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고양이 - 닿을 듯 말 듯 무심한 듯 다정한 너에게
백수진 지음 / 북라이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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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이란 언제 어디에서 시작될 지 알 수 없어요.

어디 사람뿐인가요.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들은 묘한 끌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고양이>의 저자도 '어쩌다 집사'가 되었다네요.


처음 만난 순간은 아직도 생생하다. 여름의 끝자락이었고,

나무가 태어난 지 7개월쯤으로 추정되던 때다. 나무는 소문대로 살가웠다.

첫 만남부터 내 종아리에 몸을 비비며 주위를 맴돌았고, 보드라운 꼬리가 찰싹찰싹 내 다리를 때리는 느낌이 경쾌했다.

사람을 피하지 않는 길냥이라니, 얼굴을 볼 만큼 본 친구네 고양이도 내가 다가가면 피하던데!

터키 이스탄불의 길고양이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 케디>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고양이가 발밑에서 당신을 올려다보며 야-옹 한다면,

그건 삶이 당신에게 미소 짓는 거랍니다."

이건 정말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나 역시 그렇게 나무와 사랑에 빠졌으니까. (16p)


이 장면을 보면서 설렜어요. 처음 만난 순간 사랑에 빠졌다니.

아직 한 번도 그런 고양이를 만난 적은 없지만 사랑의 감정은 뭔지 알 것 같아서.

다만 이제껏 고양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자꾸 고양이에게 관심이 가는 제 마음은 잘 모르겠어요.

그냥 궁금하고, 보고 있으면 마음이 즐거워지는 것 같아요.

내 고양이는 아니지만 고양이 나무에 관한 이야기에 푹 빠지고 말았어요.

저자는 고양이 나무를 사랑하면서 새로운 캐릭터가 생겼다고 해요.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저자를 보면 고양이를 떠올린다는 것.

여기저기 소문난 마음, 그것이 나무가 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숨길 수 없는 사랑이야말로 우리 삶을 빛나게 해주는 힘인 것 같아요.

이유는 설명하기 싫지만 울고 싶을 때, 고양이를 붙잡고 감정을 토해보고서 고양이의 위로를 알게 됐다고 해요.

가만히 곁에 있어 주는 것.

일부러 뭔가 해주지 않아도 그냥 곁에 머물면서,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존재.

그래서 고양이만 한 친구가 없다는 말에 고양이의 존재 이유 혹은 의미를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어쩌면 나만 몰랐던 게 아닌가 싶어요. 고양이집사들은 다 아는 이유.

고양이의 마음이 사랑이든 의존이든 일상의 온갖 귀찮음을 무릅쓰고 집사를 자처하는 사람들에게 고양이는 사랑 그 자체인 거예요.

슬그머니 곁으로 다가와 몸을 기대는 고양이의 온기를 느낄 때.

사랑 이야기만큼 매력적인 이야기가 또 있을까요.

<아무래도, 고양이>는 한 편의 러브 스토리였어요. 


나는 왜 나의 고양이를 사랑하는가? 모르겠다.

어느날 그렇게 정해졌고, 사랑하지 않는 방법은 모르겠다.

굳이 이유를 따져보자면, 나무가 먼저 확신을 주어서다.

"나무야, 누나가 그렇게 좋아? 왜 그렇게 좋아?"

아무리 물어도 대답 한 번 해주지 않지만 나는 안다.

나무는 이 세상 어떤 존재보다도 나를 사랑하고, 의지하고 편안해한다.

나무는 나를 절대로 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반려동물과 주고받은 사랑은 특별하다.

그 고마운 마음을 느껴버린 이상, 나는 나무를 영원히 사랑할 수밖에 없다.

이건 다짐도 아니고 의지가 필요한 일도 아니다. 그냥 그렇게 되는 일이다.

... '영원할 마음'의 시작은 나무였다. 이 또한 변하지 않는다.  (220-222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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