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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 -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
단 카츠 지음, 허형은 옮김 / 책세상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그림과 상징(은유)은 제 머릿속에서 마법지팡이 같아요.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그림이나 상징을 사용하면 재미있게 변환이 되어 머릿속에 들어오거든요.
살짝 걸려서 안 들어오는 것도 있지만 ㅋㅋㅋ
<내 머릿속 도마뱀 길들이기>는 그림 한 장에 담긴 자기 치유 심리학책이라고 해요.
저자는 이 책을 '일러스트로 표현한 은유'라고 설명하고 있어요. 최신 심리치료가 짧은 글과 단순명쾌한 일러스트로 변환되었다고 볼 수 있어요.
다들 짐작했겠지만 '내 머릿속 도마뱀'은 우리 두뇌 가장 안쪽에, 편도체(공포 감지기)가 내장된 '도마뱀 뇌'라고 불리는 원초적인 기관을 상징하는 말이에요.
처음 책을 보자마자 예쁜 그림책 같아서 마음에 들었어요. 역시나 첫느낌 그대로 책 내용도 좋았어요.
딱딱한 심리학책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을 위한 맞춤 책인 것 같아요. 유쾌하고 재미있어요.
진짜로 이 책이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녔는지는 직접 확인해야겠죠? 전 굉장한 자극을 받았어요.
2000년대 초, 과학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다양한 정신과적 치료요법이 보건시스템 안에 정착되던 시기였다고 해요.
저자가 당시 훈련받은 인지행동치료도 공황 증후군 치료에 효과가 좋은 것으로 입증된 새로운 치료요법이었대요.
이 치료법의 원리는 단순해요.
환자가 불안 반응에 자발적으로 노출될 의향만 있다면 스스로 얼마든지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치료가 되는 거예요.
문제는, 이러한 불안 반응을 이끌어내는 과정이 환자에게 그다지 유쾌한 경험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상담심리사는 치료법의 원리를 설명하는 것뿐 아니라 환자 스스로 불쾌한 상황을 마주하도록 그 이유를 설득시켜야만 하는데, 굉장히 어려운 일이에요.
저자는 자신의 첫환자에게 공황 발작에 관한 기초이론과 뇌 기능을 장황하게 설명했지만 환자의 반응은 시큰둥했대요. 환자 입장에서는 상담만으로 불안 증상이 사라질 줄 알았는데,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일들을 의도적으로 실행하라는 처방을 줬으니 납득할 수 없었겠죠.
바로 그때 번쩍 아이디어가 떠오른 거예요.
파충류 뇌나 편도체에 대한 설명을 멈추고, 흰 종이에 인간의 머리통을 그리고 그 안에 조그만 도마뱀을 그려넣은 후에 다음과 같이 설명한 거죠.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파충류 뇌라고 하는 요 기관이 좌우하는데요,
이놈 지능이 딱 도마뱀 수준이에요.
그러니까 우리가 겁에 질리는 순간은 이 멍청한 도마뱀 녀석이
우리 뇌를 장악한 거라고 보시면 돼요.
이 녀석은 겁을 잔뜩 먹어서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이해 못해요.
아무리 영리한 사람도 다 똑같아요.
왜냐면 누구든 일단 겁에 질렸다 하면 아이큐가 한 자리인 도마뱀의 통제를 받거든요.
과연 도마뱀한테 상황을 이해시키는 게 가능할까요?"
...
"못 하지요, 맞습니다.
사고 수준이 지극히 단순한 짐승과 대화하는 건 불가능하잖아요.
그 짐승은 겁낼 이유가 전혀 없는 걸 자기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아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도 직접 버스를 타고 멀리 가봐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 건물 꼭대기 층까지 올라가봐야 하는 겁니다.
그래야만 환자분 머릿속의 도마뱀 녀석이 상황을 있는 그대로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
"그럼 제가 이상한 게 아니라는 거죠?
도마뱀이 뇌를 장악해서 그런 거니까요!
그럼 이제 그 도마뱀만 재교육하면 되는 거예요?"
"예, 바로 그거예요!" (34-36p)
놀랍죠? 복잡한 뇌의 메커니즘이 '도마뱀' 그림으로 단번에 이해가 됐으니 말이에요.
이 책은 똑같은 방식으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심리적 문제들을 묘사한 은유적인 그림 32점, 각 그림 한 장마다 곁들인 글.
그림 1. : 내 머릿속에 도마뱀이 산다고?
▶ 겁쟁이 도마뱀에게 인생의 운전대를 넘겨주지 마라!
... 만약 두려움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 하고 있다면, 그냥 무작정 해보라.
무서워죽겠어도 그냥 해보라. 멍청한 도마뱀 녀석은 무시하면 그만이다! (61-63p)
세상에 쉬운 일은 하나도 없어요. 그러니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저절로 치유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거예요.
다만 스스로 납득했다면 그걸로 충분해요. 그게 치유의 시작이에요. 알다시피 뭔가 길들인다는 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요.
결론적으로 뭔가를 바꾸려면 일단 해볼 것, 그리고 자신을 끝까지 믿어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