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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
하상인 지음 / 지식과감성# / 2019년 10월
평점 :
"죽고 사는 일이 이렇게 가까이에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어." (97p)
<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동생과 그 마지막을 바라보는 형의 이야기입니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죽음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어쩌면 두렵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며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홍기석은 입사 1년 차 회사원입니다. 조용하고 내성적인 그는 오늘도 김수홍 과장이 해야 할 잔업을 떠맡아 하느라 야근 중입니다. 김수홍 과장은 기석과 입사 동기인 '지예나' 사원과 데이트를 하려고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을 2시간 앞둔 오후 4시가 되면 어김없이 기석에게 일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당연히 거절하면 될 일인데 현실은 호구처럼 당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하이에나처럼 야비한 인간들과 그들의 먹잇감이 되는 임팔라 같은 이들이 존재합니다. 비정한 먹이사슬이여~
더군다나 기석은 이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왔다가 지예나 사원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해야 하나, 속으로 ' 이 회사에 지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입사 이후 업무 외적으로는 단 한 번도 사적인 대화를 해 본 적이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그는 30년째 모태솔로였으니 연애는 그저 꿈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삶은 참 불공평합니다.
앞으로 좋은 일들만 찾아올 거라고 기대하며 살고 있는 기석에게 갑작스런 시한부 선고라니...
음, 팍팍한 현실도 버거운데 소설 속 주인공이라도 좀 행복하면 안 되나, 뭐 이런 불만의 소리들이 마구 올라와서 읽는 내내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석은 착해도 너무 착한 사람이라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괴롭습니다.
'뭐지,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솔직한 심정은, 나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앗, '절대로'라는 말은 취소하겠습니다. 살다보니 무슨 일이든 장담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터라 격한 표현은 자제하겠습니다. 착해서 탈인 기석 때문에 너무 흥분했던 것 같습니다.
어찌됐든 기석의 마지막 시간들을 보면서, '괜찮은 인생'의 기준이 바뀌었습니다. 누가 뭐래도, 스스로 만족할 수 있다면 그 정도면 괜찮은 인생인 거지. 함부로 남의 인생을 판단하지 말지어다.
형 정민은 동생 기석이 부탁한 마지막 일을 하느라 제대로 슬퍼할 틈이 없었습니다. 그 일이 동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고 여겼는데, 동생이 떠난 후 오랜 시간 동안 집필하지 못했던 소설을 완성했습니다. 동생을 위한 작품이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소설이 현실 같고, 현실이 더 소설 같은 세상에서 <이번이 마지막 다음입니다>라는 책은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당신의 마지막 다음은 어떤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