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빅 엔젤의 마지막 토요일
루이스 알베르토 우레아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2월
평점 :
"가족은 헤어졌다가도 다시 만나는 법이지, 하고 그녀는 생각했다.
마치 물처럼 말이다.
이 사막 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그 물이었다." (70p)
빅 엔젤은 3주 전, 나겔 박사의 마지막 진료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았습니다.
남은 시간은 한 달.
곧 일흔이 될 노인에게 암 치료는 온몸이 붕괴되는 처참한 과정이었던 것.
그는 자신의 마지막 생일날을 위해 성대한 파티를 계획하지만 생일 일주일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이럴수가! 어쩌면 어머니 입장에서는 아들보다 앞서 가신 게 나을 수도...
어쨌든 빅 엔젤은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어머니를 화장한 후 장례식을 일주일 뒤로 미뤘던 것.
그래야 장례식 다음 날 바로 자신의 생일 파티를 치를 수 있으니까.
뿔뿔이 흩어져 살던 가족들은, 드디어 장례식과 생일 파티를 위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데...
장례식에 모인 가족들과 그들의 이야기.
만약 좀더 어릴 때였다면 '사막 같은 삶에서 가족이란 바로 물'이라는 말을 매우 감동적으로 받아들였을 테지만.
세상 일이란 앞뒷면을 잘 살펴야 하는 법.
갈증을 해소하는 물은 고마운 존재지만 폭우로 인해 넘치는 물은 무시무시한 재앙이듯이.
주인공 빅 엔젤 데 라 크루스는 대가족을 이끄는 가장이자, 아이들과 그 손주들에게는 '아부지'라 불리는 커다란 존재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휠체어에 앉은 그는 죽음을 앞둔 연약한 노인일 뿐.
병이 나기 전, 그는 자식들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뭐든 해내는 멕시캔 Mexi-Can 이 되어라. 우리는 능력 없는 맥시캔트 Mexi-Can't 가 아니야." (17p)
미국에서 멕시코인으로 산다는 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하기야 백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중요한 건 이제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문득 주인공 이름이 '엔젤'인 것이 예사롭지 않게 느껴집니다.
빅 엔젤의 아버지 돈 안토니오도 엔젤이었고, 그분의 어머니이시자 일족의 할머니이신 전설의 마마 메체 (Meche : 스페인어로 자비를 뜻함)는 자신의 아들을 엔젤이라고 불렀습니다. 빅 엔젤과 그의 이복 동생 리틀 엔젤은 아버지를 첫 번째 엔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 번째 엔젤은 빅 엔젤, 그리고 세 번째는 리틀 엔젤 개브리얼. 가족의 모든 남자가 같은 이름을 가진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궁금합니다. 이 또한 짐작은 할 수 있으나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무자비했던 할머니의 이름은 '자비'이고, 자식에게 거침없이 폭력을 휘둘렀던 아버지의 이름은 '천사'인 것처럼.
다만 한 가지는 알 것 같습니다. 인생은 모순투성이... 그리고 생각보다 길지 않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