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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리커버 에디션)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평점 :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은 정여울 작가님의 에세이예요.
2020년 리커버에디션으로 새롭게 출간되었어요.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이 20대를 향한 편지였다면, 이 책은 저자의 파란만장한 30대를 향한 이별의 편지라고 해요.
새삼 정여울 작가님의 깊이 있는 문장에 감탄했어요.
"나, 지금 제대로 살고 있는 걸까?"
"외로움 앞에 우리는 모두 평등하다."
"일생에 여백이 필요한 순간들"
"평생 후회할 일을 저지를 때, 비로소 어른이 된다."
똑같이 30대를 거쳐 왔는데 왠지 뭔가를 놓쳐버린 느낌이 들었어요.
분명히 이건 내가 아니라 저자 스스로에게 하는 말인줄 알면서도, 오래전 일기장을 펼친 것 같았어요.
"어른이 되어서 가장 안 좋은 점 중 하나는 상처받기 싫어서 아예 새로운 도전을 회피하는 것이다.
꿈은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을 거라고 비관하고,
'어차피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라고 자책하고,
열심히 노력해봤자 어차피 제자리걸음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그 '어차피'가 어른스러움의 본질이다." (99p)
어른스러움이 주는 고통을, 성인이 된 이후 내내 시달려왔던 것 같아요.
'어차피'를 핑계 삼아 살다보니, '어쩌다' 여기에 다다른 기분이에요.
어떻게 세월이 흘렀는지 돌아볼 겨를 없이, 정신차려보니 늙은 나를 마주한 것 같아요.
다만 아프고 힘든 순간을 버텨낼 수 있는 힘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여기, 지금 살아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자는 우리에게 바쁨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나 시간의 흐름을 보는 시선을 바꾸자고 이야기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잃지 않는 여백의 시간이 필요해요.
성숙이란 이룰 수 없는 열망에 집작하지 않는 기술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욕심을 부려 더 채우기보다는 이미 가진 것들을 소중하게 여기는 게 행복의 기술인 것 같아요.
정여울 작가님의 문장은 깨끗하게 씻어낸 나의 민낯을 볼 수 있게 해줘요.
무엇보다도 이 책을 '소리 내어 읽기'를 추천해요. 마음에 드는 문장부터 조금씩...
작가님은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소리 내어 읽기'를 하고 있다고 해요. 처음에는 시험기간에 졸음을 몰아내려고 했는데, 기분이 안 좋거나 많이 힘들 때 혹은 잡념을 몰아내고 싶을 때마다 소리 내어 읽기를 했더니 머리가 맑아지고 의욕이 샘솟았다고 해요. 소리 내어 글을 읽는 시간은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며,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나만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이라고. 저 역시 작가님 덕분에 낭독의 즐거움을 알게 됐어요. 좋은 문장은 그 자체의 힘을 지녔어요. 부디 느껴보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