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을 키우는 고양이 - 유튜버 haha ha와 공생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자서전
하하하(haha ha) 원작, 길막이와 삼색이 감수 / 다독임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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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갑자기 바뀌었을 리는 없고, 어떻게 된 걸까요?

주변에 고양이집사들이 부쩍 많아진 것 같아요. 그야말로 고양이를 키우는 게 아니라 모시며 사는 사람들.

<인간을 키우는 고양이>는 유튜버 HAHA HA 가 전해주는 길막이와 친구들의 이야기예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모든 만남은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양어장에 사는 고양이 '길막이'는 길거리 묘생 3년차에 우연히 들어간 양어장에서 한 인간을 만났어요.

이 책의 묘미는 고양이 관점에서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점이에요.

양어장에 몰래 들어왔으나 주인보다 더 당당하게 제 몫을 주장하는 고양이 '길막이'의 뻔뻔함과 당돌함이라니.

사실 더 놀라운 건 양어장 인간의 태도예요. 

"야! 이거 먹고 가!"  

'응? 경계를 하며 여차하면 몸을 날려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나를 인간이 부르는 게 아닌가.

인간은 무표정한 얼굴로 바닥에 접시를 내려놓고 있었다. 

그리고 그 접시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퍼져 올라오는 고기고기 물고기구이가 올려져 있었다.'  (28p)


의심많은 길냥이에게 "길막아~"라고 부르며 친한 척 하는 인간에게 처음부터 마음을 준 건 아니에요.

본래 도도한 태도를 유지했는데 자꾸 귀찮게 불러대고, 또 먹을 것을 주니까... 

물론 먹을 것 때문에 넘어간 건 아니라네요. 맛있게 먹고 기분이 좋아져서 겸사겸사 대답을 해주다보니 '길막이'가 된 거죠.

그러다가 맛있는 냄새가 나는 손이 '길막이'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고, 음... 딱히 싫지 않아서 놔뒀더니 익숙해졌어요.

양어장에 사는 고양이는 길막이 외에 길냥이 출신 삼색이 그리고 길막이 딸들과 삼색이 딸들이 있어요.

원래 양어장에는 고양이들이 등장하기 전부터 '천하'와 '태평'이라는 강아지들이 살고 있었어요. 

길막이가 온 이후에 천하와 태평이의 자식들 '주황'이와 '보라'까지 태어나서, 여기가 양어장인지 동물농장인지 모르겠어요.

어찌됐든 양어장의 인간은 길냥이들이 이제껏 봐 왔던 사납고 폭력적인 인간들과는 달랐어요. 

정해진 밥 시간이 있는 것마냥 제때 먹을 것을 챙기고 알뜰살뜰 냥이님들을 모실 줄 안다고나 할까.

점점 평온하고 배부른 양어장 생활에 익숙해져가는 길막이, 그러나 라이벌 삼색이 때문에 종종 신경전을 벌이곤 해요.


유튜버 HAHA HA 가 바로 양어장의 그 인간.

고양이를 키워본 적 없는 그가 우연히 양식장 물고기 사료를 훔쳐 먹는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하여 쫓아냈다고 해요.

그런데 이 고양이가 도망가는 척 다시 돌아와 어장에 있는 물고기를 괴롭히고, 물고기 사료를 훔쳐 먹으니 얼마나 약이 올라겠어요.

대부분의 반응은 끝까지 고양이를 내쫓는 방법을 찾았을 것 같은데, 이 인간은 고양이에게 따로 사료를 챙겨주기 시작했다네요.

오호, 평화주의자!

그러자 고양이가 마음을 열고 애교를 부리더니, 동네 고양이들에게 소문이 났는지 양어장을 찾는 고양이가 늘어나면서, 고양이 밥을 주는 일이 하루 일과가 된 거예요.

또한 고양이들과의 일상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이 입소문을 타면서 몇 십 만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가 되었어요.

우와, 도도한 길냥이의 마음을 열더니 이제는 사람들의 마음까지 활짝 열었네요.

고양이 입장에서는 인간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고 했는데, 인간의 지극정성에 감동하여 마음을 허락했다고 봐야겠죠.

인간과 동물 사이, 아니 그 어떤 관계든지 매일 만나고 먹을 것을 나눈다면 그 자체가 정(情)인 것 같아요. 

삭막한 세상에 진짜 정이 뭔지를 알려주는 따뜻한 일상 에세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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