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헤르만 헤세 지음, 김그린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평점 :
품절


지금에서야 나는 그것을 확실히 깨닫게 되었다.

인간에게 있어서 자기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은 없다는 것을!  (76p)


헤르만 헤세는 마흔두 살에 싱클레어라는 필명으로 《데미안》을 썼다고 해요.

그는 해냈을까요.

인생은 조금씩 자기 자신에게로 다가서는 과정인 것 같아요. 아직도 멀었지만.

《데미안》은 저한테 '두려움'인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두려움, 넘어서야 할 두려움.

세상에 또 다른 세계도 존재한다는 걸 알았을 때, 굉장한 충격이었어요. 

선과 악은 분리된 대상이 아니에요.

두 개의 세계라고 표현했지만 그 역시 분리된 공간이 아니에요.

데미안은 예수 옆에 매달린 두 강도 중에 신뢰할 수 있는 한 명을 선택하라고 하면 눈물을 흘리며 회개하는 강도는 아니라고 말해요.

끝까지 예수를 조롱하던 강도, 그는 마지막까지 자기 자신에게 충실했고 최후의 순간까지 그가 손잡았던 악마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으니까. 그는 어쩌면 카인의 후예일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이미 자기 내면의 악마를 지니고 있는데 그걸 부정한다면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니까.

아무리 착한 인간이라고 해도 그건 선한 의지에 의한 선택일 뿐, 완전히 악을 배제한 선으로 존재할 수는 없어요. 예수 옆에 매달린 두 강도는 매우 상징적인 존재라고 생각해요. 우리 인간은 신 앞에 두 강도와 똑같은 입장이에요. 죄인이죠. 그렇다면 둘 중 한 명을 고른다는 건 무의미한 것 같아요.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운명과 마음은 하나의 개념에 대한 두 개의 이름이다.'  (138p)

결국 우리는 자신의 마음을 알지 못하면 그 어떤 세계도 이해할 수 없어요. 싱클레어는 고통 속에서 자신의 열쇠를 발견했어요. 어두운 거울 속, 운명이 자리한 그곳에서.

여전히 저는 헤매고 있어요.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에게 이렇게 이야기했어요.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사물이란 우리들의 내면에 있는 것과 같소.

우리가 우리의 내면에 갖고 있는 것 이외의 현실이란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게 비현실적으로 살고 있는 것이오.

그들은 단지 외부의 형상만을 현실이라 생각하고

그들 내면 세계의 독자적인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아요.

그렇게 한다면 행복할 수는 있을 거요. 

내가 일단 다른 길을 발견한다면 더 이상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지 않을 거요.

싱클레어, 다수가 가는 길을 편하지만 우리들의 길은 힘든 거요. 

그래도 우리의 길을 갑시다."   (190p)


데미안은 말했어요.

"... 인간들은 서로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의 품으로 도망쳐 오는 거야.

... 그런데 그들은 왜 두려워할까? 

사람은 흔히 자기 자신과 상대가 일치하지 않을 때에 두려움을 느끼지.

그들은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두려움을 느끼는 거야.

... 절망적이야! 싱클레어, 어디서도 진심으로 즐거운 일이란 없어.

그렇듯 불안에 가득 차서 모여든 사람들은 겁을 먹고 악의에 차 있으며 어느 누구도 믿으려 들지 않아.

... 지금 이 세계는 죽어 가고 있어. 이 세계는 멸망하고 또 멸망하고 말 거야." 

"그때 우리는 어떻게 될까?"  내가 물었다.

"우리? 어쩌면 우리도 함께 멸망할지도 모르지. 우리와 같은 자들도 맞아 죽을 가능성이 있어.

그러나 우리는 단지 그런 식으로 끝나지 않을 거야. 우리가 남긴 것과 생존자들의 주위로 미래 의지가 결집될 거야.

... 자연이 인간에게 요구하는 바는 오히려 각 개인의 마음속에, 자네나 나의 마음속에 새겨져 있어. ..."  (228-230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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