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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개의 시간
카예 블레그바드 지음, 위서현 옮김 / 콤마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나와 개의 시간>은 그림 에세이예요.
그림 속 여자와 검은 개 한 마리가 보이네요.
네, 그래요.
이 책은 저자 카예 블레그바드와 그녀의 블랙독이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만약 옮긴이의 해설을 보지 않았다면 작가 카예 블레그바드가 오랜 기간 우울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거예요.
책 내용은 전혀 우울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들이라면 현실적으로 공감할 만한 내용들이에요.
그런데 그녀의 우울증을 알게 된 순간, 신기하게도 블랙독이 다르게 보였어요.
그녀가 태어날 때부터 쭉 함께 살아온 블랙독은 꽤 까다롭고, 그다지 착한 개가 아니에요.
블랙독이 그녀를 처음 문 건 세 살 때였다고 해요. 한 번이라도 개한테 물렸다면 공포증이 생겨서 도저히 같이 못 살 것 같은데...
그러나 그녀에게 블랙독은 인생의 전부였대요. 어떻게 그럴 수 있죠?
착하지 않다고 해서, 사납다고 해서 헤어질 수는 없는, 그런 관계였던 거예요.
그렇다면 그녀의 해결책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이 책을 읽기 전에 TV에서 개를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봤어요.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그분이 직접 반려견을 키우는 집을 찾아가 문제를 해결해주는 내용이에요.
주인공 반려견은 보호자의 과도한 사랑 때문에 도리어 공격적인 성향이 커진 경우였어요.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훈련사가 반려견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손이 물렸는데도 침착하게 개를 달래는 모습이었어요.
"네가 날 물 수 있어? 괜찮아. 난 아무렇지 않으니까."
그러자 신기하게도 개가 공격을 멈췄어요. 목줄을 풀어주려고 하는데 다시 공격하는 개에게 "이빨을 보이면 풀어줄 수 없어."라고 단호하게 말했어요.
긴장한 개를 안심시켜주면서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거절의 표시를 해주는 과정을 보면서, 결국 소통의 문제였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 반려견의 보호자는 개를 사랑할 줄만 알았지, 통제하는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나와 개의 시간>에서도 똑같은 장면이 나와요.
카예 블레그바드는 블랙독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했어요.
"이제는 녀석이 내 말을 듣지 않아도 그리 당황스럽지 않아요.
녀석이 화내며 크르렁거려도 더는 두렵지 않고요.
결국엔 진정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지요." (50p)
무슨 의미인지 아셨나요?
블랙독을 그저 반려견으로만 보지 말고, 각자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뭔가로 대입해 보세요.
자신의 블랙독과 함께 살아가야 할 운명이라면 이제는 블랙독을 다루는 방법을 배워야 해요. 누구든지 할 수 있어요.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처음엔 어렵겠지만 열심히 훈련하다 보면 점점 더 수월하게 다룰 수 있을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