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와 존재하기 - 육체적, 정신적 그리고 영적 경험으로서의 달리기
조지 쉬언 지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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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경기를 본 적이 있어요.

똑같은 출발점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달리기 시작해요.

일반인 기준에서는 꽤 빠른 속도라서 마라톤 선수들을 눈으로만 좇는데도 숨이 찰 것만 같아요.

짧은 거리, 겨우 몇 걸음 정도라면 뛰는 시늉은 해봤어도 마라톤과 같은 정식 달리기는 해본 적이 없어요.

경험상 내 몸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서, 마음은 저 멀리 씽씽 달릴 것만 같은데 막상 달리기만 하면 발을 잡아끄는 듯한 중력감에 속도를 낼 수 없었거든요.

늘 궁금했어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들, 그들은 왜 달리는가?


<달리기와 존재하기>는 조지 쉬언의 책이에요.

조지 쉬언이 누구인지, 그의 가족들이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어요. 


"아버지는 심장병 전문의로서, 남편으로서, 아버지로서 자신이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다고 느꼈기 때문에 45세의 나이에 몸을 다시 발견하게 됐습니다.

약 먹기에 '지쳐버린' 아버지는 그대로 살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자신의 본 모습을 찾겠노라고 결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대학시절 뛰어난 1마일 경주 선수였던 아버지는 달리기를 새로 시작하게 됐습니다. 아버지는 다시 운동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5년 뒤, 아버지는 당시 50대 1마일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습니다. (4분 47초) 아버지는 계속해서 60여 회에 걸쳐 마라톤을 완주했으며, 61세의 나이에 3시간 1분이라는 개인 최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1968년에 아버지는 지방신문에 그간 달린 경험을 바탕으로 칼럼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는 전 세계의 위대한 사상가와 철학자들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달리기를 하는 과정에 일어날 수 있는 부상에 대한 처방을 아는 의사인 동시에 자신의 내면을 찾아가는 고독을 한껏 즐긴 아버지의 조언은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줬습니다.


... 아버지는 이 책에서 열심히 '왜 달리는가?'라는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 달리기는 아버지만의 놀이였으며 젊음을 되찾는 방법이었습니다. 아버지는 달릴 때, 러너는 예술가가, 어린아이가, 영웅이, 성자가 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아버지의 목표는 '저마다 반복될 수 없는 일들 속에서 독특한 존재'로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할 수 있는 최상의 인간이 되는 일이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전립선암과 7년간 투우사처럼 싸우고 난 뒤 75세 생일을 불과 며칠 앞둔 1993년 11월 1일에 돌아가셨습니다. ... 아버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운동하는 삶을 열정적으로 살아가셨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 책의 출간 20주년을 기념해 책을 펴냅니다. 지금 운동을 하든 하지 않든 열정을 가지고 삶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지 쉬언의 이 책이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버지의 글을 읽고 자신이 원래부터 위대했다는 사실을 눈치챌 수 있기를 바랍니다."

   - 1998년  쉬언네 가족 일동    (8-12p)


매우 감동적이었어요. 가족들이 기억하는 조지 쉬언은 진심으로 멋진 삶을 살았던 것 같아요.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낀 조지 쉬언은 '달리는 철학자'였어요. 달리기가 곧 삶의 깨달음을 얻기 위한 구도 과정이었어요.

그러나 본인은 어떤 목적이나 계산이 전혀 없었던 것 같아요. 그냥 본능적으로 달리게 되었다고, 제대로 살아가기 위해 달렸노라고 말하고 있어요.

의사 시절에 그는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으냐는 질문에 "장거리 달리기 선수로 살고 싶소."라고 말했고, 바로 달리기에 빠져들었어요. 그건 비이성적인 선택이었지만 현명한 선택이었어요. 의사 일을 관두고 달리기를 직업으로 삼은 건 아니니까. 오히려 달리기를 하면서 의학적인 지식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훌륭한 러너 가이드 역할을 했어요.

책 속에 조지 쉬언이 고안한 "매직식스 Magic Six 운동법"이 자세히 나와 있어요. 마라톤을 완주하고 싶다면 날마다 6마일(약 9.7킬로미터)은 달려야 하는데, 반드시 매직식스 운동법을 함께 해야 부상을 예방할 수 있어요. 매일 달려서 생기는 나쁜 점은 발과 다리와 무릎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근육 이상이나 요통 등이 생길 수 있는데 방치하면 달리기를 아예 못할 수가 있어요. 

수십 년에 걸쳐 달리는 동안, 그는 훈련에 관한 두 가지 규칙을 세웠다고 해요. 첫째는 무리한 연습보다는 부족한 연습이 낫다, 둘째는 문제가 생긴다면 그건 무리하게 연습했다는 신호이니 덜 연습해야만 한다는 거예요. 러너의 목표는 건강이 아니라 최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몸 만들기라고 해요. 건강이란 그렇게 몸을 만드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러너가 자신의 최선을 다하기 위해 건강을 희생하는 건 잘못됐다고 본 거예요. 조지 쉬언의 목표는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는 게 아니라 최상의 상태에 이르는 것이라고 해요. 우리 몸은 언제나 우리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 말해줘요. 몸의 말을 들어야 해요. 연습이 즐겁지 않고 싫증이 났을 때는 자신의 몸이 말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해요. 

마라톤의 매력은 직접 뛰어보지 않고서는 절대로 알 수 없는 것들이에요.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는 건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조차도 견디기 힘든 고통의 구간이 있기 때문이에요. 마라톤의 32킬로미터 지점부터 진정한 마라톤이 시작된다고 해요. 거기에 벽이 있고, 그 벽에 맞닥뜨린 순간부터 러너는 혼자서 그 벽을 뚫고 지나가야 해요. 그때 맞서 싸우는 가운데 행복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굳센 마음,즉 용기와 끈기로 힘든 일에 다가가야만 의미 있는 삶이 시작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해요.

장거리 러너들은 살아오면서 마라톤을 완주한 기억보다 더 대단한 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래요. 그만큼 마라톤 완주는 놀랍고도 특별한 경험이라는 것이죠.

무엇보다도 조지 쉬언에게 달리기는 놀이였다는 점이 중요해요. 재미있고 즐거우니까 계속 할 수 있었던 거예요. 

결국 놀이가 진정한 해답인 것 같아요. 러너들에게는 달리는 게 바로 노는 일인 것처럼 각자 자신만의 놀이를 찾기를.

"어떤 식으로 노느냐, 그건 어떤 식으로 이 세상을 살아가느냐를 뜻한다" (378p) 라고 조지 레너드는 말했대요. 이제 뭘 해야 할지가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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