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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화 배우는 만화 ㅣ 돌베개 그래픽노블 & 논픽션 시리즈 만화경
핑크복어 지음 / 돌베개 / 2020년 1월
평점 :
한때 수화를 배우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적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배우지는 못했어요.
왜 배우고 싶냐고 묻는다면 딱히 이유가 없어요. 그냥... 궁금해서?
우연히 인터넷 서점을 검색하다가 이 책을 발견했어요.
'수화'라는 단어에 꽂혀서 당장 구입했죠.
전부 찾아본 건 아니지만 제가 알기로는 '수화'를 주제로 한 만화는 처음인 것 같아요.
<수화 배우는 만화>는 만화가 핑크복어님의 수어 도전기예요.
여기에서 '수어'란 수화 언어의 줄임말이에요.
제목만 보고 이 책으로 수화를 배울 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이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핑크복어님이 처음 수어를 배우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그려내고 있어요.
물론 그 과정에서 수어의 기본적인 지식을 얻을 수는 있지만 수어 교재라고 볼 수는 없을 것 같아요.
그보다는 수어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는 목적이 더 클 것 같아요. 이 또한 제 생각일뿐이지만 유쾌한 만화를 통해 수어와 농문화를 알게 되어 좋았어요.
일단 당신은 귀가 잘 들리나요? 그렇다면 당신은 청각장애가 없는 '청인'이에요. 귀로 들을 수 없다면 농인(청각장애인)이에요.
농인 부모 아래서 태어난 청인을 '코다'(Children of Deaf Adults)라고 한대요.
"복어야!
너 전에 청각장애인을 농인이라고 부른다고 했지?
그럼 장애마다 명칭이 다 따로 있어?
뭐라고 불..."
"...응?"
"'사람'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
실수 없고 오해 없는
마법의 단어야 ~ ★" (125p)
이 책을 읽으면서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이 정말 많아요.
청각장애인은 다 수어만 쓰는 줄 알았는데, 수어 대신에 '구화'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해요.
'구화'는 상대가 말하는 입술 모양으로 알아듣고, 자기도 그렇게 소리 내어 말하는 방식을 뜻해요.
절대적 기준은 아니지만 청각장애가 있으면서 수어를 쓰는 경우를 '농인'이라 하고, 청각장애가 있으면서 음성언어(구화)로 소통하면 '청각장애인(구화인)'이라고 한대요.
그러니까 개인의 삶의 형태에 따라 자신이 편한 쪽을 선택하는 거래요.
수어냐 구화냐, 사용하는 언어가 다른만큼 생활방식과 문화도 다르기 때문에 서로 입장 차이가 있다고 해요.
현재 한국인이 사용하는 수어는 '한국수어'예요. 수어는 만국공통어가 아니에요. 수어도 한국어, 영어처럼 나라마다 다르게 사용하는 언어인 거죠.
무엇보다도 수어에 대해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은 손동작이 전부라고 생각했다는 거예요.
수어는 크게 셋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손동작, 제스처, 표정.
이 세 가지가 적절히 어우러질 때 비로소 수어라고 할 수 있대요.
미소만 지어도 '웃음'이라는 뜻이 전달되지만 같은 웃음이라도 표정에 따라 의도가 달라지고, 동작에 따라 의미의 강도까지 달라진대요.
결국 언어란 소통을 위한 도구예요.
청인이 수어를 배워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어요. 하지만 수어를 배운다면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할 수 있어요.
요즘처럼 목감기로 괴로울 때는 정말 수어로 말하고 싶어요.
시끌벅적 소란한 세상에서 모두가 수어를 사용한다면, 어쩌면 싸움이나 스트레스받을 일이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라는 상상을 하게 되네요.
수어의 특성상, 서로 눈을 바라보며 상대의 표정과 동작을 읽어낸다는 점에서 말보다 더 깊은 교감이 가능할 것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수어는 농인만의 언어가 아니라 청인에게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언어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하, 그러나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손가락이 무진장 뻣뻣한 나로서는 손 모양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애로사항이 있네요.
스프링북은 북펀드 굿즈 '평생 일력'이에요.
월과 일을 나타내는 수어를 손 모양 그림으로 배울 수 있어요.
매일 날짜로 수어 연습을 하면 좋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