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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먹어라 -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
마이클 부스 지음, 김현수 옮김 / 글항아리 / 2020년 2월
평점 :
저자 마이클 부스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될 것 같아요.
영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그의 책을 겨우 세 권 읽었을뿐이지만 참으로 독특한 인물인 것 같아요.
각자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고는 해도 어느 정도 기준이 있게 마련인데, 마이클 부스는 유일무이 자신만의 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대단하다는 감탄보다는 역시나 특이하다는 신기함이랄까.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는 '미친 듯이 웃긴 인도 요리 탐방기'라고 하네요.
특별히 저자는 이 책을 중년을 향해 가고 있거나 이미 넘어선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어요. 그건 저자 본인이 중년 남성이기 때문이죠.
이번 책에서도 아내 리센이 등장하니 좀더 친근감이 느껴졌어요. 일상의 삶, 부부의 솔직한 이야기만큼 흥미롭고 공통된 주제가 또 있을까 싶네요.
아하, 음식 이야기가 있었구나.
외국인들도 아홉수라는 게 있는 걸까, 아니면 마이클 부스가 예민한 건지 알 수는 없지만 서른아홉이 된 그는 중년의 늪에 빠지게 됐어요.
최근에 도시 한복판에서 시골 구석으로 이사한 것이 우울증을 일으킨 주요 원인이라고 볼 수 있어요. 1990년대 후반부터 글밥을 먹고 살면서 생활비는 급등하는데 프리랜서 저널리스트의 원고료는 오랫동안 꿈쩍도 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깎이는 지경이니... 눈물을 머금고 도시의 삶을 포기했던 거예요. 이사하기 전까지는 평균 일주일 한 번, 인도 음식점을 갈 정도로 좋아했는데, 이제는 갈 엄두를 못낼 정도로 먼 거리에 살다보니 궁여지책으로 집에서 만들어 먹게 되었어요. 그 결과는 어설픈 흉내에 그쳤으니 점점 우울해진 거죠. 이때 아내 리센이 제안한 거예요. 남편이 우울과 알콜에 허우적대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기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어요. 바로 다함께 인도 여행을 가는 것.
그러니까 이 책은 아내 덕분에 탄생한 엉뚱하고 유쾌한 인도 요리 탐방기예요.
주제는 인도의 음식과 여행 이야기이지만 그 안에 담긴 내용들은 지지고 볶아대는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싶네요.
마이클 부스와 아내 리센 그리고 두 아들 애스거와 에밀이 직접 보고 느낀 인도의 모습이야말로 생생한 인도 여행기라고 볼 수 있어요.
물론 인도의 다양한 요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는 없을 것 같네요. 그동안 수많은 자기계발서와 명상서적을 통해 본 인도의 모습은 익숙하지만 요리 탐방을 내세운 가족 여행기는 처음 읽어본 것 같아요. 요즘은 방송 프로그램 중에 세계를 여행하는 내용이 많아져서 시각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어요. 하지만 직접 여행을 가지 않는 한 현지에서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은 알 수가 없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서는 그 감정과 생각을 어느 정도 공유할 수가 있어요. 특히 마이클 부스처럼 솔직함을 빼면 시체라고 할 수 있는 작가라면 더욱 실감나는 현장을 엿볼 수가 있어요.
인도 여행을 떠나기 전 중년 우울증에 허덕이며 자기계발서의 조언들을 비웃던 그가 머나먼 이국땅 인도에 가서야 '그 순간을 충실히 사는 것'의 의미를 깨달았다니 매우 인간적인 면모였어요. 누구든 자신이 깨닫기 전에는 인정하지 않는 것들이 있잖아요. 뻔한 교훈에 식상하면서도 무시할 수 없는 진리가 존재한다는 걸 깨달을 때, 우리는 한 단계 성숙해지는 것 같아요. 마이클 부스에게는 현명한 아내 리센이 곁에 있다는 게 주효했어요. 어린 두 아들까지 데리고 인도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용기가 멋졌어요. 실제로 두 아들에게는 인도 여행이 훌륭한 인생 공부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도 중년의 사춘기를 겪는 마이클 부스에게 영혼의 나라 인도는 구원을 위한 최적의 여행지였던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