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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 -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7
이재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평점 :
<식스팩>은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이에요.
어느 소설이나 비슷한 감탄을 하게 되지만 특히 청소년소설은 어떻게 그 마음을 그려냈는지 정말 궁금해요.
신기한 건 어른이 된 나 자신인 것 같아요. 분명 그 시기를 지나왔으면서 마치 남의 일처럼, 왜 까마득히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어요.
저자는 청소년이 아닌 어른이며 현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라고 해요. <식스팩>을 썼다는 건 아이들에 대한 관심과 애정의 결과물이 아닐까 싶어요.
바로 주인공 강대한을 통해 십대가 겪는 질풍노도가 무엇인지를 엿본 것 같아요. 사실 소설이 아니어도 현실에서 늘 지켜보는 입장이라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었어요.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대한이는 리코더에 관한 남다른 의미를 품고 있다는 점이에요.
초등학생 시절에 배우는 리코더는 중학교 진학 이후에는 다시 접할 일이 거의 없는 것 같아요. 학교에서 다루지 않을 뿐더러 악기 자체에 대한 호감도가 높지 않아서 꾸준히 연주하는 경우가 드물어요. 그런데 대한이는 작년에 고등학교 입학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리코더부 창설이었어요. 그동안 명맥이 끊겼던 미래고 리코더부 제37기를 부활시켰고 리코더부의 부장이 되었어요. 미래초 리코더부 출신 친구들이 하나둘 모였고 대한이를 포함해 열한 명의 부원이 찬란했던 영광을 되찾는 줄 알았는데...
이럴 수가, 고작 1년만에 리코더부원들이 하나둘 그만두겠다고 알려 왔어요. 다들 고2가 되었으니 공부에 전념하겠다며 탈퇴를 선언한 거예요. 그 마지막 부원이 절친 효재였어요. 효재만큼은 남아 주리라 믿었는데 마지막 말로 대한의 가슴에 쐐기를 박았어요.
"너도 이제 그만하는게 낫지 않을까? 고등학생이 리코더 부는 거...... 솔직히 좀 쪽팔리잖아." (13p)
오 마이 갓! 쪼, 쪽팔린다고?
효재 녀석의 변심에 울분을 토하며 끓어오르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있는데, 더욱 충격적인 일이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건 동아리실을 재수탱이 최정빈, 그 최정빈이 부장으로 있는 스포츠부에게 뺏기게 된 거예요. 리코더부 부원이 대한이 혼자뿐이니 동아리실에서 쫓겨날 판이에요. 너무나 황당한 마음에 선생님을 찾아갔더니 도리어 없애는 걸로 얘길 하셔서 대한은 곧장 학칙을 언급하며 반론을 펼쳤어요. 난처해진 선생님은 일단 리코더부 부원이 다음 주까지 모집되면 계속 운영하는 걸로 하자고 말씀하셨어요. 이미 짐을 옮겨놓은 정빈이는 거칠게 항의했지만 최종결정이 날 때까지는 어쩔 수 없이 동아리실을 나눠쓰기로 동의했어요.
동아리실을 지키기 위해서 대한이는 새로운 부원을 모집해야만 해요. 과연 대한이의 리코더부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
대한이의 철천지원수가 된 정빈이는 잘생긴 외모, 늘씬한 근육질 몸매와 큰 키로 여자애들의 인기를 독차지하는 녀석이에요. 매년 학교에서 재학생들을 모델로 한 학교 달력을제작하는데, 작년에 정빈이가 철인3종경기 우승자가 되어 올해 달력 6월의 모델이 되었어요. 아주 보란 듯이 웃통을 벗어 젖힌 채 멋있는 척 하고 있는 정빈.
식.스.팩. 우리말로 복근. 참 나, 그게 뭐라고, 다들 그 난리인지... 대한이는 속으로 투덜댔어요. 형이 그랬어요. 살 빼면 나오는 게 복근이라고. 복근은 지방에 가져져서 그렇지 누구나 가지고 있는 거라고, 고로 강대한에게도 그 식스팩이 있다는 말씀.
나한테는 소중하지만 남들 눈엔 쪽팔리는 '리코더'와 지금 내겐 보이지 않지만 그 어딘가에 숨어 있는 '식스팩'.
지금 대한은 소중한 리코더를 지키기 위해 식스팩이 필요해요. 왜냐하면 정빈이와 내기 대결을 했기 때문이에요. 다가올 철인3종경기에서 이긴 사람이 동아리실을 쓰는 걸로.
누가봐도 승부가 뻔하지만 대한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노력했어요. 그 결과는...
사실 <식스팩>에서 감동적인 장면은 대한과 정빈의 대결 결과가 아니라 대한이 엄마가 따스한 손으로 대한이의 등을 어루만져주는 장면이었어요.
엄마는 대한이 등을 가만히 쓸어 주며 이렇게 말했어요.
"네가 아니었으면 아빠는 벌써 무너졌을 거야. 그건 엄마도 마찬가지고."
"내가 뭘 했는데."
"엄마 아들로 있어 줬잖아."
내 눈을 바라보는 엄마의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아들, 생일 축하해."
엄마가 나를 꼭 안아 주었다.
고마워요, 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나도 엄마의 등을 어루만졌다. (221p)
식스팩, 아마 살면서 내 배에서 이걸 볼 일은 없겠지만 내 마음에는 이미 식스팩이 존재했었네요.
대한이의 가족들을 보면서 새롭게 식스팩의 존재를 발견했어요. 어떤 시련에도 단단하게 나를 붙잡아주는 식스팩 같은 가족들, 사랑하고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