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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경찰의 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하빌리스 / 2019년 11월
평점 :
"우리와는 관계없는 얘기야." (233p)
하루에도 몇 백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어요. 뉴스를 통해 접하는 교통사고 현장 모습은 너무나 참혹해요.
하지만 자신이 겪기 전에는 '나한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종종 잊게 돼요.
만약 다른 일이었다면 이러한 무관심이 대수롭지 않았겠지만, 이 책을 읽고 나면 나와 무관하다는 말을 못할 거예요.
아니, 저 말이 얼마나 소름돋는 이야기인지 깨닫게 될 거예요.
이 소설은 '교통사고'라는 주제로 모두 여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어요.
사실 운전자가 아니어도 도로 위에서 벌어지는 교통 법규 위반이나 접촉사고, 비상적인 운전매너 등 불쾌하고 위험했던 기억들이 있을 거예요.
그 중에서 운전할 때 인격이 돌변하는 사람들은 신종 공포라고 할 수 있어요. 당연히 정해진 교통 법규를 지켜야 하는데, 그걸 제멋대로 위반하는 사람들 때문에 사고가 발생하죠. 교통사고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피치못할 상황을 제외한다면 각자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심각성을 모르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아요.
여섯 편의 이야기는 저마다 반전이 있어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자세한 내용을 말할 수 없지만 각 사고마다 '나'를 대입해보면, 왜 "우리와는 관계없는 얘기야."라는 말에 소름돋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모든 교통사고는 예측할 수 없지만 분명 예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어요.
교통사고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누구인지를 밝혀내야 하는 교통경찰과는 달리, 우리는 그 당사자이기 때문에 '왜 교통사고가 일어났나'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문득 부모들의 눈물로 만들어진 '민식이법'과 '하준이법'이 생각났어요. 우리 아이들을 좀더 안전하게 지켜주자는 법을 만드는데 뭐가 그리 시끄러운지.
우리나라는 늘 보행자보다는 운전자의 입장을 우선시 하는 게 아닌가라는 불만이 있었는데, 민식이법이 과도한 처벌이라고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분노를 느꼈어요. 그들은 그 법이 자신과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여겼겠지요. 너무나 끔찍한 이기심과 무관심 앞에 공포를 느꼈어요.
교통사고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는 없다고 해도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건 우리 모두와 관계 있는 일이니까요.
<교통경찰의 밤>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초창기 단편작품집이라고 해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여에 걸쳐 한 편씩 문예지《주간소설》에 실었던 것을 1992년에 한 권으로 묶어 처음 출간했어요.
10년이 지난 2001년에야 중판에 들어갔고, 데뷔 15년이 된 그는 후기에서 "... 이제 새삼 중판이라니, 출판계도 참 예측 불허의 오묘한 세계가 아닐 수 없다"라고 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출간되었고, 지금 제가 읽은 책은 2019년 새로 출간되었어요.
일본 미스터리 소설을 좋아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거예요. 그만큼 유명한 작가인데, 매번 새로운 책이 출간되어서 굉장히 다작을 한다는 점에 놀랐어요. 그는 데뷔부터 지금까지 1년에 두세 권을 꾸준히 발표하여, 2019년 현재까지 출간된 소설책이 총 87권이라고 해요.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작가의 길을 걷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를 보면서 멋진 '작가'일뿐 아니라 멋진 사람이라고 느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