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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민화로 떠나는 신화여행 ㅣ 인문여행 시리즈 2
하진희 지음 / 인문산책 / 2019년 11월
평점 :
인도 신화를 아시나요?
힌두교는 다신교라서 다양한 신들이 존재해요. 인도 신화는 바로 그 힌두교 신들의 이야기예요.
근래 인도 신화에 대한 책을 읽고 더욱 관심이 생겼어요. 어떻게 지금까지 몰랐나 싶을 정도로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푹 빠졌어요.
이 책은 특별히 인도 민화가 등장해요.
와우, 한 번 보면 그 강렬함에 매료될 걸요.
제 눈길을 사로잡은 인도 민화는 <명상하는 시바>예요.
원래 시바는 푸른색으로 그려져야 하는데, 이 작품에서는 시바를 분홍색으로 묘사하고 있어요.
얼핏 보면, 얼굴에 수염만 달려 있을 뿐 귀여운 요정 같아요. 왠지 알라딘에 나오는 지니처럼.
그런데 시바의 정체를 알면 깜짝 놀랄 거에요. 시바는 힌두교 신의 세 번째 신이며 파괴의 신으로 불린대요.
전지전능함과 위엄 있는 모습으로 묘사되는 힌두교의 다른 신과는 달리, 몸에 호랑이 가죽을 걸치고, 목에는 해골목걸이를 걸고 다니며, 머리에는 늘 치명적인 독을 지닌 코브라를 두르고 화장터에서 일하는 천민들과 친하게 지내기 때문에 격식에 얽매이지 않는 신으로 표현된다고 해요.
무엇보다도 시바는 만물을 창조하고 파괴하는 위력을 지녀서 모든 신들이 힘을 합쳐도 그를 당해낼 수 없을 만큼 강력한 신이에요. 시바는 거무스름한 피부에 네 개의 팔과 이마에 제3의 눈을 지녔어요. 전해 내려오는 신화에 의하면,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갖게 된 이야기가 나와요. 어느 날 시바의 아내 파르바티가 술래잡기 놀이를 하면서 시바의 두 눈을 양손으로 가렸는데, 그 순간 온 세상이 암흑으로 변해버렸어요. 시바의 눈은 태양을 통제하는 빛을 간직하고 있어서 시바의 눈을 가리면 빛이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시작된 거죠. 세상이 암흑으로 변하자, 모든 신과 악마, 인간들이 자신들을 어둠 속에서 구해달라고 동시에 소리쳤고, 이 비명 소리를 들은 시바가 이마에 제3의 눈을 만들고 빛을 발산하기 시작했어요. 그러자 다시 태양이 빛나기 시작했대요.
오호, 무섭기만 한 줄 알았더니 자애롭네요. 그래서 시바는 힌두교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 가운데 인도인들의 사랑과 경배를 가장 많이 받는 신이라고 하네요.
시바는 위대한 신이면서 가장 천한 계층의 사람들과 스스럼 없이 사귀며 어울린다는 점에서 특별한 것 같아요. 그를 경배하는 수많은 사원과 조각상, 그림들을 인도 어느 곳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대요.
그러나 알다가도 모를 것이, 그 시바가 아내 파르바티 곁에 있는 소년을 삼지창으로 내리쳤는데 그 소년이 바로 자신의 아들이었던 거예요. 아무리 오래 떨어져 있었다 해도 신인데, 아들을 몰라보고 죽이다니... 당황한 시바가 정신을 차리고 말하길, 우리 아들은 신이므로 죽지 않는다고, 자신은 아이를 파괴한 게 아니라 아이의 머리만 파괴한 거라고 했대요. 그다음에 시바는 아기 코끼리의 머리를 가져다가 아들의 어깨 위에 얹어놓았대요. 이 모습을 본 파르바티는 소스라치게 놀랐고, 가엾은 아들이 신들의 놀림감이 될 거라고 슬퍼했대요. 다행히 모든 신들이 파르바티 주변으로 몰려들어 아들의 사정을 듣고는 다 잘 될 거라며 위로했대요. 위대한 신 시바가 자신의 아들에게 코끼리 머리를 주었다면 그것이 그 소년에게는 가장 좋은 거라고. 이때 브라마와 비슈누는 가네샤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특별한 재능을 부여했어요.
"코끼리 머리를 가진 가네샤는 지혜의 신이 될 것이다."
브라마가 말했다.
"가네샤는 천국의 서기이자 문학의 신이 될 것이며,
장애물의 제거자가 될 것이다.
그리고 어떠한 종교의식에서도 어떤 다른 신들이 경배되기 이전에
제일 처음 경배될 것이다.
가네샤는 새로운 사업을 여는 이들에게 성공을 가져다 줄 신이 될 것이다."
비슈누가 덧붙였다. (87-88p)
신들의 세계도 인간과 똑같은 것 같아요. 불행한 사건이 도리어 축복이 되었어요. 가네샤는 코끼리 머리를 갖고 있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훗날 인도인들이 경배하는 지혜의 신, 부와 명예의 신 가네샤가 되었어요. 잘 생긴 미모를 가진 신들보다 코끼리 머리의 가네샤가 더 매력적인 건 그 지혜로움에 있어요. 물론 코끼리 머리도 멋져요. 책에 나오는 가네샤 그림을 보면 비단에 석채와 금분으로 그려져 색채 조화가 뛰어나고, 검은 바탕에 형광빛이 도는 엷은 민트색의 가네샤는 화려하게 느껴져요. 제 마음에 쏙 드는 그림이라서 방에 걸어두고 싶어요.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인도 민화와 함께 그 민화 속 신들의 이야기가 정말 재미있어요.
인도 민화에는 신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신들의 형상과 함께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인도인들의 일상들이 담겨 있어요.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인도인들에게 민화를 그리는 일은 신을 명상하고 신에게 기도를 바치는 하나의 의식으로 여겨진다고 해요.
지금도 인도 민화를 그리는 방법은 전통 방식을 그대로 따르고 있고, 지역별로 마두바니 민화, 남부 지방 민화, 왈리 민화가 거의 3000년 이상을 변함없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대요. 부록으로 왈리 민화 그림을 따라 그릴 수 있는 4가지 샘플 도안이 실려 있어요. 신기하게도 인도 민화가 제 내면의 예술적 욕구를 끌어올린 것 같아요. 인도인들처럼 신을 명상하고 기도하는 마음으로 그려보고 싶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