일 수 없듯 한 독서는 다른 독서의 그림자가 아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동시에 책을 쓴다. 그것이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일어나는 일이다."  (168-170p)


와우, 찾았네요.

이 책을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벌어졌던 일들이 무엇인지, 머레이 씨의 설명으로 전부 이해됐어요.

아마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도 있겠네요.

그것이 바로 <도서관을 떠나는 책들을 위하여>의 묘미라고 할 수 있어요. 펼쳐보기 전에는 절대 알 수 없는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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