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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 - 고고학으로 파헤친 성서의 역사
아네테 그로스본가르트.요하네스 잘츠베델 엮음, 이승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누구나 다 알지만 동시에 잘 모르는 책은 무엇일까요.
바로 <성서>예요.
종교적으로 믿는 사람들 중에도 성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는 경우는 드문 것 같아요.
설사 다 읽었다고 해도 일반적인 책처럼 그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왜 그럴까요.
『성서, 인류의 영원한 고전』은 유럽 최고의 권위지 <슈피겔>에서 기획한 성서의 생성과 그 영향의 역사를 다룬 책이에요.
성서는 신학적 논쟁과 고고학적 탐구, 무수한 이념 논쟁에도 불구하고, 인류 전체의 정신세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거예요.
고대 유대교에서 고대 후기 시대까지의 문서들을 담고 있는 성서는 그 태생적 다양성으로 인해 오늘날까지 해석이 요구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어요.
사실 성서 속에는 지루한 계보와 규칙들, 잔혹한 악행과 폭력뿐 아니라 상식 밖의 모순들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성서를 적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 맹신이에요. 이성을 잃은 신앙은 브레이크가 고장난 자동차와 같아요.
이 책에서도 레이첼이라는 한 여성의 무모한 도전이 나와요. 소도시 데이턴은 소위 '성서 허리띠'라고 부르는 '성서 벨트'에 위치해요. 성서 벨트란 극보수 개신교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텍사스에서 플로리다까지의 미국 동남부 지역을 일컫는 말로, 데이턴은 허리띠의 '버클', 즉 중심으로 여겨지는 곳이에요. 80여 년 전에 이곳에서 전설의 '원숭이 재판'이 열렸고, 1925년에 성서를 신봉하는 그리스도인들이 찰스 다윈의 진화론 확산을 막으려는 소송을 걸었고, 실제 재판에서 이겼다고 해요. 그 이후로 이곳은 크게 변하지 않았어요. 레이첼은 1년 동안 여성으로서 성서의 율법에 따라 살아보는 실험을 했어요. 2010년 10월부터 2011년 9월까지 12개월 동안 그녀는 성서에서 요구한 여성의 도리와 성서의 계명을 지키며 살았어요. 복종, 가사생활, 정결, 생식력, 침묵. 그리고 이에 대한 글을 쓰고 블로그를 운영하며 강연을 했어요. 요약하자면 레이철은 정통 유대교 여성들의 생활 방식을 따라, 인터넷이나 핸드폰, 성 평등, 자동차, 피임약이나 비키니 등과 같은 현대 문물과 가치들을 거부했어요. 레이첼의 실험 혹은 도전 이유는 그녀가 신앙심 깊은 그리스도인의 여성이 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 결과, 그녀의 머리는 헝클어졌고, 누룩을 넣은 빵에 대한 식욕이 커졌으며, 6킬로그램의 살이 쪘어요. 자신의 신앙에 대해 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지만 속해 있던 침례교 공동체에서는 떠나야 했어요. 그녀의 옛 대학에서는 배교자 취급을 했고, 발언이 금지되었어요. 레이첼은 여전히 성서를 읽지만 성서가 오직 하느님의 말씀을 받아적은 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레이첼의 고향에서만 남편들이 성서를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 것은 아니에요. 그녀는 남성 지배적인 성서 읽기에 맞서 계속 싸우는 중이며, 신학자는 아니지만 여성을 주님의 이름으로 복종시키려는 모든 것에 대항하여 무장하기 위해 성서를 연구하고 있어요.
놀랍게도 현재 약 15개의 주가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치는 데 반대하는 이들과 법정 싸움을 하고 있어요. 미국 전역에서 빅뱅 이론을 수업에서 가르치는 데 반대하는 부모들의 시위가 열린다고 해요. 성서에 입각한 창조론자들과 과학 중심의 진화론자들 간의 끝나지 않은 싸움이네요.
어찌보면 우리나라에는 성서 오역으로 인한 사이비 종교들이 심각한 사회문제를 유발하는 것 같아요. 하느님을 자기 친구인양 떠들어대는 가짜 목사와 스스로 신을 자처하는 사기꾼들 그리고 이를 추종하는 무리들.
현대의 성서 전문가들은 성서의 상당 부분들이 역사적 사실이라고 뒷받침할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요. 성서에 등장하는 유명한 영웅들, 모세 그리고 다윗과 솔로몬이 지난 3000년 동안 인류에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까지 그들의 실존을 증명해낼 수 없었다는 거예요. 성서의 영웅들은 신화와 연결되어 있어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인 '예수가 하느님의 아들인가'에 대해서도 학문은 답할 수 없어요.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발견한 석실형 고분 위 그리스도교 무덤 교회에서도, 예수가 그곳에 실제 묻혔는지는 아직까지 입증되지 않았어요.
그렇다면 어떻게 신화가 역사로 둔갑하여 세계 권력의 중심으로 자리잡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번역과 인쇄술의 효과라고 볼 수 있어요. 젊은 신학자 마르틴 루터는 은둔 생활 중에 성서 번역을 했고, 이 엄청난 작업이 교회와 독일어를 뿌리째 흔드는 개혁의 시초였어요. 루터는 스스로 성서 해석자가 되어 독일어를 쓰는 민중들이 성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어요. 이때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술을 발명하여, 기술 혁명을 통해 책자의 대량 확산의 길을 열었어요. 루터 성서는 한 사람에 의해서 민족을 위해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평가되고 있어요.
성서에 관한 수많은 해석들 중에서 정신분석적 해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무신론자였던 프로이트, 개신교로 개종한 유대인이었던 아들러, 그리고 목사의 아들이자 신비주의 경향이 있었던 융은 심층심리학적 관점으로 성서 속 신앙과 과학 사이의 깨어진 합의를 회복하려고 했어요. 성서 본문을 인간 정신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원형 체험의 설명으로 받아들이면, 성서 속 터무니없는 요구들이 해소될 수 있어요. 심층심리학적 관점에서 성서는 신을 통해 자신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인류의 매력 넘치는 이야기이자, 인간 영혼의 탐험으로 볼 수 있어요.
이 책은 성서에 관한 다양한 시각과 해석을 보여줌으로써 인류 역사 속 성서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알려주고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