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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을 보라 - 비통한 시대에 살아남은 자, 엘리 위젤과 함께한 수업
엘리 위젤.아리엘 버거 지음, 우진하 옮김 / 쌤앤파커스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책표지의 인물은 엘리 위젤이에요.
<나의 기억을 보라>는 엘리 위젤 교수의 가르침을 그의 제자 아리엘 버거가 엮어낸 책이에요.
25년간의 기록과 5년 동안의 강의 필기, 그리고 엘리 위젤 교수의 가르침을 받은 전 세계 학생들과의 대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해요.
아리엘 버거는 열다섯 살 때에 엘리 위젤이 쓴 책 <밤>을 읽고서 그가 유대인 강제수용소의 생존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대요.
인간이 삶의 의미를 찾아온 역사나 과정을 공부해보고 싶어서 엘리 위젤 교수가 있는 대학에 진학했대요. 전공은 종교학.
그리고 2학년이 되어서야 위젤 교수의 강의 하나를 수강할 수 있었대요.
"지난 20년 동안 나는 여러분이 이 강의실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또 서로에게 예컨대 '우리 전에 카프카를 함께 배우지 않았나요?'라든가
'키에르케고르에 대해 같이 토론한 적이 있었지요?'라고 말하는 모습을 그려보았습니다. 여러분이 새로운 우정을 쌓고 누리기를 바란 것이지요.
우정이란 나에게 종교나 마찬가지입니다. 그것도 아주 좋은 종교지요. 누군가 우정에 열광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있을까요?
우정 극단주의자가 되는 경우도 없을 테니 그저 서로에게 아주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만 하면 됩니다!
여러분이 나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는 만큼 나 역시도 여러분에게 많은 것을 배워 나갑니다.
... 과거의 이야기를 반복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가야 합니다." (79-81p)
첫 만남 이후 14년이 지난 2003년, 아리엘 버거는 보스턴 대학교에서 위젤 교수의 조교로 일했고, 2016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여전히 그의 학생임을 자처하고 있어요.
위젤 교수의 강의는 엄격하면서도 자유로웠다고 해요. 교육의 힘으로 역사를 바꿀 수 있다고 믿었던 위젤 교수는 평생 가르치는 일을 했어요.
"망각은 우리를 노예의 길로 이끌지만 기억은 우리를 구원합니다.
... 무엇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기억입니다." (50p)
사실 홀로코스트 생존자였던 위젤 교수의 강의라서 그와 관련된 내용이 많지 않을까라는 짐작을 했는데 전혀 아니었어요.
<밤>이라는 책 역시 홀로코스트를 많이 언급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 이유는 대학살의 내용이 진부하게 여기지는 걸 원하지 않기 때문이래요.
평범하거나 지겹게 받아들여진다는 건 대단히 위험한 일인 것이 엄청난 충격과 영향력을 가진 단어들이 그 힘을 잃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만일 홀로코스트가 뭔가를 증명할 수 있다면, 그건 바로 시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어린이를 죽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우리는 항상 단 하나의 생명이 인생에 대한 모든 말과 글보다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위젤 교수는 말했어요.
"나는 내가 만난 모든 학생에게 배움에 대한 애정을 가르치려고 애썼습니다.
배우고 또 배우는 겁니다.
우리는 오직 배움을 통해서만 윤리적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으니까요." (376p)
이 책은 위젤 교수의 가르침이며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배움이에요. 더 이상 인류의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 위하여.
그런 의미에서 엘리 위젤은 인류의 참된 스승으로 영원히 기억될 거예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