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마보이
가쿠타 미쓰요 지음, 이은숙 옮김 / 하다(HadA)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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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요?"라고 묻는 책.

<마마보이>는 여덟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요.

세상에 엄마 없이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그래서일까요, 왠지 엄마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특권을 가진 사람 같아요.

여덟 편의 이야기 속 엄마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인데, 이상하게도 다른 듯 같다는 기분이 들어요.

<파슬리와 온천>의 엄마는 타인의 사소한 행동 하나에도 악의를 느끼는 매우 부정적인 사람이에요. 어릴 때 엄마는 레스토랑에서 요리에 곁들여 나온 파슬리는 절대로 먹지 말라고 했는데, 그 파슬리는 손님이 남긴 것을 재사용한다고 굳게 믿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아직 어린 나는 먹어서는 안 되는 이유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파슬리는 먹는 것이 아니라고 믿게 되었어요. 지금 엄마는 병원에 입원 중인데 나에게 자꾸 이상한 이야기를 해요. 온천지 여관에서 아가씨의 춤을 보았다니...엄마의 망상은 어쩌면 접시 위 파슬리와 같은 게 아닐까요. 그러면 내가 지금까지 봐 왔던 세상은 나 자신이 본 것이 아니라 엄마의 눈으로 본 한 장의 천 같은 것이 아닐까, 갑자기 불안해졌어요.

내가 결혼하지 않은 것은 엄마를 봐 왔기 때문이에요. 결혼이란 것이 얼마나 사람을 불행하게 하는지, 사람은 다 악의로 가득 찼다고 엄마에게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기 때문이에요.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는데 미대에 가지 않고 여대에 진학한 것도, 스물두 살 때부터 8년간 직장을 세 번 옮긴 것도 엄마가 그렇게 하라고 했기 때문이에요.

죽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이제야 깨달았어요. 나도 뭔가에 매달리듯이 모두 엄마 탓으로 돌리지 않으면 지금의 나 자신을 긍정할 수 없다는 걸. 만일 그런 탓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나에게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요. 

주인공 나의 경우처럼 극단적인 성격의 엄마가 아니어도, 엄마 손에 자란 사람들은 엄마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어요. 그가 유독 약해서 엄마에게 끌려간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도 어쩔 수 없이, 엄마 앞에서는 약해지는 부분이 있어요. 애증의 관계, 사랑하는 동시에 미워할 수밖에 없죠. 엄마와의 육체적인 연결고리는 태어나는 순간 탯줄이 잘리면서 끝난 것 같지만 정신적인 연결고리는 더욱 견고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자녀의 입장에서 그 고리를 끊는다는 건 마치 엄청난 배신 같아서 혹은 불안해서 끊어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러나 홀로서기, 한 인간으로서 독립하려면 부모와의 고리를 끊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아요. 어른이 된 자녀에게 시시콜콜 모든 걸 간섭하는 부모라면, 그 연결고리는 사랑보다는 집착으로 변질된 것일 수도 있어요. 세상에 마마보이와 마마걸이 존재하는 이유겠지요.

엄마의 파슬리와 온천으로 인해 주인공 나는 씁쓸하지만 적나라한 현실을 마주하게 됐어요. 자신은 더 이상 엄마 말에 끌려다니는 어린애가 아닌 걸, 비로소 어른이 되는 아픔을 겪게 된 거죠.

이 책에 등장하는 엄마는 수많은 엄마들의 모습 중 일부분을 보여주고 있어요.

모성애로 똘똘 뭉친 희생적인 엄마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지극히 현실적인 엄마들 덕분에 오히려 엄마라는 틀을 깨고,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어요. 아무도 '엄마'라는 존재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어요. 엄마도 한때는 아이였고, 여전히 여자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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