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 5
서유구 외 지음 / 자연경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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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허브농원에 놀러 갔다가 처음으로 꽃음식을 접했습니다.

산뜻한 꽃샐러드와 꽃비빔밥 그리고 꽃부침개.

눈으로 즐기는 꽃이 입맛까지 돋우는 식재료로 쓰였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조선 셰프 서유구의 꽃음식 이야기』이라는 책을 보자, 그때의 꽃음식이 떠올랐습니다.

꽃음식의 추억은 예쁘고 신기한 음식이었으나 일상의 음식은 아니었습니다.

그건 꽃을 식재료로 사용할 만큼 잘 알지 못할뿐더러, 과거와 달리 주거 환경이 달라진 요인도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자기 집 마당이나 동네 어디든지 꽃이 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것이 콘크리트로 바뀌었습니다.

물론 예쁘게 꾸며진 화단이나 공원에서 꽃을 볼 수는 있지만 그 꽃은 관상용이지 식용이 될 수는 없습니다.

처음 이 책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순전히 호기심이었습니다. 꽃음식이라는 신세계.


조선 후기 실학자 풍석 서유구 선생이 집필한 《임원경제지》는 우리의 전통 문화와 실용지식을 16개 분야로 나누어 집대성한 백과사전입니다. 

이 책은《임원경제지》에 담겨 있는 우리의 전통 음식문화를 완전하게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사업의 결과물이며, 전체 시리즈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총 20권으로 발행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동안 <조선 셰프 서유구> 시리즈가 김치 이야기, 포 이야기, 떡 이야기, 술 이야기에 이어 꽃음식 이야기까지 나온 것입니다.

《임원경제지》<정조지>에는 꽃음식이 주제별로 분류되지 않아 전체를 꼼꼼하게 독파하면서 매화부터 국화까지 20가지의 토종 꽃으로 만든 꽃음식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정조지>의 꽃음식을 복원하면서 그 창의적인 조리법을 소개하고 꽃음식에 등장하는 아름다운 토종 꽃을 주제로 하여 지은 시와 시조를 함께 넣어, 아름다운 꽃음식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한 것입니다.


◎ 매화꽃

중국에서 건너온 매화는 많은 시인과 묵객의 사랑을 받았고, 그만큼 많은 시와 그림의 주인공이 되었다.

매화는 장미처럼 화려하거나 목단처럼 탐스럽지 않지만 우아하고 수수하면서도 화려한 것이 매화의 매력이다.

... 우리 선조들은 누구나 북풍한설에도 아름다움과 기품을 잃지 않는 매화를 마당에 두세 그루 심어두고 그 고매함을 배우고자 하였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학을 이어 백성을 잘살게 하고자 하였던 서유구 선생의 마음이 추위와 찬바람, 거친 나무줄기라는 악조건 속에서 피어나 우리의 삶에 기쁨을 주는 매화의 성정과도 닮았다.

매화를 음식으로 만들어 먹는다는 것은 고결과 의리, 인내라는 매화의 정신도 함께 먹는 일이라 생각되어서인지 혼탁한 마음결을 매만지게 된다. 매화로 만든 향긋하고 고운 빛 나는 매화음식을 먹으면 매화를 닮은 것 같다.

* 매화의 효능 : 환절기에 신체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매화꽃을 꾸준히 섭취하면 면역력 증진에 효과가 있어 감기 예방에 탁월하다. 혈액순환에 도움을 줘 체온 유지에 좋다. 매화는 신경과민으로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고, 목 안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증상에 효과가 있으며 기미, 주근깨가 생기는 것을 막아주어 피부를 맑고 곱게 가꾸어 준다.

○ 매화죽

  <정조지> 권2 취류지류, 매죽방

붉은빛이 짙은 흑매화가 필 무렵의 지리산 화엄사 경내에는 흑매화를 사진에 담으려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옛날 선비들도 흑매화를 그리고자 붓과 벼루를 챙겨 흑매화를 찾았다가 흑매를 넣은 매화죽을 먹었을 것이다.

서유구 선생이 매죽(梅粥)이라고만 하여 매화의 색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 비바람에 지고 있는 귀한 흑매화 30여 송이를 종이봉투에 보물처럼 담아 왔다. 눈 녹은 물로 죽을 끓이라 하여 계곡을 흐르는 물을 담아왔다.  ... 흰쌀죽이 한소끔 끓어오르기 시작할 때까지 중간 정도의 불땀을 유지하다가 잠깐 불을 꺼서 2분 정도를 되작여 준다. 다시 중불에서 약불로 불을 조절하고는 흑매화를 뜨거운 죽 속에 던졌다. 나무 주걱으로 죽과 뒤섞어 주자 흑매화는 거대한 파도가 삼킨 듯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깜짝 놀라서 주걱으로 죽을 뒤적거리자, 흰쌀 속에 숨어 있던 흑매화가 쏘옥 얼굴을 내민다. 

눈이 부시도록 하얀 쌀죽에 진붉은 흑매화가 수를 놓은 것 같다.

= 재료 : 매화 30송이, 멥쌀 2/3컵, 눈 녹은 물 6~7컵    (27-29p)


매화죽은 첫 번째로 소개된 꽃음식이자 지금 시기에 가장 알맞은 음식이라 직접 요리하여 먹고 싶었습니다. 새삼 매화의 아름다움을 매죽에 담긴 모습에서 발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누구라도 매죽을 대접받는다면 그 정성에 감동받을 것 같습니다. 사실 매실은 담가서 먹어봤지만 매화를 먹어본 적은 한 번도 없어서 그 맛이 매우 궁금합니다.

부록에는 《임원경제지》<정조지>에 나온 원문을 번역한 글이 나와 있습니다.

양만리(楊萬里)의 시에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습니다.

"겨우 납일(臘日) 후 봄의 풍요로움 보았는데,

수심에 잠겨 바라보니, 바람결이 눈보라를 만들었네.

떨어진 꽃술 거두어 죽 쑤어 먹고,

떨어진 꽃잎 좋아서 향 사르기 알맞네."라 했습니다. 《산가청공 山家淸供》 (314p)

매화는 향기뿐 아니라 자태도 아름답고, 그 꽃이 진 자리에는 매실이라는 열매가 맺히니 매화나무, 아니 매실나무는 알면 알수록 매력적입니다. 

그건 매화꽃만의 매력이 아니라 이 책에 소개된 모든 꽃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매화꽃, 진달래꽃, 유채꽃, 복숭아꽃, 소나무꽃, 부들(포황), 해당화, 치자꽃, 원추리꽃, 장미, 부용화, 연꽃, 찔레꽃, 참깨꽃, 가지꽃, 부추꽃, 미나리꽃, 상추꽃, 맨드라미꽃, 국화까지 꽃음식으로 만나보니 우리의 맛과 멋 그리고 고유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꽃음식이라는 신세계의 문을 열어보니 역시나 향긋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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