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형에 이르는 병
구시키 리우 지음, 현정수 옮김 / 에이치 / 2019년 11월
평점 :
절판
당신에게 묻는다.
연쇄살인범이 도움을 요청한다면 단칼에 거절하겠지.
사형 판결을 받은 죄수가 죽기 전 마지막 부탁을 한다면 잠시 생각을 해보겠지.
어릴 적 내게 유난히 친절했던 동네 빵집 주인이 감옥에 갇힌 상태에서 간절한 심정을 담은 편지를 보낸다면 마음이 약간 흔들리겠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으며 친엄마와 각별한 사이였던 그 사람이 나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면 그의 말을 듣지 않을 수 있을까...
- 네가 좋아하는 대로 해도 돼.
- 선택해도 돼. 너에겐 권리가 있으니까.
- 네가 어떠한 답을 하더라도, 나는 거기에 따르겠어.
그 남자의 목소리는......, 언제나 달콤하고 부드럽다.
두 번 다시 귓가에 들릴 리 없는 목소리다.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 남자의 목소리는......, 지금도 가슴속 깊은 곳에 살아 숨쉬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8p)
<사형에 이르는 병>은 대학생 가케이 마사야에게 도착한 한 통의 편지로부터 시작돼요.
편지를 보낸 사람은 하이무라 야마토, 그는 5년 전에 24건의 살인 용의자로 체포되었고, 지난 달 1심에서 사형 선고 후 현재 항소 중인 미결수예요. 일본에서 전후 최대 규모의 연쇄살인을 일으킨 흉악한 인간이에요. 하지만 마사야가 기억하는 그는 어릴 때 자주 갔던 제과점 '로셸'의 주인으로 항상 웃는 얼굴로 다정하게 말을 건넸어요. 구치소 면회실 투명한 칸막이 너머에 있는 그는 하얗고 매끈한 피부에 가느다란 콧대, 긴 속눈썹, 다갈색 눈동자의 섬세한 얼굴로, 다른 장소였다면 누구나 영화배우 같은 느낌의 기품 있는 미남자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만 42세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어 보여요.
하이무라는 마사야에게 담담히 자신의 죄를 고백하더니, 아홉 번째 살인은 자신이 저지른 범행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해요. 물론 그 한 건의 살인이 무죄가 된다고 해서 사형 판결이 뒤집히지는 않아요. 그런데도 하이무라는 그 한 건에 대한 누명을 풀고 싶어서 마사야에게 편지를 보냈던 거예요.
마사야는 도대체 왜 그를 만나러 왔을까요.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그를 보자마자 그 이유를 깨닫게 돼요. 신비하고 조용한 눈, 저 눈을 보고 싶었다는 걸.
마사야는 하이무라의 인생을 추적하면서 묘한 연민과 끌림을 느끼게 되고, 급기야 충격적인 진실을 마주하게 돼요. 무엇보다도 소심하고 내성적인 마사야의 내면에서 격렬한 충동이 일어나는데, 그건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과연 진실은 무엇일까요.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소름돋았어요. 사형에 이르는 병, 끝까지 의심하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