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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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우리 엄마>라는 그림책을 보면,

"우리 엄마는 참 멋져요. 굉장한 요리사이고, 놀라운 재주꾼이고, 그림도 잘 그려요. 

또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힘이 제일 센 여자예요. 우리 엄마는 마법의 정원사 같아요.

무엇이든 자라게 할 수 있거든요. 착한 요정처럼 내가 슬플 때면 기쁘게 할 수도 있어요.

천사처럼 노래도 잘 하고 사자처럼 으르릉 소리칠 수도 있어요. 

우리 엄마는 나비처럼 아름답고, 안락의자처럼 편안하고, 아기 고양이처럼 부드럽고,

코뿔소처럼 튼튼해요. 정말 정말 멋진 우리 엄마!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바로 '우리 엄마'가 되었어요. 나는 엄마를 사랑해요.

그리고 엄마도 나를 사랑한답니다. 언제까지나 영원히......." 라고 말해줘요.

무엇이든 될 수 있었던 그  멋진 사람이 지금은 다름 아닌 '우리 엄마'가 된 거예요.

이 그림책은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우리 엄마'의 보이지 않는 삶이 아름답게 그려져 있어요.

그러나 현실에서 '엄마'라는 존재는 어떻게 비쳐질까요.


<보이지 않는 삶>은 마르타 바탈랴의 첫 번째 소설이에요.

저자는 브라질 헤시피에서 태어나 리우데자네이루의 치주카에서 자랐고, 기자로 일하다가 미국 뉴욕으로 이주해 출판사에서 일했다고 해요.

이 소설은 대부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요. 두 주인공 에우리지시와 기다 자매의 삶뿐 아니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엿볼 수 있어요.

에우리지시 구스망은 안테노르 캄펠루와 결혼하여 딸 세실리아와 아들 아폰수를 낳았어요. 언니 기다는 마르쿠스와 결혼하여 아들 프란시스쿠를 낳았어요.

한 여성의 삶을 '누구와 결혼했고 자식을 낳았다'라는 것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어요. 그런데 그것 말고는 더 궁금해 하지 않는 것 같아요.

마치 여성은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가 되기 위해 태어난 존재인 것처럼.

그래서 작가는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여성들의 보이지 않는 삶, 보이지 않음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어요.

성차별과 편견, 억압... 


에우리지시는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하고 싶어요, 를 반복했다.

부모는 그저 안 돼, 안 돼, 안 돼, 를 반복했다.

그러면 에우리지시는 왜 안 돼요? 로 응수했다.

그러면 부모는 안 되니까 안 돼, 라고 답했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대화 자체가 바보들의 대화처럼 흘러가곤 했다.

한쪽에서 "왜 안 돼요?"라고 물으면 반대쪽에서는 "안 되니까 안 돼"를 연신 반복했다.

"왜 안 돼요?" "안 되니까 안 돼." "왜 안 돼요?" "안 되니까 안 돼."

그러나 이 모든 희곡, 이 모든 고뇌, 이 모든 긴장은 눈빛 하나 때문에 몇 초 사이에 사라져버리게 된다.  (82p)


플루트는 에우리지시의 첫사랑이었어요. 

에이토르 빌라로부스(브라질의 대표적인 클래식 작곡가이자 지휘자)가 에우리지시의 플루트연주를 듣더니 자신의 음악학교에 데려가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데 부모님은 딱 잘라 거절했어요. 또래 여자아이들처럼 배워야 할 것들을 배워서 좋은 남자를 만나 가정을 꾸려야 하는 법이라고.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에우리지시는 부모의 뜻대로 더 이상의 학업을 할 수 없었고, 결혼 후 아내와 엄마로서 살아야 했어요.


기다는 눈을 아래로 내리깔고는, 찻상에 떨어진 과자 부스러기를 손으로 쓸어 담았다.

"그, 당나귀 꼬리 놀이 기억나?"

"뭐?"

"당나귀 꼬리 놀이 말이야. 눈을 가린 술래에게 당나귀한테 꼬리를 달으라고 막 소리치는 그 놀이 있잖아.

우리가 성당 축일마다 많이 했었어."

"알아."

"인생이란 그 놀이와도 같아, 에우리지시. 우리는 모든 걸 다 잘해내고 있다고 착각하곤 하지.

하지만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걸 알아채는 순간, 눈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다음부터는 아무것도 맞히지 못하게 돼."  


기다는 아름다운 외모뿐 아니라 패션 감각이 뛰어난 소녀였지만 무책임한 남자를 만나 고달픈 현실을 홀로 책임져야 했어요.

똑같은 여성이라고 해도 젤리아는 악당 같은 존재예요. 외모가 못나서 성격이 비뚤어진 건지, 성격이 비뚤어져서 외모도 못나진 건지 아무도 몰라요. 어쨌든 자신의 불행을 세상 탓으로 돌렸어요. 그녀의 유일한 기쁨은 남들의 불행을 들춰내 소문내는 일이었어요.

반면 필로메나는 고단한 삶을 살아왔지만 항상 미소를 머금었고, 그녀의 웃음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었어요. 절망에 빠진 기다에게 손을 내밀어준 천사였어요.

현실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라고 끝나는 멋진 동화는 아니지만 고난과 극복을 통해 만들어가는 모험기인 것 같아요. 그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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