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 - JM북스
츠지도 유메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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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또 갈아탔네......"

보고 또 봐도 항상 적응이 안 된다. 

이제는 익숙해질 법도 한데 절대 그럴 수는 없다고

쇼헤이의 이성이 겨우 버티며 명령했다.  (7p)


<짝사랑 탐정 오이카케 히나코>의 주인공 히나코는 덕질이 취미이자 특기인 여고생이에요.

쇼헤이는 히나코의 친오빠이자 스무 살 대학생이에요. 벌써 10년도 넘게 접이식 플라스틱 커튼으로 나뉜 방을 같이 쓰고 있어요.

평균적으로 2,3주마다 바뀌는 히나코의 팬심 때문에 방 인테리어의 대격변이 벌어지고 있어요. 

처음에는 히나코 책상 주변에만 사진이 붙어 있었는데 어느새 침대 옆, 책꽂이 측면, 벽이나 천장까지 퍼져나가더니 쇼헤이 쪽 공간까지 침범하기 시작했어요.

아무리 잔소리를 해도 끄덕 없는 히나코, 이번에는 스무 살의 꽃미남 배우 스다 유야에게 빠져 있어요. 사실 방 전체를 사진으로 도배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진짜는 거의 스토커 못지 않은 정보수집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스케줄을 줄줄 꿰면서 몰래 쫓아다니지만 절대로 접촉하거나 피해를 주는 일은 없어요. 히나코 덕질의 특징은 오로지 혼자 즐기는 짝사랑이라는 거예요. 현실 남자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최애*한테 입덕**하는 게 훨씬 행복하다네요.

【 *최애 : 가장 사랑하는 아이돌 혹은 어떤 대상 / **입덕 : 입문 + 덕후(오타쿠)에서 유래한 말로 열렬한 팬이 되었다는 뜻. 

어딘가 익숙한 느낌이라 웃음이 났어요. 우리집에도 히나코 수준은 아니지만 수시로 최애가 바뀌는 사람이 있거든요. 방 전체를 사진으로 도배하는 것과 짝사랑 같은 덕질을 하며 행복해 하는 모습이 닮았어요. 다른점은 스케줄을 쫓아다니는 일은 없다는 거예요. 한때는 너무 금세 바뀌길래 '월간 덕질'이라고 놀렸네요. 재미로 놀리면서도 신기했던 건 덕질이 주는 만족감이 꽤 높아보였다는 거예요. 그게 짝사랑과 덕질의 차이인 것 같아요. 현실적인 대상을 혼자 좋아하는 짝사랑은 주로 가슴앓이, 고통을 수반하지만 아이돌과 같은 이상적인 존재를 좋아하는 덕질은 그 행위 자체가 즐거운 놀이 같아요. 덕질은 이뤄야 할 사랑이 아니라 자기만족을 위한 사랑 같아요.

솔직히 덕질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는 없지만 존중하고 있어요. 본인이 입덕으로 행복하다면야 누가 말릴 수 있겠어요.


히나코의 덕질 보고서에 따르면, 연극배우에서 스모 선수, 천재 아역 배우, 익명 만화가, 수상까지 스펙트럼이 다양해요. 좋아하는 이유가 단순히 꽃미모가 아닌 거죠. 참으로 그 속을 알 수는 없지만 히나코의 추리 능력은 최고인 것 같아요. 덕질을 통해 탐정으로 거듭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셜록까지는 아니어도 히나코 시리즈가 나와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히나코가 입덕한 사람에겐 꼭 사건이 벌어지거든요. 그게 재미의 핵심이에요. 자신의 최애에게 벌어진 사건인 만큼 히나코는 은밀하고도 위대하게 탐정 역할을 수행하고 있어요. 종종 친오빠 쇼헤이의 도움을 받긴 해도 최종적으로 범인을 추리해내는 건 히나코예요. 순수한 팬심으로 미스터리한 사건을 척척 해결해내는 히나코를 보고 있노라면 그 매력 속으로 빠져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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