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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분식집
슬리버 지음 / 몽스북 / 2020년 1월
평점 :
절판
피터팬과 같은 동화를 읽던 시절에는 항상 꿈꿨던 것 같아요.
밤마다 무시무시한 괴물이 떠올라 이불을 푹 뒤집어 쓸 때, 문득 피터팬이 나타나서 네버랜드로 데려가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록 꿈 속이었지만 신나게 판타지 세계를 즐겼던 것 같아요. 하지만 어른이 된 후에는 꿈이라곤, 밤에도 안 꾸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판타지 소설을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기적의 분식집>은 국내 웹소설 플랫폼 '조아라'에서 2018 '조아라 77페스티벌' 대상 수상작이에요.
저자 슬리버는 마치 기적의 분식집 사장님처럼 필명으로 활동하는 미스터리 작가님이라고 하네요.
오호, 이것마저도 제 취향이에요. 궁금하면서도 왠지 알면 환상이 깨질 것 같아서 알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주인공 강성호는 삼십대 초반의 평범한 남자예요. 여고 근처 허름한 분식집을 혼자 운영하고 있는데 매상이 영 신통치 않아요.
이래저래 부지런을 떨고, 식재료를 바꿔도 분식집을 찾는 손님은 많지 않아요. 그 중 유난히 예쁜 외모의 여고생 윤미혜가 단골 손님이에요. 분식집에서 분식 말고 김치찌개를 해줄 수 있냐고 해서 돼지고기를 듬뿍 넣어 맛있게 해줬더니 그뒤로 매일 들르고 있어요.
요즘 성호는 꿈에서 신비한 대륙을 누비는 사냥꾼이에요. 숲에는 이름 모를 열매가 가득하고 손으로도 건져 올릴 정도로 물고기가 풍족한 세계인데 늘 물결치는 푸른 문이 시야를 가득 메우고 나면 꿈에서 깨어나곤 했어요. 그날도 깜박 잠이 들었다 깨보니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어서 더듬거리며 리모컨을 찾는데, 방구석에 물결치는 푸른 문이 떡하니 놓여 있는 게 아니겠어요.
뭐지, 이 상황은?
꿈이 현실로 이뤄지는 순간.
아니, 현실이 꿈으로 이어지는 순간이랄까.
성호는 그 물결치는 푸른 문을 통해 이계의 숲을 탐험하게 되고, 그곳에 사냥하고 수확한 것들로 분식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이계의 숲은 성호가 들어서자마자 영화 <마이너리티>처럼 허공에 글자가 새겨지면서 정보를 제공해줘요.
「사용자 확인 중」
「완료」
「위시 리스트 준비 중」
「완료」
「위시 마법 가동」
... 요즘이야 다들 그래픽으로 게임을 즐기지만, 십여 년 전만 하더라도 머드 게임을 즐기곤 했다.
시야에 나타나 있는 창은 그 머드 게임의 캐릭터 창과 상당히 흡사했다.
'힘, 민첩 ...... 스킬이라고? 스킬도 있나? 이거 게임이야?'
꽤 자세하게 나와 있다. 성호는 정신없이 캐릭터 창을 구경했다.
「지구력 : 12 힘 : 12 민첩 : 11 지능 : 9
화염 저항 : 7% 냉기 저항 : 0% 독 저항 : 0% 비전 저항 :0%
스킬 일람 : 없음」
(18-19p)
불현듯 시작된 이중생활.
누가 알았겠어요. 분식집의 평범한 남자 사장님이 판타지 대륙의 사냥꾼일 줄이야...
판타지 대륙에서 얻은 캐릭터의 능력들이 현실에서도 발휘되면서, 분식집의 매출도 오르고 신기한 일들이 벌어져요. 이계에서 가져온 재료들은 각각 특별한 마법의 힘이 있어요. 이를테면 활력을 증강시키던가, 피부를 재생해주던가 아니면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다는 거죠. 물론 제한 시간이 걸려 있다는 단점이 있어요. 참게의 모발 재생 효능은 지속 시간이 3시간이라 머리카락이 쑥쑥 올라왔다가 한두 시간 후에 스르르 빠져버려요. 흰뿔새우의 피부 재생 효과도 심각한 여드름 피부를 기적 같이 없앴다가 3시간 후에는 원상태로 돌아와요. 당사자에게는 마법이 아니라 귀신이 곡할 노릇이지만 그 모든 일들을 나만 알고 있다면 묘한 쾌감이 있을 것 같아요.
판타지 대륙의 모험을 게임처럼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주인공 성호를 보면서 은근히 아바타처럼 대리만족을 느꼈어요. 무엇보다도 동물 친화 스킬은 매우 탐나는 능력이에요. 이 능력 덕분에 현실에서 <동물농장>이라는 방송에 출연하면서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져요.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네요. 다만 한 권으로 끝나는 줄 알았던 이야기가 끝이 아니라는 게 저한테는 가장 큰 반전이었어요.
다음 이야기는 언제 만날 수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