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모를 때 - 잃어버린 나를 찾는 인생의 문장들
전승환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한때 스스로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어요.

그러다가 착한 게 아니라 착한 척 했다는 걸 깨닫는 계기가 있었어요.

늘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다보니 어느새 나는 사라진 느낌...

무엇보다도 나의 배려가 상대에게 대단한 것이 아니었음을 알게 된 후로는 정신을 차렸어요.

가장 첫 번째로 배려하고 아껴줘야 할 사람은 바로 나라는 걸.


<내가 원하는 걸 나도 모를 때>라는 제목이 끌렸어요.

그동안 착한 척 하느라 놓치고 살았던 게 바로 '나'였기 때문에, 그게 익숙해져서 정작 나는 뭘 원하는지 모르게 됐거든요.

왜 나는 묻지 않았을까, 내가 뭘 원하는지...

저자는 SNS에서 <책 읽어주는 남자> 채널을 운영하고, 네이버 오디오클립 <인생의 문장들>도 진행하면서 수많은 독자들에게 아름다운 글과 위로의 말을 전하고 있어요.

이 책은 '책 읽어주는 남자'로 활동하면서 공감하고 큰 위로를 받았던 인생의 문장들을 담고 있어요.

왜 인생의 책이 아니라 인생의 문장들일까요.

당연히 좋은 책 속에 좋은 문장이 담긴 것인데, 책이라고 하면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독서의 즐거움이 반감될까봐.

단 몇 줄에 불과한 짧은 글이라도 누군가에게 무한한 감동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인생의 문장'을 소개하고 전달해주고 싶다는 것이 저자의 마음이에요.

우리 마음 깊숙한 곳에 슬픔이 찾아와 위로가 필요한 순간, 그때 책 속 문장이 다가와 손을 건네며 말을 걸어요.

사람이 주는 위로도 필요하지만 책 속 문장이 주는 위로는 온전히 자신의 감정과 마음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줘요.


자신이 하찮은 존재라는 생각 때문에 느끼는 불안의 좋은 치유책은

거대한 공간을 여행하는 것,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예술 작품을 통하여 세상을 여행하는 것이다.

       - 알랭 드 보통의 『불안』  (23p)


슬픔이 한 번도 본 적 없는 거대한 모습으로 

눈앞을 가로막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

그리고 믿어야 합니다.

삶이 당신을 잊지 않았다는 것을. 

당신의 손을 꼭 잡고 있다는 것을. 

결코 그 손을 놓지 않으리라는 것을.

   -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38p)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만나면 밑줄을 긋곤 하는데, 이 책은 온통 좋은 문장만 모아둔 탓에 마치 수험생의 책처럼 밑줄 천지가 되었어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내 마음이 누군가의 글을 통해 읽게 된다는 건 따스한 햇살처럼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아하, 이거였구나.'

어쩌면 입 안에 맴돌기만 하다가 끝내 내뱉지 못한 답답함이 단숨에 뚫리는 기분이랄까.

왠지 밝고 즐거운 모습만 보여줘야 할 것 같아서, 속상하고 괴로운 마음은 감추고 살았던 것 같아요. 감춘다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마음 어딘가 쌓여 있다가 어느 순간 왈칵 쏟아지나봐요. 뜬금없이 눈물이 나올 때가 있어요. 도대체 이 눈물은 뭘까, 그 의미도 모른 채 당황스러웠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마음들을 꺼내어 보게 되었어요.

겁먹고 구석에 숨은 고양이를 달래듯이. "자, 괜찮아~ 안심해. 나와보렴."


충분히 건조되었을 때야 온몸으로 응축하고 있던 향기를 더 향기롭게 퍼뜨리는 뜨거운 차 한잔처럼

사람의 마음과 마음이 마주한 시간도 그와 같다.

향기롭게 발산하기 위하여 나에겐 언제나 따뜻한 물과 같은 당신이 필요하다.

        -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 (69-70p)


우리 차 한잔 할까요?

뜨거운 차 한잔으로 몸을 녹이듯이, 이 책도 좋고, 자신이 원하는 그 어떤 책도 좋아요. 책을 읽다가 만나는 인생의 문장이 바로 우리에겐 추운 날 마시는 차 한잔이 될 수 있어요. 매서운 추위를 쫓을 수는 없어도 당장 얼어버린 몸을 풀어줄, 딱 그만큼의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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