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 - 딸에게 보내는 시
나태주 지음 / 홍성사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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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햇볕에 마음을 말린다>는 나태주 시인이 세상의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시집이에요.

시인의 딸아이는 어느덧 어른이 되고 자신도 어버이가 된 지 오래라고 해요. 

비록 나이 들어 어른이 된 딸아이지만 여전히 딸아이는 딸아이.

시인에겐 이제 딸아이만 딸이 아니에요. 세상 모든 예쁜 아이들이 다 사랑하는 딸이요, 아들이지요.

그래서 시인은 세상에 모든 딸들에게 106편의 시로, 따스한 위로와 힘찬 응원을 보내고 있어요.



전화 건 이유


날이 갰다

베란다 열고 

빨래 말려


마음도 열고 

마음도 말려

우울도 말리고


눅진한 느낌

멀리 날려 보내

바람에게나 줘.  


처음 시집 제목을 보고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어요.

너의 햇볕, 그래 이거였어! 너의 의미는 슬픔과 괴로움으로 흠뻑 젖어버린 나의 마음을 쨍쨍하게 말려주는 햇볕이지...

다들 '너'의 존재는 다르겠지만 '너의 의미'는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세상에서 나를 사랑해주고, 따스하게 감싸주는 존재.

저도 나이들어 부모가 되고보니, 딸의 마음보다는 그 딸을 향한 부모의 마음으로 시를 읽게 되네요.

어쩔 수 없이 부모는 자식바라기.

그러니 부모님은 저를 보며 걱정하시고, 저는 제 자식을 바라보며 걱정하느라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아요.

부모님의 사랑은 늘 따스한 햇볕이었어요. 변하지 않는 햇볕, 나만을 위한 햇볕.

날씨는 변덕스럽고, 사랑은 변한다지만 부모님의 사랑은 언제나 맑음이었어요. 

그래서 이 힘든 세상을 꿋꿋하게 버틸 힘이 생겼던 것 같아요. 세상이 나를 괴롭혀도 나한테는 든든한 햇볕이 있으니까.

오늘도 축축하고 눅진해진 마음, 엄마의 전화 한 통으로 쨍쨍하게 말렸어요.



너에게 안녕


어떻게 지내니? 물어도

힘이 없는 목소리

언제 올 거야? 다시 물어도

글쎄요 심드렁한 말투


힘내라 힘내

우리 공주님

다시 한번 봄이 왔다가

봄이 물러갔지 않았니?


머지않아 여름

덥고 짜증도 나겠지만

힘 있게 씩씩하게 살아야지

그래야 다시 만나지


여름에도 만나지 못한다면

가을에라도 만나야지

오늘도 안녕 부디 안녕

흐린 하늘 보고 인사를 한다.


오늘도 엄마가 먼저 전화를 하셨어요. 감기몸살로 기운이 쭉 빠진 상태라서 이런저런 핑계들...

며칠 전 엄마도 아프셨다는데, 오늘은 좀 나아지셨다고 제 생각나서 전화하셨나봐요.

엄마, 고마워요. 덕분에 힘이 났어요.

전화할 때 그 마음 전하면 될 것을, 뭐가 그리 어렵다고 그 말을 못했네요.

<너에게 안녕>이라는 시를 읽으며 엄마 생각이 났어요. 사랑해요, 엄마!



아들에게


너의 행복이 나의 행복은 아니지만

너의 불행은 분명 나의 불행이란다

부디 잘 살아야지

부디 많이 사랑하고

부디 많이 부드러워져야지

내려놓을 것이 있으면 내려놓고

참을 수 없는 것도 때로는 참아야지

기다릴 만큼 기다려야지

세상을 늘 새롭게 바라보고

작은 일도 감사와 감동으로 받아들여라

굳이 사랑한다는 말은 하지 않으마

많이 너를 생각하고 걱정한단다

이것만은 알아다오.

   

어쩌다 부모는 되었지만 여전히 부족한 부모라서, 매 순간 고민하게 돼요.

어떻게 해야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될 수 있을까.

내 목소리로 전할 수는 없지만 <아들에게>라는 시를 읽으면서 꼭 내 마음 같다고 느꼈어요.

사랑하는 아이들에게 부모의 진심을 전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마음을 마음에게, 너를 향한 햇볕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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