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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머린
이사카 고타로 지음, 최고은 옮김 / 현대문학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서브머린>에는 가정법원 조사관과 그들이 담당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예요.
가정법원 조사관은 3인 1조로 움직이는데, 주인공 무토는 주임 진나이 씨의 '조'로 배정되었어요.
직장에서 민폐 덩어리인 진나이 씨와 의욕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는 기사라즈 안나 사이에 낀 매우 정상적인 무토 씨.
무토가 이번에 맡은 다나오카 유마 건은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열아홉 살 아르바이트 소년이 무면허로, 과속 운전을 하다 인도로 돌진해 조깅 중이던 중년 남성을 숨지게 한 사건이에요. 무면허의 인명 사고, 게다가 피해자가 사망했으니 원칙적으로 검찰 송치 사건이지만 형사 처분 이외의 조치를 고려할 수 있기 때문에 가정법원 조사관들이 담당하고 있어요.
기존에 맡은 오야마다 슌 건은 사람들에게 '죽어'라고 적힌 협박 편지를 보낸 건인데, 그것을 받은 사람들은 모두 인터넷상에 협박 글을 올린 적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슌은 협박자들을 협박했던 거예요. 소년 심리 결과는 '시험관찰'이어서 무토가 정기적으로 슌과 면담하기 위해 가정 방문을 하고 있어요. 무토가 처음으로 면담했을 때, 슌에게 범행 동기를 묻자 이렇게 말했어요.
"다른 사람에게 죽어, 라는 말을 하는 사람이 죽어, 라는 말을 들으면 어떤 기분일지 알고 싶어서요." (21p)
무토가 왜 진나이 씨와 같은 조가 되었을 때 한숨을 푹푹 내쉬며 천장을 올려다봤을까요.
잠시라도 진나이 씨와 함께 있어 보면 바로 알 수 있어요. 사람이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말해야 하는데 진나이 씨의 화법은 직설적이다 못해 고약해요. 상대방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듯 툭툭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려요. 거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정보를 진짜라며 우겨대요. 매사 심드렁한 태도라서 제대로 일을 하는 건지 알 수 없어요. 한 마디로 괴짜예요. 그런 진나이 씨가 유독 다나오카 유마에게 관심을 갖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진나이 씨는 "무토, 너도 알잖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의 범인들은 대부분 본인도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잘 이해를 못 한다는 걸"이라며 어깨를 으쓱했다. (163p)
"사고를 내서 어쩌다 사람을 죽인 놈과, 죽이려고 했지만 실패한 놈,
둘 중에 누가 나쁜 놈일까? (215p)
이 소설에서 다나오카 유마는 서브머린이에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나날들을 빛이 닿지 않는 해저에서 꼼짝 않고 있듯이, 부정적이 생각을 하는 데 소모해 온 거라고.
어쩌면 사회가 지켜주지 못한 약자들은 모두 서브머린에 갇혀 있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뉴스를 통해 잔인한 소년범죄를 접할 때마다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했어요. 그러나 <서브마린>의 다나오카 유마와 오야마다 슌의 경우를 보니 무조건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결된 문제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가정법원 조사관은 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에게 유일한 희망일 수 있어요. 세상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희망.
가정법원 조사관의 역할은 미약할지 모르지만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아요. 사이코패스 범죄를 제외하면 소년범죄의 다수는 이 사회가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서 벌어졌다고 생각해요. 범죄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처럼 돌이킬 수 없는 불행 앞에 감히 용서를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똑같이 나쁜 사람이 되면 안 돼요.
슌의 협박편지처럼 누구든지 상대에게 칼을 겨눌 때는 그 칼이 자신에게 향할 수도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돼요. 민폐 덩어리 진나이 씨조차 세상에 다 쓸모 있는 존재라는 걸, 아니 우리 모두는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해요. 다함께 서브머린을 끌어올려서 모두가 환하고 따스한 햇빛을 마주하기를.
마지막으로 『바보 이반』을 다시 읽어봐야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