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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
야마우치 마리코 지음, 박은희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여자라는 굴레에 대하여.
전혀 의식하지 않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은 느낌이에요.
여자는 예뻐야 하고, 날씬해야 하고, 튀지 않게 고분고분한 성격이어야 한다는... 진짜?
절대적으로 보편적인 건 세상에 없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중심적이라 자신이 공감하면 원래 다 그런 거라고 믿고 싶은 것 같아요.
반대로 공감할 수 없다면 '말도 안 되는 경우'라고 치부하는 거죠.
뭐, 그 어떤 반응이든 상관 없어요. 이 모든 이야기는 소설이니까 오로지 독자의 마음대로.
<외로워지면 내 이름을 불러줘>는 야마우치 마치코의 단편소설집이에요.
작가의 말을 인용하자면, "이 단편집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대부분 10대나 20대입니다. 그들은 아직 자신의 인생이 흔들릴 정도의 여성 차별에는 직면하지 않았고, 결혼할 때까지의 유예 기간이라는 자유시간의 한가운데에 있습니다. 한국의 독자 여러분들께서 그 상태의 덧없음, 위험함, 씩씩함, 사랑스러움을 감지해주신다면 정말 기쁘겠습니다."라고 소개하고 있어요.
사실 읽으면서 깜짝 놀랐어요. 진짜 이런 생각을 한다고?
일본의 사회 분위기나 정서는 잘 모르지만 소설 내용만 보자면 여성에 대한 편견이 심각한 수준인 것 같아요. 작가의 말처럼 아직 여성 차별에 직면하지 않은 10대나 20대 여자 주인공들이 왜 스스로 굴레를 쓰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어쩌면 꼭 여성이라서 문제인 게 아니라 삶의 주체가 '나'가 아닌 '타인'이라는 점이 문제일 수도...
일단 '예쁘다'의 기준은 뭘까요. 유명 인기 스타들의 외모? 커다란 눈망울, 오똑한 코, 갸름한 턱선, 날씬한 몸매 등등... 서양 모델 같은 느낌?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생긴 것이 당연한데, 정해진 기준과 다르면 '기준 미달', 즉 못생기고 열등한 존재로 치부해버리는 건 일종의 사회적 폭력이 아닐까요.
도대체 왜, 한 개인의 삶을 남들이 제멋대로 판단하고 간섭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중요한 건 남들이 함부로 간섭할 때 당당하게 "STOP!"을 외치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작가의 의도였겠지만 서툴고 답답한 주인공들 덕분에 조마조마했다가,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어요.
그래, 그럴 수 있는 나이잖아... 라고 이해하게 됐어요. 인생이란 실수투성이니까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말이죠. 사람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건 그게 실수라는 걸 모르기 때문이에요. 알면서 일부러 실수를 한다는 건 제정신으로는 못 할 일이니까.
다 읽고나니 피식 웃음이 났어요. 너무 몰입했나 싶어서.
어찌됐건 소설이 좋은 이유는 내 마음대로 남의 인생을 판단할 수 있으니까, 살짝 흉도 보면서.
결론은 '나라고 뭐 다르겠어?'라는 자아반성으로 돌아오지만, 덕분에 인생을 한 걸음 물러나서 바라볼 수 있었어요.
열두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의 인생 이야기이자 인생 수업인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