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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의 위로 - 산책길 동식물에게서 찾은 자연의 항우울제
에마 미첼 지음, 신소희 옮김 / 심심 / 2020년 3월
평점 :
숲길을 걷고 싶어요.
나무와 풀향 가득한 푸르른 길.
4월이 다 가기 전에 걸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야생의 위로>를 읽고나서 더욱 그 마음이 커졌어요.
이 책은 엠마 미첼이 숲과 정원에서 찾은 치유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저자는 자신이 지난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고 고백하고 있어요.
날마다 숲속을 산책하는 일이 그 어떤 상담 치료나 의약품 못지않은 치유 효과가 있었다고 해요.
만약 처음부터 이런 고백이 없었다면 이 책은 사계절 숲에 관한 일기로 봐도 무방했을 거예요.
저자 개인에 관한 일기였다면 힘들고 우울한 마음들이 적혀 있겠지만 숲에 관한 일기는 늘 생생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가득한 것 같아요.
참 신비롭게 느껴져요.
저자는 집 대문을 나서 800여 미터를 걸으면 동네 숲 어귀에 이른다고 해요. 솔직히 집 근처에 숲이 있다는 건 대단한 행운인 것 같아요.
우리가 숲을 만나려면 멀리 산을 찾아가야 해요. 요즘은 벚꽃 나들이도 못하는 상황이니 숲길 산책은...
숲을 산책하다가 여러 식물을 관찰하고 꽃과 잎에 이름을 붙일 수 있었던 건 할아버지의 책꽂이에서 찾아낸 책 《영국 식물 컬러 소사전 The Concise British Flora in Colour》덕분이래요. 윌리엄 케블 마틴 목사가 이십 대에 영국의 야생화를 수채화로 그리기 시작해서 이 책을 출간할 때는 여든여덟 살이었다고 해요. 거의 평생을 바쳐 만든 이 아름다운 책 속에는 소형 수채화가 1,400점 이상 담겨 있다네요. 저자는 우울증이 극심한 날이면 《영국 식물 컬러 소사전》의 도판을 보는 것만으로도 전원에 나가 있을 때와 같은 안도감을 느낀다고 해요. 어쩐지, <야생의 위로>가 탄생한 이유가 있었네요.
일 년 동안 자신의 집 주변의 숲을 거닐며 관찰한 자연들을 기록하고 사진을 찍고, 그림을 그린 것들이 한 권의 책이 된 거예요.
책 속 사진들 중 숲 속 작은 오솔길을 한참 들여다봤어요. 왠지 저 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숲이 품어내는 싱그럽고 푸른 내음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숲에 살고 있는 수많은 생명체들이 얼마나 소중하게 순간들을 살아내고 있는지 느낄 수 있어요.
숲의 마음이 있다면 사계절 하루도 똑같은 날이 없는데도 매번 새로운 행복을 느낄 것만 같아요.
사람의 마음이란 시시때때로 오르락내리락 변하곤 해요. 저 같은 경우는 유독 주변의 영향을 많이 받아서 기분 조절이 어려울 때가 종종 있어요.
숲을 거닌다는 건 변함없이 든든한 숲의 마음을 느끼는 일이에요. 뭔가 안심되고 평화로워져요.
무엇보다도 이 책은 숲이 주는 위로뿐 아니라 저자의 심경이 그대로 나와 있어서 공감할 수 있어요.
완전하지 않은 나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그걸 숲이 도와주는 것 같아요.
"아주 어린 시절부터 나는,
내가 교회에서 느꼈어야 마땅하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모든 감정이 자연 속에서는 고스란히 느껴진다는 걸 알고 있었다."
- 소설가 앨리스 워커 Alice Walker (26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