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GPS를 달아 보았다 - 한밤중의 숲, 반경 2킬로미터의 대모험
다카하시 노라 지음, 양수현 옮김 / 하루(haru)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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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알면 알수록 신기한 존재가 있어요.

바로 고양이.

요즘들어 고양이 관련 책들이 많이 출간되는 걸 보면 고양이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는 것 같아요.

<고양이에게 GPS를 달아 보았다>는 도쿄에서 조용한 산속으로 이사 온 어느 부부의 일상을 담아 낸 에세이예요.

부부가 이사한 곳은 오이타현의 구니사키반도로 예전에 귤 밭이었던 작은 산의 꼭대기라고 해요.

마을에서 약 2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차량이나 인적이 드물어서 여섯 마리의 고양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딱 좋은 곳이라네요.

책 속에 담긴 풍경 사진을 보고 감탄했어요. 온통 초록빛으로 물든 벌판과 숲이 완전 아름다워서, 실제 이런 곳에 산다면 매일 산책이 즐거울 수밖에 없겠다고.

더군다나 사랑스러운 고양이들과 함께라면 지상 낙원이겠죠?

부부와 가족이 된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소개하자면, 산꼭대기 공원에서 주운 사 남매 (통통하고 귀여운 시마 형, 무서운 얼굴과는 달리 다정한 근육맨 히데지, 기가 센 어리광쟁이 치, 낯을 가리고 소심한 푸)와 에리카의 아들 쿠츠시타, 에리카의 딸 시마시마가 있어요. 

강인한 엄마 고양이 에리카와 검은 고양이 쿠로는 산에서 태어나고 자란 들고양이들이에요. 저마다 개성 넘치는 외모라서 누가 누구인지 바로 구분할 수가 있네요.

사실 고양이 목에 구슬도 아니고, GPS를 달게 된 사연이 궁금했어요.

고양이에게 외출을 허락하면서 시마 형 행방불명 사건과 푸의 먼 외출 사건이 계기였다고 해요. 며칠째 사라진 고양이들 때문에 애를 태우다가 특단의 조치로 GPS를 달게 된 거래요. 처음에는 길을 잃거나 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염려가 컸는데 나중에는 GPS 덕분에 고양이들의 행동 범위를 확인하는 재미가 생겼던 거죠.

고양이 네 마리에게 GPS를 달아 보니 각자 좋아하는 놀이터가 따로 있다는 것과 행동 범위가 상당히 넓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생긴 모습이 다르듯이 고양이들 성격도 제각각이라 활발하고 기가 센 암고양이 치는 독보적인 활동을 보여주고 있어요. 평상시 산책할 때도 걷지 않고 늘 뛰어다닐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데, 저녁밥을 먹은 후에는 아침에 다 같이 돌았던 산책 코스를 혼자 걷다가 밤 11시가 넘으면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든대요. 다시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몰래 빠져나와 산책 코스와는 전혀 다른 길을 신나게 돌아다닌대요. GPS를 달기 전에는 매일 밤 부부와 함께 잠자리에 들었고, 아침 5시에도 아직 이불 속에서 자고 있었기 때문에 밤 외출을 하는지 전혀 몰랐대요. 요런 깜찍한 녀석 같으니라고 ㅋㅋㅋ  아무도 몰래 밤마다 산책을 즐겼을 줄이야~

정말 흥미로운 사실은 원정 활동을 개시하는 시각이 오전 0시 30분에서 2시 사이, 즉 사람이 잠든 후라는 것과 밤사이 걷는 거리가 약 4킬러미터라는 거예요. 또 네 마리 모두 오전 4시 반부터 4시 45분 사이에 반드시 귀가한다는 거예요. 왜냐고요?  그건 고양이들의 아침 식사 시간, 즉 오전 5시까지 돌아오기 위해 어느 지점에서 유턴을 하여 돌아오기 때문이에요. 오호~ 밥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다니, 이토록 규칙적이고 똑똑할 줄이야~ 

고양이들은 부부와 함께 산책할 때, 혼자 산책할 때, 집에 머무를 때, 밥 먹을 때 등등 자신만의 규칙대로 생활하고 있었네요. 마냥 뒹굴뒹글 게으름만 피우는 줄 알았는데 완전 오해였어요.  무엇보다도 이들 부부가 여섯 마리의 고양이를 가족으로 여기는 이유를 알 것 같아요. 새삼 가족의 의미를 떠올리게 됐어요.

인간이 고양이를 돌보는 개념이 아니라 인간과 고양이가 더불어 함께 사는 가족이라는 걸 느끼게 됐어요. 이불 위에서 고양이들이 서로 몸을 꼭 붙이고 한 덩어리가 되어 자는 모습을, 부부는 '고양이 경단'이라고 부른대요. 추운 겨울날에는 매일같이 고양이 경단을 볼 수 있다는데,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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