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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마음사전 ㅣ 걷는사람 에세이 6
현택훈 지음, 박들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평점 :
"♪ 바람부는 제주에는 돌도 많지만~
인정 많고 마음씨 고운 아가씨도 많지요 ~
감수광 감수광 난 어떡할랭 감수광~
설른 사람 보냄시엔 가거들랑 혼저 옵서예~~♪♬"
제주출신 가수 혜은이가 불렀다는 노래 <감수광>은 제주말로 '가십니까? 기세요?'라는 인사말이라고 해요.
금방 만나 헤어질 때도 '감수광'이고, 오랜만에 만나 헤어져도 '감수광'이라네요.
'혼자 옵서예'는 빨리 오라는 뜻이래요.
음, 1978년 발매된 앨범 수록곡이라는데 그 이후로 제주어로 된 노래는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맨도롱또똣>(2015년)이라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덕분에 무슨 뜻인지 찾아본 기억이 나네요.
'맨도롱 또똣'은 '매지근 따뜻'으로 매지근하다는 건 더운 기운이 조금 있다는 뜻이래요. 이것도 정확하게 표기하면 '따뜻'의 모음을 아래아로 바꿔야 한다네요.
이렇듯 제주어는 한때 유행어처럼 대중들에게 반짝 선보였다가 스르르 관심 밖으로 사라졌던 것 같아요.
분명 우리말인데 도통 알아들을 수 없으니 외국어와 다를 바 없어요.
막연히 제주어에 대한 호기심은 있었지만 적극적으로 배우는 노력까지는 못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유네스코는 제주어를 소멸 위기 언어로 지정했다고 해요.
어쩐지 제주 현지에 가도 제주어를 쓰는 사람이 거의 없더라니, 이러다가 진짜 사라지면...
<제주어 마음사전>은 제주 토박이인 저자의 제주 사랑이 담긴 책이에요.
시를 쓰는 그는 제주어로 시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해요. 하지만 제주어가 외국어처럼 느껴지는 마당에 그 시가 제대로 전달될 리 없겠지요.
그래서 일단 '나의 제주어 사전 만들기'를 시작한 거래요.
바로 이 책은 제주땅 곳곳에 묻혀있던, 보석 같은 제주어를 캐내어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소중하고 아름다운 우리말, 제주어의 매력이 저자의 추억과 함께 빛나는 것 같아요.
"우리는 가매기 새끼들이었다"에서 가매기는 까마귀를 뜻해요. 다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굴이 까매지도록 놀던 그 까마귀 시절로 가고 싶대요. 그 이유는 첫사랑 때문이래요. 순수한 소년의 마음을 흔들었던 그 소녀는 지금... 잘 살고 있겠죠. 저자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 녀석 탓이 아닌 것 같아요. 첫사랑이 이뤄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짝사랑이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상대에게 전하지 못한 마음이라서 그토록 오래오래 가슴에 남는 건가 봐요.
곱을락
: 숨바꼭질. 달리 '곱을레기','곱음제기'라고 한다.
- 제주도에는 예쁜 지명들이 많다. 가스름, 아홉굿마을, 볼레낭개, 소보리당, 스모루, 지삿개, 폴개 등.
행정구역 이름으로 한자어가 쓰이면서 우리말 지명들이 점점 숨어버리고 있다.
4·3 때 잃어버린 마을들은 세월의 저편에서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완전히 '곱아'버린 그 마을들.
다랑쉬, 무등이왓, 곤을동, 어우늘, 이생이......
아름다운 제주 마을 이름이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 뒤에는 비극이 웅크리고 있다. (29p)
제주어는 유독 "아래아(ㆍ)"가 많이 쓰여요.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해요. 제주어에 관심이 없을 때는 "아래아"가 물색 없이 끼어드는 방해꾼 같았는데, 지금은 "아래아"를 입력하면 자동변환 되는것이 너무 섭섭하네요. 왠지 "아래아"가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요. '넌 옛날 한글이니까 빠져!'라는 것 같아서. 한글 아래아를 검색하면 '한글 아래아 끄기' , '한글 아래아 없애기'가 뜨거든요.
그래서 <제주어 마음사전>에 있는 예쁜 제주어를 컴퓨터 자판으로 쓰기 어려워요. [아깝다]라고 발음되는 제주어는 '귀엽다, 사랑스럽다'라는 뜻인데, 제주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아니꼽다'로 들릴 수 있어요. 서로 소통이 안 되면 오해하고 멀어지게 되듯이, 제주어가 영영 멀어질까봐 안타까워요.
'오몽ㅎㆍ다'는 '몸을 움직이다', '부지런하다' 또는 '노력하다'는 의미가 담긴 말이래요. 반대로 게으름뱅이는 '간세둥이'라고 한대요.
오늘은 오몽했나요, 아니면 간세둥이로 지냈나요?
<제주어 마음사전> 덕분에 예쁘고 정겨운 제주어를 알게 되었네요. 잊고 지내던 옛 친구를 만난 것 같아요. 오랜만이우다, 몸은 펜안 하우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