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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 - 상상할 수 없는 독특한 뇌를 가진 사람들
헬렌 톰슨 지음, 김보은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20년 2월
평점 :
뇌과학은 놀랍고도 신기한 모험의 세계 같아요.
직접 모험을 떠날 수는 없으니 연구자들이 들려주는 인간의 뇌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최신 뇌과학 관련한 책들을 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요.
<집에서 길을 잃는 이상한 여자>라는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예전에 읽었던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가 떠올랐어요.
저자 헬렌 톰슨은 신경과학 학위와 과학 커뮤니케이션 석사 학위를 마친 뒤 <뉴사이언티스트> 잡지의 뉴스 편집자가 되었어요.
프리랜서 기자가 된 지금은 BBC와 <가디언>지를 비롯한 다양한 언론 매체에 글을 기고하고 있어요. 특히 뇌, 그 중에서도 특이하고 기이한 뇌는 그를 매혹하는 분야라서, 관련된 정보를 얻기 위해 신경학회에 참석하고 과학 논문과 기발한 의학 잡지를 살폈다고 해요. 그러다가 문득 질병을 앓는 당사자와 주변인을 직접 만나서 조사한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에 이르렀대요. 이때 떠오른 인물이 바로 올리버 색스였다고 해요. 1985년 출간된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색스는 자신의 사례 연구 대상자를 '상상할 수 없는 세계의 여행자들'이라고 불렀어요. 그로부터 30여년이 흘렀고 색스의 이런 발상을 다시 점검할 시간이 되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책은 올리버 색스의 뒤를 잇는 새로운 여정이라고 할 수 있어요.
저자는 병원환경과 신경학자의 시선에서 완전히 분리된, 즉 환자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친구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었다고 이야기해요.
그래서 과학자들이 놓친 부분을 짚어내고 있어요. 관찰해야 할 환자가 아니라 공감해줄 친구로 만났을 때에만 들을 수 있는 삶의 이야기들이 있어요.
어쩌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그러한 이야기였던 게 아닌가 싶어요.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뇌를 탐구하는 일은 연구자들의 몫이겠지만 그들이 밝혀낸 뇌의 비밀을 아는 건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일이에요.
나 자신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열쇠인 것 같아요.
사람마다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이유는 바로 개성 있는 뇌 덕분이었어요. 인지 능력의 차이가 있다는 걸 알면 당연한 결과일 거예요.
과연 사람의 뇌가 우리가 믿는 것처럼 정상인지, 그 정상의 기준은 무엇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책에 소개된 사례들은 너무나 뚜렷한 증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이상한 뇌라고 규정할 수 있어요. 이 이상한 뇌들은 소위 정상 뇌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독특한 창 역할을 하고 있어요. 사회는 우리에게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두려워하라고, 다른 사람이 보지도, 듣지도 않는 것을 보고 듣는 것을 정신 불안의 징후로 여기라고 가르쳐요. 하지만 상상 그 이상의 기이한 뇌를 접하다 보면 단순히 비정상이 아닌 잠재된 능력의 발현으로 볼 수 있어요. 그만큼 인간 뇌에 얽힌 복잡한 수수께끼는 앞으로도 계속 풀어가야 할 끝없는 여정이에요. 책에 나온 아홉 명의 사례는 정말 놀라웠어요.
자신이 살아온 날들을 빠짐없이 기억할 수 있는 밥, 방향 감각이 사라지는 질병 때문에 자신의 집에서도 길을 잃는 샤론, 희귀한 공감각을 지닌 탓에 사람을 볼 때 색을 인지하는 루벤, 뇌종양으로 하룻밤 사이에 인격 변화를 보인 토미, 아무도 들리지 않는 소리를 혼자만 듣는 청각 장애인 실비아, 동물화 망상증으로 자신을 호랑이라고 생각하는 마타, 내 몸이 내 것이 아닌 듯 내 몸에서 분리된 느낌인 이인성 증상을 겪는 루이즈, 자신이 죽었다고 믿는 망상인 코타르 증후군(일명 '걷는 시체 증후군')을 앓는 그레이엄, 거울 뉴런계의 활성이 유달리 발달하여 타인이 느끼는 촉각 감각과 감정을 보면 자신도 똑같이 느끼는 조엘.
아직까지 그들이 겪는 고통을 다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 너무나 안타까웠어요. 사실 처음에는 이상한 뇌에 관한 호기심이 더 컸는데 다 읽고나니 알 것 같아요. 가장 먼저 밥, 샤론, 루벤, 토미, 실로, 실비아, 마타, 루이즈, 그레이엄, 조엘, 바스와 그의 가족, 친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저자의 마음처럼 친구의 시선으로 보게 되었어요. 그들을 통해 우리도 특별한 뇌를 가졌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는 곧 우리의 뇌라는 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