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리커버) -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
제롬 케이건 지음, 김성훈 옮김 / 책세상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무나 익숙해서 착각할 때가 있어요. 마치 안다는 착각.

어쩌면 무지보다 더 위험한 것은 안다는 착각이 아닐까 싶어요.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는 어느 심리학자의 겸허한 에세이예요.

저자 제롬 케이건은 미국심리학회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 30인'에 속하는 인물이라고 해요.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 석좌교수이자, 하버드 정신 - 뇌 - 행동 학제간 연구소장을 지냈으며, 그의 연구 결과는 발달심리학의 교과서가 됐다고 해요.

그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미셸 드 몽테뉴의 《수상록》을 다시 꺼내 읽다가 든 생각 때문이에요.

몽테뉴는 불과 서른여덟 나이에 하던 일을 그만두고 자신의 성으로 들어가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21년 후 사망할 때까지 다양한 주제로 쓴 에세이들이 《수상록》이라는 세 권의 수필집으로 남았다고 해요. 몽테뉴처럼 그 역시 은퇴한 심리학자로서 여러 생각들을 담아낸 책을 써보고 싶다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심리학에 국한된 전문서적이 아니라 보편적인 에세이로 분류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무언가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내 아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그 앎의 주체가 호모 사피엔스, 즉 인간이기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네요.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가?


책의 구성은 매우 체계적으로 인간을 완성하는 12가지 요소를 목차로 꼽아 차례대로 이야기하고 있어요.

언어, 지식, 배경, 사회적 지위, 유전자, 뇌, 가족, 경험, 교육, 예측, 감정, 도덕.

이 중 '언어'와 '지식'에 주목했어요. 말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을까? 안다는 건 무엇인가?

사실 저자는 전문지식이 없는 대다수의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자신이 알고 있는 열두 가지 주제를 이야기하고 있어요.

그에겐 이 책이 곧 시도라고, 표현하고 있어요. 복잡한 개념을 알기 쉽게, 제대로 진실을 담아내는 일.

재미있는 건 언어의 역사를 알아가고, 단어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거쳐 다다른 결론이에요.


"제롬 케이건의 행동, 신념, 감정, 유전자, 뇌, 내장, 근육, 면역계는 적지 않은 변화를 겪었음에도 

그 이름을 가진 '나'라는 사람의 법적 상태와 다양한 역할을 지명하는 단어들은 지난 60년 동안 변하지 않았다.

단어는 변화하고 있는 사건들을 정지화면의 형태로 바꾸어놓아 마치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듯한 믿음을 불러일으킨다.

... 단어는 사건들을 디지털화해서 서로 다른 종류의 것들이 담겨 있는 통 속에 넣기 때문에 경험이 왜곡된다."   (30p)


작가 호세 오르테가 이 가세트(Jose Ortega y Gasset)는 단어가 사용되면,

그 단어는 아마도 관찰 가능한 사건의 이름일 거라 가장하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염려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개념을 만들어내는 순간 실재는 방을 떠나고 만다."  (33-34p)


모든 사실이 언젠가는 다시 수정될 수 있다는 것은 다들 아는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의 선언으로부터 비롯된 지식은 현대 과학에서 특권적 지위를 누리고 있어요. 연구자들이 종종 대중이 믿고 싶어하는 내용을 뒷받침하는 설명을 함으로써 아무런 증거 없이 대중에게 받아들여졌어요.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2013년에 다섯 번째 정신질환 매뉴얼을 발표했는데, 이 매뉴얼의 정당성은 전적으로 작성자의 지혜를 얼마나 믿느냐에 달려 있다고 하네요. 놀랍게도 매뉴얼에 나오는 질병 범주 중 확실한 과학적 사실로 증명된 건 절반도 되지 않는다고 해요. 미국 학술지에 발표되는 수백만 편의 논문들 중에는 명백한 오류를 담고 있는 가짜 논문도 받아준 사실을 밝히고 있어요. 따라서 학술지에 발표된 논문이라고 해서 그 정당성을 확신해선 안 된다는 뜻이에요. 이렇게 충분한 검증이 되지 않은 사실에 대해서는 대중의 태도가 중요해요. 

중요한 발견을 하려면 올바른 질문을 던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과학자들을 말하곤 해요. 똑같은 관점에서 대중들은 올바른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돼요.

저자는 학자로서 설명하되 자신이 이해한 것들을 다 안다고 말하지 않아요.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 체스와프 미워시의 에피소드를 통해 말해주고 있어요.


어느날 오후 미워시는 오리들이 바로 곁에서 흐르고 있는 맑은 개울물을 놔두고 흙탕물 속에서 목욕하는 것을 보고 놀라고 말았다.

그래서 그는 의자에 앉아 있는 늙은 소작농에게 오리들이 맑은 개울물을 왜 무시하는 것인지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 노인이 대답했다. "몰라서 그렇죠."

자기 세대와 자기 자녀들의 세대를 책임지려는 사람에게는 이 대답이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주문이 될지도 모르겠다.

미워시의 글을 읽었다면 몽테뉴도 미소를 지었을 것이다. 그 또한 이렇게 믿었기 때문이다.

"공부를 해서 얻는 것은 더 현명하고 나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500p)


마지막으로, 자신이 다 안다고 착각과 무조건 옳다는 맹목적 믿음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어요. 

무엇이 인간을 만드는지, 제대로 알아가는 공부는 모두에게 필요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