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
임이랑 지음 / 바다출판사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식물을 좋아해요. 하지만 키우는 건 마음대로 안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요?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됐어요. 

"식물을 키우는 일은 곧 '관심'의 문제라는 걸요." (15p)


<조금 괴로운 당신에게 식물을 추천합니다>는 저자 이랑님의 식물 친구들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하네요.

몇 해 전 한참 불안했던 시절에 처음으로 식물에 정을 붙이기 시작했다고 해요. 자주 물을 주고 무조건 햇볕을 많이 쬐면 식물이 좋아할 거라 생각하며 화분을 들였다가 차례로 죽이고 말았대요. 알고 보니 너무 물을 많이 줬던 거예요. 초보 가드너들이 식물을 죽이는 이유가 대부분 과습이래요. 지나친 사랑이 독이 된 거죠. 

저희집도 딱 그랬어요. 식물도 사람이나 동물처럼 저마다 삶의 방식이 다른데 그것도 모르고 똑같이 대했으니... 그동안 죽어간 식물들에게 미안하네요.

식물을 좋아하지만 매번 제대로 키우지 못했다면 그건 관심이 부족했던 탓이래요. 단순히 예뻐하는 마음만으로 식물을 키울 게 아니라 식물에 대해 제대로 알면 잘 키울 수 있어요. 이랑님이 알려주는 팁을 소개하자면 네 가지만 기억하면 돼요. 바로 적당한 온도와 습도, 통풍과 햇빛!

내 집의 어떤 창에서 가장 빛이 잘 들어오는지, 내가 키우는 식물이 건조한 걸 좋아하는지 습한 걸 좋아하는지, 일년생인지 다년생인지 관심을 갖고 길게 바라봐주면 즐겁게 크는 게 식물이라고요. 내가 정성을 쏟는 만큼, 가꾸면 가꿀수록 풍성하게 자라는 모습으로 기쁨과 위로를 준다고요. 그래서 이랑님은 마음이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한대요. 식물을 키워봤자 또 죽인다고 포기하지 말고, 열심히 키우고 많이 죽여봐야 많이 살릴 수 있대요. 식물을 잘 키우는 특별한 방법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끝없는 관심, 그거 하나면 된대요. 쭈욱 관심을 줄 자신이 없다면 스투키 같은 식물이 좋대요. 물을 자주 안 줘도, 대단한 관심 없이도 잘 살아남는, 씩씩한 스투키를 키우면서 힘을 내는 거예요.

이 책은 이랑님의 반려식물들이 주인공이에요. 

왠지 '우리 애가 이렇게 잘 자랐어요.'라고 뽐내는 듯 한데, 그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요. 반려식물들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어서, 덩달아 그 식물들에 대한 호감이 생겼거든요. 씨앗을 심고 새싹을 피워내는 과정을 지켜보며 설레고 감동받는 이야기가 한 편의 성장 드라마 같았어요. 


"...처음엔 흙 사이에 작은 점 같은 구멍이 생기고, 다음날은 그 점이 조금 더 커지고, 

그다음 날이 되어서야 드디어 초록색 정수리가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나 아침저녁으로 물을 줘야 하는 꽃 화분과는 다른 양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녀석이 겨우 깨알보다 조금 큰 이파리 두 장으로 시작해 네 장, 네 장에서 여섯 장으로 자라나는 기나긴 시간 동안

꽃 화분에서는 벌써 첫 꽃이 피었다 지고, 새로운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 수많은 꽃이 피고 지는 동안 블랙티트리는 여전히 손가락 한 마디 크기입니다.

푸르른 계절의 다른 식물은 모두 하룻밤 사이에도 깜짝 놀라게 자라났지만

친구들의 속도와는 상관없이 느긋한 녀석도 있는 법이겠지요."    (84-85p)


이랑님은 우울한 날이면 용기 내어 식물을 구경하러 간대요. 고요하고 멈춰 있는 것 같아도 사실은 자라나고 있는 식물 친구들을 보면서 어둠을 이겨낼 작은 빛을 얻는대요.

각자의 속도로 자라나는 식물처럼, 사람도 자신에게 맞는 속도을 찾아 움직이거나 멈춰 있어도 괜찮다고...

이랑님이 조금 괴로운 사람에게 식물을 추천할 수 있었던 건 자신이 바로 조금 괴로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에요. 식물들 덕분에 일상의 아름다움을 목격하고, 작은 기쁨을 발견하면서 소중한 삶을 지켜냈던 거예요. 함께 살아가는, 사랑하는 누군가로 인해 힘들어도 견딜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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