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
우와노 소라 지음, 박춘상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의 시간이 눈앞에 숫자로 표시된다면 어떨까요.

이 소설 제목을 보자마자 영화 <인 타임 In Time> (2011)이 떠올랐어요.

당시 영화가 보여준 미래 가상 세계는 엄청 충격적이었어요. 영화 속에서 돈은 존재하지 않고, 모든 비용은 시간으로 계산돼요.

"TIME IS MONEY, TIME IS POWER."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은 25세가 되면 신체 노화가 멈추고 손목에 새겨진 카운트 바디 시계에 1년의 유예시간을 제공받지만,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시간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은 노동을 통해 시간을 벌어야 해요. 반면 부자들은 몇 세대에 걸쳐 풍족한 시간을 갖고 영생을 누릴 수 있어요.

충격적인 장면은 어떤 사람이 길을 걷다가 주어진 시간을 모두 소진하여 시계에 "0"이 표시된 순간, 그 즉시 심장마비로 사망하는 모습이었어요. 배터리를 제거한 로봇처럼 힘없이 스르륵 쓰러지면서 끝나는 죽음. 자신의 수명을 구체적인 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저주 같았거든요. 많든 적든간에.


<당신이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는 모두 7편의 이야기가 실려 있어요. 

전부  "당신이  ... 할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 번 남았습니다"라는 제목이라는 것.

주인공 눈에만 보이는 그 남은 횟수는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그것을 상상하는 재미뿐 아니라 결정적인 반전이 숨어 있어요.

일단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눈앞에 보인 건 가즈키가 열 살 생일이 되던 날이었어요. 왜 가즈키에게만 그런 문장이 보였는지는 알 수 없어요. 원래 엄마가 해주는 음식을 좋아하는 가즈키는 엄마가 손수 해준 음식을 먹을 때마다 숫자가 1씩 줄어드는 걸 알게 되었어요. 열세 살이 된 가즈키에게 남은 횟수는 328번, 만약 숫자가 0이 되면 엄마는 죽는다? 그때부터 엄마가 차려주는 음식을 거부했어요. 사회생활 10년차가 된 가즈키는 동료가 직접 준비한 도시락을 맛보고나서 엄마의 집밥이 그리워졌어요. 아직도 남은 횟수는 328번이라 다행인 줄 알았는데, 실은 그게 아니었어요.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 ... 짐작했듯이 시간여행자처럼 자신의 과거와 미래 어떤 순간이든지 딱 1분간 통화할 수 있어요. 1분씩 총 5분의 시간으로 내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이 또한 SF영화 때문에 상상해본 적이 있어요. 중요한 건 지금 내 인생에서 시간여행은 필요하지 않다는 거예요. 이미 지나온 시간들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당신이 수업에 나갈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1만 6213번 남았습니다 ... 이 내용은 학생들에게 좋은 자극이 될 수 있는 상상인 것 같아요. 지긋지긋한 수업을 하루빨리 끝낼 수 잇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당신에게 불행이 찾아올 횟수는 앞으로 7번 남았습니다 ... 일본에서도 행운의 편지가 유행했었나 보네요. 행운의 편지를 받고 열심히 7통의 편지를 썼던가, 아니면 무시했던가. 잘 기억이 안나는데, 주인공처럼 연달아 7번의 불행이 찾아온다면 끔찍할 것 같아요. 도대체 행운의 편지는 누가 만든 걸까요. 참 심술맞은 사람인 것 같아요.

당신이 거짓말을 들을 횟수는 앞으로 122만 7734번 남았습니다 ...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이지 않을 뿐이지, 누구나 매일 거짓말 홍수 속에 살고 있지요. 굳이 알고 싶지 않아요, 그냥 슬쩍 속아주며 살고 싶어요.

당신이 놀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9241번 남았습니다 ... 어린애 눈앞에 이 문장이 보인다면 제대로 놀 수 있을까요. 수줍음 많은 소년 다부치는 그 횟수 때문에 어른이 될 때까지 놀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어요. 누구 말마따다 아끼면 X 된다고, 놀 수 있을 때 실컷 놀아야죠.

당신이 살 수 있는 날수는 앞으로 7000일 남았습니다 ... 오, 제발 아니길 바랐는데 자신이 살 날까지 숫자로 보여주다니! 그런데 놀랍게도 눈앞의 숫자가 7000일에서 멈췄어요. 작동이 중지되어 정보를 복구 중이라고. 왜 그럴까요. 그 이유는...


소설을 통해 들여다 본 우리 삶의 수많은 기회들.

모두 일일이 횟수로 표시해서 볼 수 있다면 복잡해서 하루도 못 살 거예요. 안 보이길 천만다행이죠.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지금 이 순간뿐이에요. 아낌 없이 사랑하며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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