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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 - Routes of Santiago de Compostela in France
차노휘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평점 :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사람들.
그들은 왜 그 길을 걸을까요.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떠오르네요.
작은 애벌레 한 마리가 삶의 답을 찾아가는 여정.
"당신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자유로운 영혼을 위한 시간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던 한 사람의 기록이에요.
아직 걸어본 적 없는 길이라서 궁금했어요. 다들 왜 그 길을 걷는 건지... 그 길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는 건지.
"사람들은 묻는다.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그곳에 다녀와서 어떤 것이 변했는지.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해 대는 질문이지만
나는 발바닥 피부가 벗겨져서 걷는 고통 속에서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 없었다.
단지 걷는 한 사람만 있었을 뿐이다." (12p)
솔직한 답변인 것 같아요.
인생을 '길'에 비유하는 사람들에게, 실제로 '길'을 걸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
산티아고 순례길은 프랑스 생장피드포르에서 스페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를 거쳐 세상의 끝이라는 피스테라에 이르는 900여 킬로미터의 기나긴 길이에요.
배낭을 짊어지고 묵묵히 길을 걷는 과정은 그야말로 고난의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No pain, no gain!
고통을 스스로 자청했기에 순례자들은 고통까지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 (232p)
저한테는 이 문장이 가장 와닿았어요. 그래서 아름다운 풍경 사진보다 저자의 발 사진에 눈길이 갔어요. 물집이 터져 빨간 살이 드러난 발바닥.
보기만 해도 통증이 느껴지는 저 발로 어떻게 참고 걸었을까요.
만약 나였다면 어땠을까, 라는 상상을 해봤어요. 심한 통증은 모든 걸 잊게 만들죠. 오로지 이 통증만 사라지길 바라게 돼요. 굳은 의지가 없다면 통증을 핑계로 언제라도 포기할 것 같아요. 하지만 육체적 고통보다 더한 정신적 고통이 있다면 차라리 통증을 감내하며 걸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신기한 건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는 방식인 것 같아요. 당연히 배낭을 짊어지고 끝까지 걷는 줄 알았는데, 그게 전부가 아니더군요.
어떤 이들은 일부 구간을 버스로 이동하기도 하고, 무거운 배낭은 다음에 머물 알베르게에 보내놓고 가볍게 걷는 경우가 있다고 해요. 걷다가 몸에 무리가 왔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그런데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경우는 자동차를 타고 와서 순례자들을 위한 도장만 받아가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도장은 알베르게(스페인 말로 순례자들이 묵는 저렴한 숙소)뿐 아니라 성당이나 바(간이식당) 등에서 찍을 수 있고, 이러한 흔적이 목적지에서 완주 증서를 받을 수 있는 증거가 된다고 해요.
직접 걷지도 않은 순례길의 완주 증서라니!
이래서 세상은 넓고 사는 방식은 다양한 것 같아요. 무엇이 중요한지는 저마다 다른 거니까요.
그래도 한 가지는 확실히 알 것 같아요. 누구든지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
남들을 속일 수는 있어도 스스로 속일 수는 없잖아요. 자신마저 속이는 삶은 빈 껍데기일 뿐이죠.
누가 뭐래도 나 자신에게 당당할 수 있는 삶이라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산티아고 순례길은 걸어보지 못했지만 고통까지 기꺼이 즐길 준비가 된 순례자의 마음은 배우고 싶어요.
"부엔 카미노 Buen Camino : 즐거운 순례길 되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