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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책을 펼쳐서 읽을 때 유독 어떤 책은 낯선 곳을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요.
에쿠니 가오리... 익숙한 일상을 낯설게 만드는 능력이 있는 것 같아요.
평범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일상 이야기인데 그들의 내면을 엿보는 순간, 더 이상 평범하지 않아요.
공감하기엔 낯선, 그러나 뭔지 알 것 같은 느낌 혹은 감정.
과연 그것이 사랑이었을까,라는 물음표를 남기게 돼요.
<도쿄 타워>을 읽으면서 딱 그 기분이었어요.
사실 가본 적 없는 도쿄 타워에 대해 특별한 감흥이 있을 리 없지만, 사진으로 본 도쿄 타워는 일본의 에펠탑이었어요.
뾰족하게 솟아 오른 전파탑 도쿄 타워는 50년 넘게 도쿄를 상징하는 건축물이라고 해요. 실제 용도는 송신탑을 일원화하여 방송전파를 수신하는 것인데, 디지털 방송으로 바뀐 지금은 일부 방송국만 FM 전파를 송신하고 있다네요. 그만큼 세월이 흘렀고 많은 것들이 바뀌었어요.
재미있는 건 제가 만난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는 15년만에 리커버 개정판이라는 거예요.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도쿄 타워는 바로 에쿠니 가오리의 도쿄 타워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의 감정은 세월과는 무관하니까. 마치 모두를 향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송신하는 듯.
"세상에서 가장 슬픈 풍경은 비에 젖은 도쿄 타워이다.
트렁크 팬티에 흰 셔츠만 걸치고 인스턴트커피를 마시면서,
코지마 토오루는 생각한다." (9p)
토오루는 스무 살 대학생으로, 이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2년 전, 토오루는 엄마 친구인 시후미를 처음 만났고 지금은 은밀한 만남을 갖고 있어요.
오직 시후미만 바라보는 토오루는 생각해요. 시후미는 무엇이든 갖고 있구나, 돈, 자기 소유의 가게, 그리고 남편.
아슬아슬하게 시후미와의 관계를 유지하는 토오루를 보면서 인간의 욕망에 대해 생각했어요.
인간은 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망이 있는 것 같아요. 채울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간절해지는 마음.
"한낮의 도쿄 타워는 수수하고 온화한 아저씨 같다.
초등학교를 오가는 길에 토오루는 언제나 그렇게 생각했다.
수수하고 온화한, 견실하고 마음 푸근한." (93p)
토오루는 여전히 소년인 것 같아요. 시후미가 처음 토오루를 만났을 때 음악적으로 생겼다고 말한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서로 끌리는 이유는 다르지만 어찌됐든 토오루와 시후미는 서로에게 끌렸어요.
토오루의 친구 코우지는 어떻게 친구가 됐을까 싶을 정도로 달라요. 유일한 공통점은 연상의 여자를 만난다는 점.
코우지는 작년에 미팅으로 만난 유리와 사귀는 중이에요. 가족 모임에도 함께 가는 공개 여친은 유리지만 밀회를 즐기는 여성은 연상의 유부녀 키미코예요.
겉보기엔 매우 건실한 대학생 코우지는 하루 24시간을 바쁘게 쪼개 살면서 만족하고 있어요. 요시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 말을 코우지에게 해주고 싶네요. 무엇보다도 마음 주는 일을 가볍게 여겼던 건 대단한 실수였어요. 그걸 깨닫게 될까요.
풋풋한 스무 살의 사랑과는 거리가 멀지만 역시나 사랑을 모른다는 점에서는 스무 살이 맞네요. 사랑이 사랑인 줄 모르는 철부지 스무 살.
"... 한 집에서 함께 사는 것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절대 같은 게 아니라고." (265p)
사랑이 뭔지 모르겠다면 다음 질문에 답해보세요.
그 사람과 함께 살아가고 싶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