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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 스페이스 -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에스더 M. 스턴버그 지음, 서영조 옮김, 정재승 감수 / 더퀘스트 / 2020년 4월
평점 :
절판
숲과 정원을 거닐면 행복해지는 이유가 뭘까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자연이 주는 청량한 공기와 아름다움 등 여러 가지 이유를 이야기할 것 같아요.
중요한 건 그곳에서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힐링을 느꼈다는 사실이에요.
그곳이 바로 "힐링 스페이스"예요.
<힐링 스페이스>의 저자 에스더 M. 스턴버그는 정신과 의사이자 신경건축학의 선구자예요.
지금은 애리조자주립대학교의 앤드루웨일 통합의학센터 연구소장과 '장소, 웰빙 및 성과 연구소' 설립소장을 맡고 있으며, 같은 대학 의학 및 심리학과 겸직 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해요. 이 책은 나를 치유하는 공간의 심리학, 즉 신경건축학을 통해 치유의 비밀을 풀 수 있는 뇌과학까지 안내하고 있어요.
"치유의 메카니즘을 찾아서"가 부제라고 할 수 있어요.
자연이 치유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생각은 수천 년 전부터 있어왔지만, 실제 과학적 차원에서 연구된 건 20세기 말이에요.
2002년 8월, 매사추세츠주 우즈 홀 근처에서 미국건축가협회의 연구소장 존 에버하드가 건축과 신경과학 사이의 접점을 탐구하기 위해 과학자들과 건축가들의 합동 워크숍을 개최했는데, 그 워크숍이 발전해 신경건축학회가 탄생했어요. 로저 울리히는 1984년의 연구에서 자연풍경이 내다보이는 창문이 있으면 치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입증해낸 환경심리학자로서 그 워크숍에 참여했고 다양한 아이디어를 교환했어요. 마침내 신경과학, 건축학, 공학의 첨단 도구들을 결합하여 환자가 놓인 물리적 환경의 특성을 측정하고 분석하여 치유를 돕는 요인을 가려내는 공동연구가 이뤄진 거예요. 그리고 2003년에 샌디에고 출신 건축가 앨리슨 화이트로의 아이디어로 '신경건축학회'가 발족했어요.
사실 과학적 근거를 몰라도 우리는 이미 치유를 부르는 공간의 힘을 느끼며 살고 있어요.
그러나 막연히 느끼는 것과 정확하게 아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어요.
우리는 환경과 조화를 이루고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는 장소들을 만들어낼 수도 있지만 반대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장소를 만들어낼 수도 있어요.
따라서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있는 장소와 그 장소가 우리 내면에서 차지하는 자리를 인식하는 것이 중요해요.
장소에 대한 우리의 감각은 보고 느끼고 냄새 맡고 듣는 경험을 통해 기억으로 만들어져요. 그런 장소에는 좋든 싫든 어떠한 감정들과 연관이 되고, 그 감정들은 나중에 그 장소로 갔을 때 무수한 감정의 층을 환기시키는 작용을 해요. 같은 장소에 있는 사람들도 그 장소가 건강에 끼치는 영향을 좌우할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사람이 너무 많으면 공간이 부족하고 전염병이 쉽게 생길 수 있는 반면에 사람이 너무 적으면 고립감을 느끼고 우울해질 수 있고, 적당히 있으면 서로 아프거나 힘들 때 이겨내도록 도와주는 안전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요.
그렇다면 치유의 공간은 어디일까요?
가장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닌 곳은 바로 우리 뇌와 마음 속이에요.
우리의 감정과 기억이 자신을 치유하는 공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주변 세계를 인식하는 방식은 빛과 어둠의 정도, 소리와 냄새, 온도와 접촉 등 감각을 통해 뇌로 들어가고, 뇌의 감정중추들을 작동시켜 우리가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어요. 이런 감정중추들이 신경전달물질과 호르몬을 배출함으로써 면역세포들이 질병과 싸우는 방식을 변화시키는 거예요. 결과적으로 이런 소통을 통해 공간과 장소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면역체계와 치유능력에 영향을 끼치는 거예요.
또한 사건과 장소에 대한 기억은 우리가 자아를 감지하는 데에도 결정적 역할을 한다고 해요. 즉 "기억이 나를 만든다"는 거예요. 그래서 치매환자들이 기억이 희미해지기 시작하면 장소에 대한 감각과 자아의식이 희미해지고, 사라지는 기억과 함께 자기 자신도 조금씩 잃어가는 거예요.
치유에서 뇌의 역할을 인식하고 이해한다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깊은 사랑이나 확고한 믿음, 엄청난 기쁨, 깊은 평온과 같은 긍정적 감정들을 강화시켜야 해요.
마지막으로 저자는 도시와 세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하고 있어요.
19세기가 도시 전염병의 시대였고 20세기 초반은 도시 전염병이 소탕된 시대였다면,
21세기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전염병 확산이 증가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에 따라 지구온난화와 관련된 질병을 심화시키는 사회 기반시설과 환경을 바로잡는 것이
정치 지도자와 보건정책 전문가들이 할 일이 될 것이다.
유엔 세계보건기구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2007년에 기후변화가 건강에 끼치는 역할에 초점을 둔 보고서를 발표했고,
같은 해에 세계 보건기구 사무총장인 마거릿 챈 박사는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강연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기후는 전염병의 지리적 분포를 규정하고,
날씨는 그 심각도를 결정합니다.
기후변화는 금세기를 규정하는 건강문제입니다." (412p)
소름돋게 정확한 예측이었네요. 우리는 전 지구적 건강을 생각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지구온난화로 인해 과거에 전염병이 발생하지 않던 지역에서도 병이 발생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면서, 일부 학자들은 지구온난화가 계속 된다면 전염병의 엄청난 확산과 대규모 기상재해가 더 자주, 더 심하게 발생할 거라고 예측했어요.
이 책은 2009년 미국에서 출간되어, 우리나라에는 2013년 출간된《공간이 마음을 살린다》를 2020년 재출간한 거라고 해요.
책 속에는, 서울의 스모그 사진과 함께 '2013년까지 5년간 한국의 연평균 스모그 발생 일수는 130일에 달했다. 2020년에도 서울은 여전히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의 공습에 시달리고 있다'라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어요. 비교 대상으로는 뉴욕을 들면서, '뉴욕은 어떻게 건강한 도시가 되었나?'라는 제목으로 센트럴파크를 비롯한 도시환경의 장점을 소개하고 있어요. 세상에나, 그토록 건강한 도시가 코로나로 인해 최악의 도시가 될 줄이야... "이렇게 추운데 무슨 지구온난화?"라고 당당히 말하던...
하루 빨리 코로나 치료제가 개발되어 모두가 안전한 힐링 스페이스가 되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