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가 되기 싫은 개 - 한 소년과 특별한 개 이야기
팔리 모왓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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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트가 사냥개가 아닌 건 빤한 사실이라고"

아버지는 몇 걸음 뒤로 물러나면서 그렇게 우기곤 했다.

어머니가 맞받아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요!  

머트가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다는 걸 당신도 잘 알면서 그래요.

두고 보라고요!"    (56p)


어머니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었을까요?

<개가 되기 싫은 개>의 주인공 개 머트가 팔리 집에 오게 된 건 운명이었던 것 같아요.

열 살쯤 된 소년이 바구니에 새끼 오리들을 넣어 들고와서는 어머니에게 팔려고 했어요.

어머니는 당연히 살 생각이 없었지만 호기심에 바구니 안을 들여다 봤고, 새끼 오리들 틈에 끼어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했어요.

소년은 강아지를 팔려던 게 아니었지만 어머니가 관심을 보이자 팔겠다고 한 거죠.

망설이던 어머니는 자기도 모르게 바국니에 손을 뻗었고, 강아지는 허겁지겁 오리들을 타넘고 와서 손가락을 잡았어요.

아마 목이 말랐던 강아지가 물인 줄 알고 다가왔던 걸텐데, 어찌됐던 그 순간 모든 게 결정됐어요.

어머니는 강아지가 마음에 쏙 들었고, 6센트라는 싼 가격에 살 수 있어서 만족했어요.

사실 아버지는 사냥개를 구입하려고 비싼 개를 알아보던 중이었거든요.

아버지는 강아지를 보자 저따위 '물건'은 사냥개가 아니라며 화를 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어요.

사흘 후 아버지 지인들이 집에 들렀을 때, 아버지가 한 말은 정말이지 아무도 예상 못했던,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였어요.

아참, 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노련하게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의 아들 팔리 모왓이에요.

강아지의 이름을 '머트 Mutt' ('개'라는 뜻으로, 주로 잡종견을 말함)라고 지은 장본인이기도 하죠.

아버지는 능청스럽게 지인들 앞에서 강아지가 수입종이며 아주 희귀한 프린스 앨버트 리트리버라고 소개했어요.

그때 한 사람이 강아지의 이름을 묻자, 팔리가 끼어들어 '머트'라고 선수를 쳤던 거예요. 아버지는 굉장히 당황했지만 순발력 있게 대처했어요.


"이런 고급 혈통은 신중하게 다루어야 해서, 사육장에서 부르던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스포트나 니퍼('무는 것'이라는 뜻) 같은 단순하고 속된 이름을 짓는 편이 더 낫지요."

아버지는 여기에 양념을 쳐서 덧붙였다.

"머트도 괜찮고."  (22p)


아버지는 그때 몰랐을 거예요. 자신도 모르는 머트의 잠재력에 대해 말했던 허풍들이 진짜 현실이 될 줄은.

물론 시간이 좀 걸렸기 때문에 머트에 대한 아버지의 의심과 분노가 폭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죠. 

여덟 살 소년 팔리의 집에 오게 된 강아지 머트는 단순히 개가 아니라 가족이었어요.

머트가 사냥개로서 진가를 발휘하게 되기까지의 이야기도 흥미롭지만 저는 첫만남과 어머니의 태도가 인상적이었어요.

어머니는 머트가 자신에게 다가온 순간에 이미 사랑에 빠졌던 것 같아요. 

강아지 머트에 대한 어머니의 확신은 과학적인 분석이나 증거를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사랑 그 자체였다고 봐요.

사랑하니까 뭘 하든 잘해낼 거라고 믿었던 거예요.

솔직히 머트의 고집 때문에 벌어진 온갖 소동을 떠올리면 아버지의 반응이 당연해요. 어쩌면 어머니도 속으론 엄청 후회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인내의 시간을 거쳐 두 분 모두 머트를 가족으로 인정했고, 다양한 경험을 함께하며 추억을 쌓았어요.

모왓 일가는 가만히 있으면 좀이 쑤시는 사람들이라서, 새스커툰(캐나다 서스캐처원 주의 중남부 도시)에 사는 동안 가족 여행을 많이 했어요. 

사서로 일하는 아버지의 보수가 많지 않아서, 여행은 늘 고생스러웠지만 나름의 낭만과 재미가 있었던 것 같아요. 몇몇 에피소드는 웃음이 팡 터져요.

무엇보다도 가장 놀라웠던 건 사람들의 삶과 자연이 하나로 느껴졌다는 거예요. 머트가 모앗 가족이듯이, 그들 주변의 동물들도 함께 사는 이웃이었어요.

언제부턴가 자연과 거리를 두기 시작하면서 우리 삶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개가 되기 싫은 개>가 보여준 대자연 속 삶의 풍경들이, 우리에게는 소설이 되어버렸다는 점에서 아련한 감동을 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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