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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king Marks 건축가의 스케치북
Will Jones 지음, 박정연 옮김 / 영진.com(영진닷컴) / 2019년 12월
평점 :
아름다운 건축물을 볼 때의 감동이란...
늘 궁금했어요. 건축가들의 머릿속, 어떻게 건축물이 탄생하는가.
드디어 그 숨겨진 실체를 확인할 기회가 생겼어요.
<건축가의 스케치북>은 세계적인 건축가 60인의 스케치와 인터뷰를 모아놓은 책이에요.
만약 아무런 설명 없이 스케치 그림만 봤다면 어느 예술가의 작품이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사실 예술 작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아요.
건축에 관한 지식이 없어도 누구나 <건축가의 스케치북>을 즐길 수 있으니까요.
건축가들에게 스케치는 어떤 의미일까요.
수많은 건축가들이 입을 모아 스케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디지털 혁명과 함께 3D 시각화가 가능해졌지만, 그것이 스케치를 대체할 수는 없다고 해요.
왜냐하면 스케치는 건축가의 아이디어가 표출되는 원초적인 방식이기 때문이에요. 건축 전문 분야의 모든 면에서 손으로 그리는 것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이 책은 건축가들이 어떻게 그리고, 왜 여전히 손으로 디자인하는지를 설명해주고 있어요.
직접 그린 스케치, 드로잉, 모델들과 3D 렌더링 된 조감도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어요.
그것이 바로 이 책의 존재 이유인 것 같아요. 제가 스케치, 드로잉을 보면서 예술 작품으로 느꼈던 그 감정이 핵심이에요.
최근 디자인 저널 Azure 에서 '꼭 알아야 할 30인의 여성 건축가'로 뽑힌 Heather Dubbeldam 은 다음과 같이 말해요.
"공간적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도구를 이용할 수 있지만, 손으로 그리는 것이야말로 공간을 시각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시적인 방법이다."
"아이디어는 정확히 표현될 수 없다. 그것이 스케치가 아름다운 이유이다.
그림으로 표현하다 보면 그것이 당신을 어디로 이끌어, 어떠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게 만들지 모른다.
스케치는 발견의 과정이기 때문에, 당신을 계속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67p)
Carlos Gomez는 설계 과정 중 스케치하는 행위를 가장 즐긴다고 해요.
"끊임없는 아이디어의 흐름은 내면의 긴장감을 풀어주고 고요한 장막을 펼쳐놓는다.
건축가들은 우리 시대의 정신없는 생산 리듬에 반항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조용한 관찰과 명상, 성찰을 통해야만 한다." (120p)
폴란드의 젊은 건축가 Pawel Podwojewski 는 이렇게 말해요.
"21세기에는 젊은 건축가들이 디지털 도구로 작업하는 법을 매우 빨리 배운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향은 디자인 과정을 덜 창의적으로 만든다.
디지털 도구는 감성적인 전통적 접근 방식을 대체하기보다는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교육이 전통적인 기법에 다시 초점을 맞추길 바란다.
드로잉은 종종 우연하게 디자인을 발견하게 하는 행위인데,
이런 우연이 삶을 아름답게 하고,
디자인에 개성을 부여한다." (252p)
60인 건축가들의 스케치를 통해서 놀랍고도 멋진 건축의 세계를 잠시 여행한 느낌이었어요.
정말 매력적인 분야인 것 같아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공간도 기술이나 자본의 측면뿐 아니라 예술적 측면까지 고려한 건축물로 채워지면 좋을 것 같아요. 부디 하나의 건축물이 탄생할 때 건축가들의 영혼이 담긴 작품이기를, 그럴 수 있다면 이 도시 자체가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을텐데. 이 책 덕분에 즐거운 상상까지 해봤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