칵테일, 러브, 좀비 안전가옥 쇼-트 2
조예은 지음 / 안전가옥 / 2020년 4월
평점 :
품절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의 차이점은 뭘까요?

제 기준은 간단해요.

질문과 함께 답까지 알려주면 장편, 질문만 던지면 단편.


<칵테일, 러브, 좀비>는 조예은 작가님의 단편집이자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라고 해요.

출판사명이 안전가옥? 

장르는 호러 스릴러?

와우, 강렬해요. 4편의 단편들을 읽으면서 살짝 놀랐어요. 왜냐하면 다 읽고나서야 장르를 확인했거든요.

표면적으로는 공포물이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블랙 코미디였어요. 소설이 가질 수 있는 상상력으로 비틀어낸 낯선 상황들이 묘한 공감과 허탈한 웃음을 줬어요.


"내 목에는 17년째 가시가 걸려 있다.

모두가 그럴 리 없다 하지만 나에게는 느껴진다.

하얗고 긴 가시. 

그것은 기도로 넘어가기 직전의 통로에 단단히 박혀 있다." (7p)


<초대>의 첫 문장이에요. 주인공 채원은 열세 살 때에 물횟집을 하는 이모가 준 회 한 점을 억지로 삼켰고, 17년째 목에 걸린 가시 때문에 이물감에 시달리고 있어요.

채원은 살던 동네와 가까운 대도시의 대학에 조소 전공으로 들어갔어요. 지금은 선배의 작업실을 함께 쓰는 대가로 반지 만들기 클래스를 맡고 있고요.

남자 친구 정현은 교묘하게 채원을 평가했어요. 주로 좋은 말로 시작해서 마무리는 이전의 차림새를 깎아내리는 식이에요. 그래서 기분이 좋은 것 같다가도, 돌아서면 어딘가 찝찝한 기분이 남았어요.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게 정현에게 맞춰져 갔고, 스스로의 변화에 무뎌졌어요. 그때마다 채원은 목의 이물감에 시달렸어요.

사실 이 소설은 저한테 '가시'로 기억될 것 같아요. 말할 수 없는 놀라운 뒷이야기들이 있지만 그보다 '가시'의 존재감이 너무 커서 제 머릿속에 꽂힌 것 같아요.


"너무 사소해서 남에게 말하기조차 민망하지만 확실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

존재하지 않지만 나에겐 느껴지는 것.

그런 걸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나는 알지 못했다." (17p)

 

살다보면 내 의지와 상관 없이, 일방적인 강요를 당할 때가 있어요. 한 마디로 폭력이죠.

어린 채원에게 억지로 회 한 점을 준 어른들은 선의였겠지만 당하는 채원 입장에서는 악의라고 볼 수 있어요. 남자 친구 정현조차 애정을 가장한 폭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누구에게 뭐라고 하소연하거나, 정현에게 따지기에도 애매한 것이 그는 대놓고 강요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어요. 단지 말만 했지... 전부 채원의 선택이었으니까. 아니, 스스로 선택했다고 착각한 거예요. 아무도 믿지 않는, 목에 걸린 가시처럼. 

과연 그 가시를 어떻게 다뤄야 할까요. 목 안에 아주 깊숙히 박힌 가시를 빼내려면.

소설의 결말이 정답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구나 싶은 충격을 남겼어요.  전혀 예상 못했던 초대였어요.


"다들, 있는 것도 그냥 없다, 없는 것도 있다 하고 사는 거죠." (38p)


4편의 단편들은 엄연히 다른 이야기인데, 뭔가 이어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칵테일처럼, 마치 좀비 칵테일처럼.

존재하지 않지만 소설 속에서는 존재하는 이야기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과 뒤엉켜 섞이는 것 같았어요. 썩 유쾌하지 않은 좀비지만 뭔가를 각성하게 만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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