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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크 ㅣ 에프 그래픽 컬렉션
로리 할스 앤더슨 지음, 에밀리 캐럴 그림, 심연희 옮김 / F(에프)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스.피.크. SPEAK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미처 몰랐어요.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요.
말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 감히 짐작조차 못했어요.
이제 우리는 그 목소리에 귀기울여야 해요.
<스피크>는 그래픽노블이에요.
원작 소설은 로리 할스 앤더슨이 1990년대 후반에 썼다고 해요.
미국에서 매년 가장 뛰어난 '영 어덜트 소설'에 주어지는 최고 권위의 문학상 '프란츠상' 첫 회 수상작이자 '내셔널 북 어워드'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어요.
지금까지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스피크>가 그래픽노블로 새롭게 태어났다는 점에서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아이스너상' 수상작가 에밀리 캐럴이 그렸어요.
그림이 보여주는 색다른 방식이 원작의 깊이를 더해준 것 같아요. 작가의 이야기가 그림을 통해 더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첫 장면은 주인공 '나', 멜린다 소디노가 메리웨더 고등학교에 가는 첫 날, 아침 풍경이에요.
스쿨버스를 타고 가는, 그저 평범한 고등학생의 모습 같지만.
종이뭉치를 내 머리에 맞히며 깔깔대는 아이들.
'나는 왕따다.'
한때 절친이었던 레이첼 브륀은 나에게 "난 너 싫어."라고 말했고, 이제는 아예 모른 척 하네요.
'나는 더 이상 그때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한다.
역겨운 일이었지만,
어쨌든 지난 일이니까.
이제 더는 생각하지 않을 거다.'
학교 선생님들도 불친절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소통하자느니, 감정 표현을 하라느니, 모두 거짓말이에요.
꼭 해야 하는 말은 사실 아무도 듣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멜린다는 아무 말 안 하는 걸 택한 거예요.
그 후로 몇 주간, 멜린다는 버티고 있어요. 늦게까지 남아 마지막 버스를 타고 집에 가면 괴롭힘 당하는 일 없이 학교에서 나갈 수 있어요.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어요. 도대체 멜린다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아이가 갑자기 말이 없어졌다면 억지로 말하기를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멜린다를 보면서 마음 아팠어요. 혼자 점심을 먹고 몰래 빈 공간으로 숨어드는 모습이 안타까웠어요.
작년 8월의 어느 밤, 멜린다는 레이첼를 따라 파티에 갔어요. 맥주와, 선배들, 음악이 있었죠. 맥주를 세 잔 연속해서 마셨더니 토할 것 같았어요.
혼자 밖으로 나와 산책을 했어요. 그때 잘생긴 고등학생 오빠가 다가와 말을 걸었어요. 얼떨결에 그 오빠 품에 안겼고 그는 내게 키스했어요. 처음 몇 분간은 설레었지만 그가 점점 거칠어졌어요. 맥주에 취한 내 혀는 굳어 버렸고 어쩔 줄 몰랐어요. 어떻게 말하지. 이러지 말라고. 아니야. 이러는 거 싫어. 입술이 중얼거렸어요. 가겠다고, 친구가 기다린다고, 부모님이 걱정하고 있다고. 그는 내 위에서 바위처럼 짓눌렀고 나는 머릿속으로 비명을 질렀어요. 싫어! 이러는 거 싫다고! 하지만 아무도 내 소리를 들을 수 없었어요. 그 사실을 그도 너무 잘 알았어요. 쾅! 싫어! 그에게서 더러운 맥주 냄새가 났고, 그는 나를 아프게 했어요. 나를 나프게 한 그놈은... 미소를 지었어요.
나는 경찰에 전화했어요. 그걸 본 누군가 소리쳤어요. 얘가 경찰을 불렀어! 나는 간신히 기어 나왔고,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다리 사이를 지나서 도망쳐야 했어요. 모든 것으로부터. 모두에게서. 나는 텅 빈 집으로 걸어왔어요. 아무 말도 없이.
메리웨더 고등학교에서 멜린다는 그놈을 봤어요. 아무렇지도 않은 듯 뻔뻔하게 잘 지내는 앤디 에반스.
분노가 치밀어 올랐어요. 멜린다는 그때 이후로 모든 게 변했는데, 매일 고통스럽게 버티고 있는데, 어떻게 그놈은 멀쩡할 수가 있죠?
그놈이 이번에는 레이첼과 사귀고 있어요. 어쩌죠? 그놈이 나쁜 놈이라는 걸 알려줘야 하는데, 레이첼은 나와는 눈도 마주치지 않으니.
멜린다는 친구를 위해서 용기를 내지만... 과연 어떻게 될까요.
제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너무 답답하고 화가 나고 속상했어요. 로리 할스 앤더슨은 열세 살에 멜린다와 같은 일을 겪었다고 해요. 그 고통의 시간 동안 글을 썼고 <스피크>가 탄생한 거예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힘을 찾으려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는 <스피크>.
쉽지 않은 이야기, 그러나 꼭 해야만 하는 이야기예요. 누군가 용기 내어 말한다면 우리는 기꺼이 들어줘야 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