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 -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에프 그래픽 컬렉션
수지 홉킨스 지음, 할리 베이트먼 그림,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손에 꼽는 악몽이 있어요.

얼마나 괴롭고 힘들었는지, 꿈인 줄도 모르고 흐느껴 울었어요.

엄마가 돌아가신 꿈.

울면서 깼을 때, 가슴을 쓸어내렸어요. 다행이다, 꿈이라서.

어릴 때도 아니고 스물을 넘긴 성인이었는데 그 꿈이 너무 생생해서 슬프고 무서웠어요.

나한테는 악몽이었다면, 할리 베이트먼은 유달리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떠오른 생각이었다고 해요.

엄마가 언젠가 세상을 떠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울음이 났대요.

그러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고, 다음 날 아침, 엄마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대요.

엄마가 죽은 후에 자신이 하루하루 단계적으로 따를 수 있는 지침서를 써 달라고. 엄마는 크게 웃으셨고, 흔쾌히 승낙해 주셨대요.

그 지침서가 바로 이 책이에요.


<내가 죽은 뒤에 네가 해야 할 일들>은 세상의 모든 딸과 엄마들을 위한 책이에요.

엄마가 딸에게 남기는 삶의 처방전.

사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줄 수 있는 마지막 선물.

네, 죽음은 그 누구도 상상하기 싫은 이별이란 걸 알아요.

하지만 싫다고 피해버리면 진짜 중요한 순간을 놓치게 될지도 몰라요. 

처음 아이디어는 딸 할리 베이트먼이 생각했지만 엄마 수지 홉킨스가 승낙하지 않았다면 이 책은 탄생하지 못했을 거에요.

엄마 없는 세상을 살아갈 자신이 없는 딸을 위하여, 엄마는 사랑과 정성이 담긴 인생 매뉴얼을 만들었어요.

딸이 가장 처음 할 일은, 주변 사람들에게 부고를 알리는 일이 될 거예요. 전화든 문자든간에.

그리고 첫째 날에는 파히타를 만들어요. 구운 쇠고기나 닭고기 등을 채소와 함께 토르티야에 싸서 먹는 요리인데 재료와 레시피가 상세히 나와 있어요. 

역시 엄마 마음은 딸의 밥 걱정이 먼저네요. 슬픔에 잠겨 제대로 먹지도 못할까봐. 든든하게 파히타를 만들어 먹고, 진한 위스키 한 잔을 마셔도 좋다고.

둘째 날은 찾아오는 손님을 맞이해요. 이야기를 나누고, 눈물이 나면 울어도 좋아요.

셋째 날은 개털을 빗겨 줘요. 일상적인 일들을 멈추지 말라는 엄마의 깊은 뜻이에요. 

넷째 날은 부고 쓰는 일이 나와 있어요. 엄마가 미리 써 놓은 게 없다면 엄마와 가장 친했던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라고. 아마 엄마의 삶에 대해 아는 게 그리 많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수도 있어요. 엄마의 당부는 '내 부고에 쓰지 않을 것들'을 적어놓았으니 참고하면 돼요. 

다섯째 날은 대청소하는 날, 여섯째 날은 심야 식당 가기, 일곱째 날은 '나를 땅에 묻는 날'에 장례식에서 틀어줬으면 하는 노래 두 곡이 나와 있어요. 

니트 그리티 더트 밴드(Nitty Gritty Dirt Band)의 <그렇게 흘러 가겠지(And So It Goes)>, 그리고 이즈라엘 카마카위올레(Israel Kamakawiwo'ole)가 부른 <무지개 너머(Somewhere Over the Rainbow)>예요. 아름다운 멜로디와 멋진 가사까지 듣고 있노라니 마음이 편안해졌어요. 엄마는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로, 남겨진 가족들을 위로해줄 계획인 것 같아요. 또한 묘지를 우울한 곳이 아닌 떠난 사람을 기억해주는 장소로 여겨달라고, 엄마가 떠난 후에도 사람들이 잊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해준다면 기쁠 것 같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슬픔이 쉽게 가시진 않겠지만, 그 슬픔에 빠져 쓰러지지 않도록, 엄마는 세심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다양한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어요. 

엄마가 떠나도 딸의 삶은 이어지므로, 혹시나 엄마의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도록 인생에 크고 작은 조언들을 해주고 있어요. 

Day + 1 일부터 Day + 20,000 일까지 나와 있어요. 엄마의 마지막 조언은 '이상적인 죽음 계획하기'예요. 스스로 어떤 죽음을 맞이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거예요. 아무리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어도 죽는 건 혼자만의 일이니까. 삶의 주인공은 '나'였으니 마지막까지 확실하게 멋지게 끝낼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사실 엄마가 딸에게 해주고 싶은 진짜 중요한 말은 가장 마지막 장에 적혀 있어요. 읽으면서 뭉클했어요. 

엄마라는 존재는 내 삶의 시작이며, 축복이에요.

문득 엄마가 보고 싶네요. 사랑해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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