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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어린 시절이 울고 있다 - 몸에 밴 상처에서 벗어나는 치유의 심리학
다미 샤르프 지음, 서유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0년 1월
평점 :
언젠가 친구와 속깊은 대화를 나누다가 밝은 모습 이면에 숨겨진 상처를 보게 됐습니다.
'많이 아팠겠구나.'라며 공감하면서 문득 의식하지 못했던 내면의 아픔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다락방에 넣어둔 오래된 물건을 갑자기 발견한 듯, 그 아픔의 정체는 바로 나의 상처였습니다.
기억하지 않는다고 사라지는 게 아닌 것을 깨닫는 순간, 보였습니다.
<당신의 어린시절이 울고 있다>는 심리치료사이자 트라우마 치료 전문가 다미 샤르프의 책입니다.
32년 동안 심리치료사로 활동하면서 '신체 감정 통합 치료법'(SEI, Somatishe Emotionale Integration)이라는 자신만의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이 책은 마음의 상처로 고통받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치유 안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인간이란 상처받기 쉬운 연약한 존재라는 것, 아무리 강해 보이는 사람도 결코 혼자서는 상처를 치유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원제가 '오래된 상처도 치유될 수 있다 Auch alte Wunden konnen heilen'인데, 이 한 마디만으로도 용기가 생깁니다.
더 이상 상처받지 않은 척 숨기지 말고, 자신의 상처를 치유해야 할 때입니다.
# 뇌는 기억하지 못해도 몸은 기억한다
만약 임신, 분만, 분만 직후의 시간에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이 경험들은 결핍감을 낳는다.
외로움, 단절, 무의미, 무가치 등의 감정이 생겨난다.
이런 경험을 한 사람들은 평생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르고 세상이 낯설다는 느낌을 안고 살아간다.
환영받지 못한 기억이 불안감을 남긴 것이다.
이들 내면에 깊은 그리움을 알고 살면서 평생 안식처를 찾아 헤맨다.
사실 종국적인 안식처는 자기 자신의 몸이다.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 자기 몸을 느끼는 것이 결론인 것이다.
우리는 "너 지금 어디 있니?"라는 질문을 하면서 이 세상에 온다.
이 아름다운 질문은 애착 연구에서 사용하는데
태어난 순간에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받아야 한다.
그래야 아이에게 평화가 깃들기 때문이다. (61p)
# 몸이 없으면 우리는 죽는다
자신의 몸을 지각하는 것은 심리치료의 출발이다.
지나치게 지식과 이성의 세계를 강조하는 세계에 살고 있기 때문에 모른 채 살고 있지만
우리는 몸이 없으면 죽는다는 평범한 사실을 항상 의식해야 한다.
...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식이 해결책이라고 믿는다. 지적인 인지 능력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인식은 긴 변화의 첫 번째 발걸음일 뿐이다.
머리로 뭔가를 이해했다고 해서 행동이 갑자기 변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몸 그 자체이다. 몸을 통해 느끼고 파악하고 바꿔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몸으로 감정을 느끼고, 살아 있음을 느끼고, 결속감을 느껴보자.
혀로 음식의 맛을 즐기고, 좋아하는 사람의 피부에 접촉하면서 편안함을 느끼는 일.
인간관계에서 주고받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몸이 꼭 필요하다. (162-163p)
나의 감정과 느낌에는 언제나 뿌리가 있습니다. 이때 착각하는 것이 있습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은 현재 상황에 대한 감정이나 느낌이 아닙니다.
그것은 어린 시절에 신체 감각을 통해 저장된 기억이라는 것입니다.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오래된 상처에서 파생된 고정관념이나 행동 패턴이 계속 유지되고, 우리 몸도 오래된 것에 강하게 지배받게 됩니다.
우리의 뇌는 절전 모드상태에서 익숙한 패턴대로 그냥 움직인다고 합니다. 이런 기능은 인간이 행동을 바꾸는 게 왜 그렇게 힘든지를 설명해줍니다.
그러니까 '왜 나는 안 될까?'라고 낙심할 것이 아니라 원인을 제대로 알고 그에 맞는 전략을 짜야 합니다.
내 몸에 익숙해진 패턴을 바꾸려면 좋은 일이 생겼을 때 이를 의식적으로 기억하고 뇌에 저장해야 합니다.
따라서 신체 심리 치료는 몸을 통해 그 사람의 과거, 옛 상처와 트라우마를 드러내고, 신체 지각 능력을 향상시킴으로써 새로운 경험을 하고 변화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중요한 건 긍정적 변화에는 긴 시간과 에너지 그리고 유대감이 필요합니다. 혼자서는 할 수 없지만 함께라서 할 수 있는 일, 그게 행복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