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
폴코 테르차니 지음, 니콜라 마그린 그림, 이현경 옮김 / 나무옆의자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버려진다는 것에 대하여.

살면서 어느 순간 세상으로부터, 그 누군가로부터 버려진 적이 있나요?

<개, 늑대, 그리고 하느님>은 그 절망의 끝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주인공은 버려진 개.

태어날 때부터 주인의 보살핌을 받던 도시의 개는 어느날 길가에 버려졌어요.

반짝이는 멋진 목걸이를 빼면서 주인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 주인에게 개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주인의 속마음을 알 수는 없지만 개의 마음과 같지 않다는 건 알 수 있어요.

꼬박 사흘 밤낮을 먹지도, 마시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던 개는 쓰러졌어요.

만약 그 목소리가 아니었다면 버려진 그 가로등 아래에서 죽어갔을 거예요.


"왜 울고 있어?" (16p)

"왜 우냐고? 가진 걸 다 잃었으니까!"  (17p)

...

"아하. 네 문제는 네가 가진 것들을 잃은 게 아니야. 넌 믿음을 잃었어." (19p)


버려진 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먹이를 준 이상한 개는 바로 늑대였어요.

늑대는 절망에 빠진 개에게 달의 산으로 순례를 가보라고 이야기했어요.

그곳에 도착하면 생명체들을 보살피는 무언가가 있는지 없는지를 알게 될테니.


개는 주인에게 버려지기 전까지는 바깥 세상에 대한 궁금한 적이 없었어요.

주인이 제공한 안락한 집과 풍족한 먹이, 반짝이는 목걸이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 그 모든 걸 빼앗겼어요. 내가 누군지, 어디서 왔는지 아무도 모르는 낯선 곳에 버려졌어요.

자신이 가진 걸 전부 잃었다는 개에게 늑대는 네가 알고 있는 세상보다 더 큰 세상이 있다고 알려줬어요.

이 세상은 크고 작은 무수한 생명체가 매일 아침 아무것도 갖지 못한 상태로 눈을 뜨고 있어요.

과연 그들의 주인은 누구일까요.

누가 그들을 돌봐주는 걸까요.

늑대의 질문이 개에게 일어날 힘을 줬어요. 어딘지는 모르지만 가야할 곳이 생겼어요. 달의 산!


그 길에서 개는 믿었던 다른 개에게 배신을 당하고, 오히려 무서워 했던 늑대 무리의 도움을 받게 돼요.

아마 짐작했겠지만 "버려진 개"는 절망에 빠진 우리의 모습과 닮아 있어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 찾아온 늑대처럼 예기치 않은 도움의 손길이 우리를 붙잡아줄 때.

그리고 새로운 삶의 목표가 생기고, 낯선 길을 가게 되면서 누가 자신의 주인인지를 서서히 깨닫게 되는 것 같아요.

버려진다는 건 묶여 있던 목걸이에서 벗어나는 일이에요. 벗어나봐야 알 수 있어요. 그 목걸이가 족쇄였다는 걸.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고 했던 알렉산드르 푸쉬킨의 시가 떠올랐어요.

삶의 시련은 우리 자신을 옭아매고 있던 족쇄를 풀어내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프고 괴롭지만 그 고통이 헛되지 않음을 깨닫는 일.

동화 같은 이야기 속에 인생 여정이 담겨 있어요. "달의 산"을 향해 가는 순례의 길.

결국 우리도 그곳을 향해 가고 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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