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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지나간 후
상드린 콜레트 지음, 이세진 옮김 / 현대문학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깊은 한숨과 먹먹한 가슴...
<파도가 지나간 후>를 읽는 순간부터 밀려오는 감정과 생각들, 마치 쓰나미 같았어요.
엿새 전, 그 파도를 직접 본 사람은 루이뿐이었어요.
열한 살 소년 루이는 저녁을 먹기 전인 일곱 시 정각, 닭장 문이 잘 닫혔는지 마지막으로 확인하러 나왔고, 저만치서 괴물이 하늘을 다 가릴 태세로 돌진하는 걸 봤어요.
너무 놀라 쏜살같이 뛰어 집 안으로 들어와 문을 잠갔어요. 루이는 고함치며 헐떡대느라 아무 말도 못했어요. 루이가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땅과 벽이 무섭게 흔들렸고 창문이란 창문은 죄다 파도에 두들겨 맞았어요. 그날 밤 가족 모두는 파도와 강풍에 흔들리는 집 안에서 불안에 시달렸어요.
바다 저편 어느 섬에서 화산이 분출했고,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났고 땅의 절반이 침수되었어요. 다행히 루이네 집은 물에 잠기지 않았어요. 그러나 점점 해수면이 올라가는 걸 보면 남은 땅이 언제 잠길지 알 수 없었어요. 여길 떠나려면 망가진 보트를 고쳐야 했어요.
루이네 가족은 11명이에요. 아빠 파타, 엄마 마디 그리고 9남매 - 장남 리암(15살), 차남 마테오(13살), 셋째 아들 루이(11살), 넷째 딸 페린(9살), 다섯째 아들 노에(8살), 여섯째 딸 에밀리(6살), 일곱째 딸 시도니(5살), 여덟째 딸 로테(3살), 아홉째 딸 마리옹(1살)
9남매 중 세 명만 장애가 있어요. 루이는 한쪽 다리가 뒤틀린 채 태어났고, 페린은 한쪽 눈이 안 보이고, 노에는 유난히 몸이 왜소해요. 심술쟁이 형들은 부모님이 안 계시면, 루이는 '절름발이', 페린은 '애꾸눈', 노에는 '난쟁이'라고 부르며 놀렸어요.
열셋째 날 아침, 잠이 깬 루이는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동생 페린과 노에를 바라보았어요. 어제와 똑같은 아침인 줄 알았는데 뭔가 확실히 달랐어요.
집에서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았어요. 커피 냄새도, 빵 굽는 냄새도, 아무 냄새도 나지 않았어요. 집에는 세 아이만 남겨졌어요.
그러니까 부모님과 다른 형제들은 보트를 타고 이 섬을 떠나버린 거예요.
어째서 셋만 남겨두고 간 걸까요.
과연 보트를 타고 떠난 가족들은 무사할까요.
애초에 잘못된 선택을 했어요. 쓰나미로 점점 가라앉는 섬을 떠나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서 보트에 누구를 태울 것인가.
아빠 파타와 엄마 마디에게 아홉 명의 아이들이 똑같이 사랑스러운 존재였다면 무슨 기준으로 보트에 태웠는지 생각해봐야 해요.
누구를 탓하겠어요. 가장 괴롭고 슬픈 건 그들일 텐데.
아무도 쓰나미를 탓하지 않아요. 인간이 어쩔 수 없는 영역이니까. 우리가 숨쉬는 공기처럼 존재하는 자연의 일부이니까.
그러나 파도가 지나간 후, 우리에겐 선택권이 있어요. 어떻게 살 것인지.
다만 아직 어린 세 아이, 부모에게 버려진 그 아이들에게는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어요. 그저 살아남는 수밖에.
참혹한 비극의 현장, 치열한 생존기를 보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