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 동양철학과 선불교를 위한 뇌과학 교과서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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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은 이렇다.

뇌는 명사이고, 마음은 동사다.

또는 인지과학자 마빈 민스키의 말처럼, 

"뇌의 기능적 발현이 마음이다."  (10p)


저자 크리스 나이바우어는 인지 신경심리학 교수입니다.

스무 살 때 아버지의 죽음으로 큰 충격을 받고, 그 고통을 끝내기 위해 마음 공부를 하던 중 동양의 가르침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대학원 시절, 좌뇌와 우뇌의 차이점에 대한 연구를 했고 어느덧 선(禪 , Zen)과 뇌를 동시에 강의하는 교수가 되었습니다.

최근 서양 과학자들이 동양의 각종 수행법에서 얻을 수 있는 다양한 긍정적 효과에 대해 보고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설명하고자 합니다.

바로 이 책은 우리에게 그 의미를 알려주기 위한 것입니다.

"자네, 좌뇌한테 속았네!"

우리가 할 일은, 지금까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는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


나 자신은 어디 있는가.

신경과학자들은 뇌 지도를 밝혀냈지만 아직까지 자아가 어디 있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자아의 위치를 찾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거기에 그런 것이 없기 때문은 아닐까?

놀라운 깨달음!

본질적으로 우리는 전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했으며, 그 착각은 모두 좌뇌 탓?

저자는 이 책에서 동양철학과 선불교가 수천 년간 이야기했던 바를 신경과학과 심리학의 연구 결과들을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라는 미스터리를 뇌과학 측면에서 풀어내고 있습니다.

알기 쉽게, 좌뇌와 우뇌로 나누어 인간의 인지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해주고 있습니다.


이언 맥길크리스트의 명저 『주인과 심부름꾼 : 두뇌 속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배신과 정복의 스토리』에서 좌뇌의 역할을 정확하게 알려줍니다.

좌뇌는 현실에 대한 지도를 그리는 역할을 하며, 이때 지도를 그리는 펜이 바로 언어라고 합니다. 지도가 그림이라는 상징을 이용하여 어떤 장소를 대변하듯, 언어는 단어라는 상징을 이용하여 다른 어떤 것을 대변합니다. 사실 지도 만들기 자체는 아무런 잘못이 없고, 우리에게 필요한 작업입니다. 다만 문제는 좌뇌가 지도를 그에 대응하는 실제 장소로 착각하는 것에 있습니다. 

심리학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스트룹 효과는, 좌뇌가 어떻게 언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상징을 실제로 착각하는지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으로 '빨강'이라고 써서 보여주면 바로 '빨강'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파란색으로 쓴 '노랑'이라는 글자를 보면 색깔을 알아맞히는데 걸리는 시간이 현저히 느려집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좌뇌가 지도와 실제 장소를 혼동하는 것과 같습니다. 즉 좌뇌는 단어 '노랑'을 마치 실제 노란색으로 취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연 현상은 뇌의 좌우반구 사이의 연결 상태가 적을수록 더 적어진다고 합니다. 뇌의 양측이 각각 독립적으로 활동할수록 좌뇌의 상징(단어)이 우뇌의 실제 색깔 알아맞히기에 방해를 덜 한다는 의미입니다. 

수다쟁이 좌뇌와 과묵한 우뇌!

좌뇌는 지각된 어떤 것을 정밀하게 초점을 맞추는 반면, 우뇌는 넓게 전체적으로 큰 하나의 그림으로 인식합니다. 뇌의 좌측은 언어 중추이고, 우측은 공간 중추입니다.

책에서는 우뇌를 체험할 수 있는 재미있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일명 '아무 이유 없이 그냥 하기'입니다. 그냥 그러고 싶은 충동대로 뭔가를 하게 되면 좌뇌가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그다음으로 '의식적으로 숨쉬기'는 눈을 감고 딱 한 호흡만 의식적으로 숨을 최대한 참았다가 내뱉는 것입니다. 몸과 호흡에 초점을 맞추면 수다쟁이 좌뇌가 빠지고, 무의식적인 우뇌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깨달음의 순간이란 뭘까요?

우뇌는 좌뇌에게 "어이, 당신 얘기가 너무 나간 것 같은데?"라고 느끼게 만듭니다.

이때 우뇌는 좌뇌처럼 "생각하는" 게 아니고,

실제 상황의 증거들을 조용히 관찰하다가 어느 순간 좌뇌에게 신호를 보냅니다.

"자, 이제 이야기에서 깨어날 시간이야."

재미있는 건 마치 갈라진 뇌 환자들처럼 좌뇌가 이 전환의 순간을 자기의 공로로 여기고 "오늘 난 크게 깨달았어." 또는 "난 이제 상황이 명료하게 보여."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나"는 해석장치이고, 바로 그 "나"가 애초부터 문제의 원인이지 해결책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뇌는 에고라는 게 없어서 인정받기를 원하지도 않고 아무 상관도 하지 않습니다. 단지 전환점만 만들 뿐.


선불교의 경구 하나.

"내가 없으면 문제도 없다. (No self, no problem.)"    (29p) 


결론은 이렇습니다.

여태 살아온 대로 좌뇌가 진짜 자신이라고 계속 믿으며 살던가, 아니면 우뇌와 관련된 것들을 전심전력으로 추구하는 깨달음의 길을 가던가.

혹은 두 가지의 길에 한 발씩 걸친 채 중도의 길을 가던가.

그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라는 것. 

저자의 목표는 우리에게 해석장치라는 게 있으며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라고 처음부터 밝혔습니다. 또한 저자 자신이 겪었던 정신적 고통이 우뇌 의식을 통해 엄청나게 감소되었다고 고백했습니다. 이보다 더 강력한 깨달음이 있을까요.

현재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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