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정명수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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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장난 비행기

뭔가 뜻대로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어요.

그때 나는 '고장난 비행기' 같아요.

왜 하필 지금이냐고, 누구한테든 막 화를 내고 싶어져요.

마치 누가 일부러 고장낸 것마냥.

하지만 다른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그냥 고장났을 뿐.

깜박 잊게 돼요. 나는 고장난 비행기가 아니라 그 비행기를 운전하는 조종사라는 걸.


# 사막

살면서 꼭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딱 하루만.

더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도대체 사막이라는 곳이 어떤 느낌을 주는 곳인지 체험해보고 싶어요.

생텍쥐페리는 실제로 사막에 추락하는 사고를 당했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어요.

어쩌면 그는 정말 어린왕자를 만났던 게 아닐까. 

누구나 마음 속에 품고 있는 '나'였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진정한 나를 만나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그런데 진짜 황량한 사막이라면 아무도 없는 그곳이라면.


# 이상한 어른

언제부터인지 기억나질 않아요. 어린이였던 때가 가물가물.

어느새 어린 왕자가 이해할 수 없었던 바로 그 이상한 어른이 되어있네요. 

돌아갈 수 있을까요?  어린 왕자와 친구였던 그때.



23

"안녕하세요."

어린 왕자가 인사했다.

"안녕."

상인이 말했다.

그 상인은 갈증을 없애 주는 최신 알약을 팔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알만 먹으면 더 이상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약이었다.

"왜 이런 약을 파는데요?"

어린 왕자가 물었다.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거든." 상인이 대답했다.

"전문가들이 계산을 해 봤는데, 일주일에 53분이 절약된단다."

"사람들은 그 53분으로 무얼 하는데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지......"

어린 왕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일 내가 53분을 써야 한다면, 난 천천히 샘으로 걸어가겠어.'    (111-112p)


오랜 만에 <어린 왕자>를 읽으면서 약간 슬펐어요. 어린 왕자와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죽음에 대해 생각했어요.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지금은 하나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진짜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고, 놓치게 되나봐요.

갈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약으로 시간을 절약한다는 착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얼마나 될까요. 그 시간에 쫓기듯 살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말 거예요.

어린 왕자는 우리에게 말해주고 있어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걸 하라고. 더욱더 사랑하라고.

이미 사랑에 빠졌다면 양 한 마리가 장미꽃을 먹었느냐 먹지 않았느냐에 따라 우주 전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할 거예요.

무엇이 중요한지도 모르는, 이상한 어른들에게 어린 왕자는 5억 개의 방울을 전해주고 갔네요. 어쩐지 그 방울들이 눈물을 흘리나봐요. 방울방울, 어쩌면 사막에 있던 그 우물인지도.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물이 되었나봐요. 어린 왕자와의 약속, 꼭 지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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